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은 절대 안돼"...현대차의 이중성

회사·언론, 비정규직노조 폭력성만 부각... 비정규직 노조 "억울하다"

등록 2012.08.22 15:57수정 2012.08.2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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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득이 될 게 없습니다. 폭력 사태는 협상을 더 악화시킬 뿐입니다.폭력은 절대 안됩니다."

현대차 홍보담당 간부는 21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일 밤 있었던 비정규직노조와 회사측의 충돌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앞서 18일 있었던 현대차 보안팀과 용역에 의한 비정규직 노조 간부 폭행 이야기는 없었다. 현대차는 그동안 노조 간부 폭행에 대해 "폭력은 없었다.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고 했었다.

KBS, MBC, UBC 등 울산지역 방송은 21일 저녁부터 22일 오전까지 수 차례 뉴스를 통해 이 장면을 보도했다.

뉴스에서는 "현대차노사가 이번 주 협상을 타결할 전망이었으나  비정규직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교착 상태다...(비정규직노조가 투쟁을 외치는 장면을 보여주며) 6800여 명에 달하는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피해액이 1조1600억까지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뉴스는 또 "사내하청 노조의 반발에 따른 폭력사태는 갈수록 잦아지는 상황으로 이미 20여 명이 부상을 입었고 사측은 폭력 혐의로 사내하청 노조원 26명을 경찰에 고소했다"고 보도하며 회사측 직원들이 붕대를 감고 병원에 누워 있는 모습을 방영했다.

회사와 언론,  비정규직 노조 폭력만 언급

a 현대차 비정규직 집회  21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 집회 21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역 신문들도 일제히 1면 주요 기사로 "현대차 비정규직 '죽창' 사용 논란" 등으로 보도하면서 "회사 관리직 직원과 보안요원 등 10여명이 이마, 귀, 손가락이 찢혀져 일부는 병원에 입원하고 봉합수술에 들어갈 예정이며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위의 뉴스와 신문을 접한 시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비정규직노조가 현대차의 정규직 3000명 전환안을 받지 않고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고, 죽창을 휘두르며 폭력을 행사하고 파업을 진행해 1조원이 넘게 손해가 나고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그도 그럴 것이, 방송과 신문은 비정규직노조가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 이행을 요구하며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 지난 18일 노조 간부들이 현대차보안팀과 용역에 폭행 당해 병원에 입원한 일, 20일 충돌때 비정규직노조 주변에 늘어선 용역들과 보안팀의 규모와 용역이 방패를 들고 있다는 사실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비정규직노조와 관련해 폭력을 대하는 현대차의 이중성은 심각한 상황이다.

현대차 보안팀과 용역이 지난 18일 두 차례에 걸쳐 비정규직노조 간부를 집단폭행하고 차량에 실어 외지로 이동시켜 물의를 빚은(관련 기사: 현대차 보안팀-용역, 비정규직노조 간부 집단폭행 물의) 사건에 대해 경찰은 고소장을 접수한 후 수사를 미루고 있다. 반면 회사측 고소에 대해서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차는 비정규직 노조원 폭행 등과 관련 정규직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폭력 문제가 일부언론에 보도되자 사과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사과와 별도로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21일 새벽 울산공장 1공장 점거를 시도하면서 폭력을 행사했다면서 26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1800여명의 조합원 중 현재 집회에 참여하는 인원은 300명 정도다. 비정규직노조 김상록 정책부장은 "회유와 협박, 폭력으로 조합원들이 많이 이탈한 상태"라면서 "한 조합원은 이렇게 맞아야 하면 파업에 참여 안하겠다고 하더라, 300명 대 수천 명의 싸움에서 우리가 가해자가 될 수 있는가"하고 반문했다.

비정규직노조, 정규직노조 사무실 앞에서 무기한 농성

a 현대차 노조사무실 앞 농성하는 비정규직  현대차 사내하청(비정규직) 노조가 22일 현대차 울산공장 노조사무실 앞에서 농성하고 있다. 하청노조는 현대차가 제시한 3천명 정규직화안에 반대하고 불법파견 협상을 따로 하자는 입장을 정규직 노사측에 밝혔다

현대차 노조사무실 앞 농성하는 비정규직 현대차 사내하청(비정규직) 노조가 22일 현대차 울산공장 노조사무실 앞에서 농성하고 있다. 하청노조는 현대차가 제시한 3천명 정규직화안에 반대하고 불법파견 협상을 따로 하자는 입장을 정규직 노사측에 밝혔다 ⓒ 연합뉴스


비정규직노조는 22일 오전 9시 30분 기자회견을 열고 정규직노조 사무실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비정규직노조는 "불법파견 협의를 현대차노조의 임단협 본교섭에서 다루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현대차가 정규직노조에 던진 안은 불법파견을 축소·은폐하는 안이며, 이해당사자인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10여년 동안 투쟁으로 쟁취한 법적 권리를 강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노조는 사내하청 직영화와 관련된 불법파견 협의를 현대차노조 본교섭에서 합의하지 말고 비정규직 주체가 참여하고 있는 불법파견특별교섭으로 단일화해 다룰 것을 요구하며 농성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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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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