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민주화 올인? 울산에서는 '거짓말'

현대차 비정규직 외로운 싸움... 정치권은 외면

등록 2012.08.27 12:55수정 2012.08.2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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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8일 새벽과 오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 간부들이 회사 측에게 집단폭행 당했다.

이어 21일에는 정규직노조가, 그동안 비정규직노조가 결사 반대해오던 '선별적 3000명 정규직화' 안을 회사측과 합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비정규직노조)는 그야말로 벼랑끝에 몰렸다.

22일 비정규직노조는 금속노조를 포함한 전국에 호소문을 내고 "감금납치, 경비대와 용역깡패를 동원한 폭력 행사에도 1200 조합원은 흔들림 없다. 고용을 승계하고 체불임금을 지불해야할 노동자들에게 권리를 포기하고, 신규채용으로 입사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이 투쟁을 흔들림 없이 사수할 수 있도록 동지들이 울산으로 달려와 달라"고 호소했다. 그만큼 이들 비정규직들에게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이후 전국의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 대학 총학생회 등이 현대차 사측이 내놓은 선별적 3000명 정규직화 안이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현대차에 전원 정규직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막상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는 이 상황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더욱 절망속으로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 외면하는 정치권

a 현대차 노조사무실 앞 농성하는 비정규직  현대차 사내하청(비정규직) 노조가 22일 현대차 울산공장 노조사무실 앞에서 농성하고 있다. 비정규직노조는 현대차가 제시한 3천명 정규직화안에 반대하고 불법파견 협상을 따로 하자는 입장을 정규직 노사측에 밝혔다

현대차 노조사무실 앞 농성하는 비정규직 현대차 사내하청(비정규직) 노조가 22일 현대차 울산공장 노조사무실 앞에서 농성하고 있다. 비정규직노조는 현대차가 제시한 3천명 정규직화안에 반대하고 불법파견 협상을 따로 하자는 입장을 정규직 노사측에 밝혔다 ⓒ 연합뉴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단협 주요 안건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두고 여러 차례 갈등을 빚었고, 8월 16일 회사 측은 "2015년까지 회사가 선별적으로 3000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는 안을 내 놓았다. 보수언론들은 '통큰 결단'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막상 당사자인 비정규직노조는 이 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노동부와 대법이 판결한 불법파견을 무마하는 동시에 비정규직을 영구화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하고 나선 것. 18일 새벽과 오후, 비정규직노조 간부들이 회사측에 폭행 당하는 일도 발생했다.

<오마이뉴스> 보도를 통해 비정규직노조 간부가 집단폭행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SNS를 통해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가 급속히 확산돼 나갔다.


☞ 관련 기사 : 현대차 보안팀-용역, 비정규직노조 간부 집단폭행 물의

18일 오후 통합진보당 심상정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와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차의 폭력을 비난하면서 책임자 처벌과 회사 측의 엄정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통합진보당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당내 문제와 함께 검찰이 당원 100명에 대해 소환 통보를 하는 등 어수선한 모습이다.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 등에 별다른 행보가 없는 배경이기도 하다. 올해 초만 해도 현대차를 비롯한 비정규직 문제에 가장 앞장 섰던 통합진보당 울산시당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울산시당 임상우 전 대변인은 "현대차 비정규직문제를 가슴 아프게 지켜보고 있다"며 "하지만 당내 문제로 선뜻 나설 수 없는 환경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답답한 야당... 비정규직은 외로운 섬

이를 두고 노동계 한 인사는 "통합진보당 갈등이 비정규직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노동당 때가 오히려 그립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논란과 비정규직 철폐 총파업 등 과거 울산에서 진행된 노동 문제에 민주노동당이 앞장 서던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18일 폭행 사건을 언론이 보도하면서 한동안 우호적인 여론이 생겼다. 이화여대, 서울대, 동국대 등 대학 총학생회가 연이어 성명을 내고 현대차의 폭행을 비난하면서 현대차비정규직노조의 투쟁 지지와 3000명 정규직화 안 폐기를 촉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통합당은 22일 대변인 브리핑에서 "8000명의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원래 현대차가 정규직으로 채용했어야 할 사람들"이라며 "회사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길게는 10년 가까이 방치해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안한 고용상태를 이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8000명 전원 고용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날 민주통합당 신계륜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대차의 사내하청 3000명 정규직 전환은) 좋은 일이지만 모범이 되기엔 부족하다"며 "현대차는 이들에 대해 신규 채용이 아닌 경력 채용을 하고 채용 인원을 늘려야 한다는 노조 측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나 그들을 지지하고 나선 사람들이 보기엔 미흡한 수준이었다.

특히 신 의원이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며, 현재 환노위가 위원장을 포함한 15명의 의원 중 새누리당 7명, 민주통합당 7명, 통합진보당 1명으로 여소야대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새누리당은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앞서 새누리당은 19대 국회 첫 번째 법안으로 비정규직 관련 4대 법안을 제시했다. 그러자 노동계 시민사회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희망을 걷어차고, 자본가들에게 주는 불법파견 면죄부에 불과하다. 정몽구 보호법안이다"는 비난을 내놓았다.

새누리당, 비정규직 해소에 온 힘 다한다더니

a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과 박맹우 울산시장(오른쪽) 김기현 의원(왼쪽) 등이 지난 5월 4일 새누리당 울산시당에서 열린 총선공약실천본부 출범식에서 공약실천을 다짐하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과 박맹우 울산시장(오른쪽) 김기현 의원(왼쪽) 등이 지난 5월 4일 새누리당 울산시당에서 열린 총선공약실천본부 출범식에서 공약실천을 다짐하고 있다. ⓒ 새누리당 울산시당


올해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수차례 울산에 내려와 당 소속 후보들을 지원했다. 새누리당은 울산 6개 지역구를 싹쓸이했다.

당시 박 전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비정규직 문제만큼은 특별한 관심을 두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새누리당 울산시당은 "박 위원장님의 말씀대로 울산지역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설움과 애환 그리고 아픔을 공감하면서 이 문제 해소와 해결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총선에서 승리한 후 박 의원은 다시 울산에 내려와 공약을 반드시 실천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지난 5월 4일 울산시당사에서 열린 울산 총선공약 실천본부 출범식에서다.

울산시 측의 침묵도 문제다. 울산시 전체 임금노동자 40만 명 중 절반인 약 20만 명이 비정규직노동자이기에 더욱 그렇다.

지역의 대표적인 친박근혜계인 박맹우 울산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5조를 유치해 3만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모두가 행복한 문화복지도시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그는 여론이 들끓어도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

무더운 여름이 끝나가는 지금,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덧붙이는 글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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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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