하루 100분 '무료노동', 너무합니다

한 마트의 노동자 기본권 무시... 일어서서 권리 주장해야

등록 2012.08.21 16:27수정 2012.09.1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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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료노동 집중신고기간 현수막.
무료노동 집중신고기간 현수막.류허미라

'무료노동 신고하실래요?'

한동안 답을 내리지 못하던 문제가 있었기에 며칠 전 거리에서 눈에 들어온 현수막의 문구가 반가웠고 사진에 담았다.

지난해 3개월간 ㄷ 마트에서 일을 한 적이 있다. 새로 들어온 파트타임 직원이었던 내가 동료들에게 가장 먼저 들은 불평은 바로 무료노동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밥 한끼 사먹기도 아까운 시급을 받기는 했지만 파트타임이어서 초과 노동을 강요당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월급제 직원으로 일하는 ㄷ 마트 여성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 노동에 시급 8시간 적용을 조건으로 입사하게 되지만 근무시간 전후로 약 50분씩, 하루 100분 이상 더 일할 것을 요구 받는다. 입사시에 듣지 못했던 근무조건이다. 월급제 적용 사원이라고 하지만 최저임금선으로 책정되는 파트타임 근무자와 시급의 차별성도 없고, 초과 노동 시간을 뺀 하루 8시간에 대한 시급이 계산된다. 주 1회 쉬는 날은 무급 휴일로 적용되어 급여에 계산되지 않는다. ㄷ 마트 여성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00여 분의 무료노동을 하는 꼴이다.

주 1회 무급 휴일 외에 따로 휴일이 없으며, 명절 연휴에도 이틀 이상을 쉬지 못한다고 한다. 365일 휴일 없이 영업하는 이 곳에서 일하는 직원이 따라야 할 룰인 것이다. 휴일 수당이 보장되지 않는 곳이니 일급을 받지 않고 남들만큼 쉬겠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질 리 없다. 또한 격주로 야간 근무를 하지만 야간 근무에 대한 보상도 없다. 노동자들이 2시간 이상 통근 거리로 출장을 가도 평소보다 길어진 통근 시간을 근무 시간으로 적용받지 않는다.

돈 100만 원 때문에 '무료노동' 견디는 여성노동자들

이러한 악 조건속에서도 여성노동자들은 왜 계속 일을 할까. A는 과거에 잘 나가던 남편에게 '집밖에 나가서 20만 원이나 벌 수 있겠냐'는 비아냥을 들으면서 사회생활에 첫 발을 내딛었다. 용기를 내어 일을 시작한 그녀는 첫 월급을 탔을 때의 뿌듯함을, 집밖에서 일하는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이야기 하면서 즐거워 했다.


B는 실제로 노는 것은 아니지만 '(집에서) 노는 것보다 (일하는 게) 낫다'고 한다. 일을 그만두거나 뭔가를 배울 (시간을 투자할 만한) 형편은 아니라고 한다. 그들에게는 집밖에 일거리가 있는 것이 더 낫고, 한 달에 한 번 통장에 들어오는 돈 100만 원이 요긴하다.

이처럼 ㄷ 마트가 여성노동자에게 '일거리를 준 대가로서' 강요한 무료노동의 양은 얼마나 될까. 시간으로만 계산하더라도 한 명의 노동자에게 한달에 43시간을 착취한다.


'번 돈 다 병원비로 쓰겠다', '물건 옮기다가 손목 인대가 늘어났다', ' 우리는 ㄷ 마트에 자원봉사활동 하는 거다' 라는 등의 불평은 늘 있지만 여성노동자들은 사업주 측에 근무조건 개선과 보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한 여성노동자는 일을 시작한 후 집에 가서는 피곤해서 가사 일을 거의 못하고 뻗는다고 한다. 하지만 먼 지방에 근무처를 두고 일주일에 한 번도 집에 오지 못하는 남편을 둔 그녀에게 밀린 가사 일도 다시 그의 몫으로 돌아올 것은 뻔하다.

나는 3개월 동안 월급 명세서를 두 차례 요구하였으나 받아 보지 못했다. 동료들도 보통 명세서를 받고자 애쓰지 않는 것 같았다. 매월 월급이 통장에 들어오면 된 것이다. 나중에 안 것인데 이런 악덕 대형마트자본이 우리에게 적용해준 4대 보험이라는 것이 '산재보험을 빼고' 장기요양보험을 포함시킨 4대보험이라나. 나참. 

입사 초에 들은 이야기가 있다. 어떤 직원이 업무 중에 들고 있던 칼날이 지나치던 고객의 다리를 깊게 베어 치료비와 수차례의 성형수술비를 다 물어줘야 했다는 것이다. 꽤 큰 액수였다고 한다. 경험상 바쁜 업무 도중에 한 사람이나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통로를 오가는 중에 일어난 일이라 짐작한다. 100만 원 남짓 벌기 위해 악조건을 참고 일한 대가가 그런 참변이라니. 그곳에서 잠시 일했던 나는 등꼴이 오싹해진다.

그녀들에게 '존재하지 않는 복지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했다. 자신에게 행해지는 이 모든 부당함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은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남의 돈 먹기 쉽지 않다' 라는 말로 전의를 다지며 생존하기 위해 다시 일터로 향한다. 유사업종에 재취업을 해도 사업주가 제시하는 임금과 근로 조건에 대해 이의를 달지 않는다. 이들의 바람은 성실히 일해서 흠 잡히지 않으며 일한 만큼 월급 따박 따박 받는 당당한 사회인이 되는 것일지 모른다.

같이 일하며 친하게 지내던 동료, 나보다 나이 많은 여성노동자에게 언니라는 호칭을 사용했었다.

"언니~ 저와 함께 무료노동 신고하러 가실래요?"
#여성노동 #여성빈곤 #여성착취 #불안정노동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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