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 서식지에 자전거도로...업무 망각한 환경부

[특별기획-금강] 수자원공사 "완만한 구간 포장"... 환경단체 "생태축 단절"

등록 2012.08.31 14:24수정 2012.08.3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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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우기를 맞아 4대강(금강)에 집중합니다. 환경단체인 '대전충남녹색연합'과 지역 언론사인 <금강일보>와 함께 검증대에 올라선 4대강(금강) 사업의 허와 실을 하나 하나 헤집어 볼 예정입니다. 지난 25일부터 9월 5일까지 매주 취재기자는 물론 시민기자이자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심현정 대전충남녹색연합 간사, 김종술 시민기자), 전문가(정민걸 공주대 환경교육학과 교수, 허재영 대전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로 구성된 특별기획팀의 현장취재를 통해 금강사업 현장의 현황과 주요 문제, 우기 피해 등을 발 빠르고 꼼꼼하게 보도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말]
 30° 이상의 경사도가 높은 구간에 중장비가 지나가고 있다.
30° 이상의 경사도가 높은 구간에 중장비가 지나가고 있다. 김종술

충북 청원군 현도면 시목리 일원 녹지 자연도가 자전거도로 공사로 파헤쳐지고 있다.

29일 대전충남녹색연합과 찾아간 충북 청원군 현도면 시목리는 강변의 나무들이 잘린 채 포클레인 4대가 양쪽에서 산허리를 깊이 파고들어 가고 있었다.

이곳은 자연생태계가 우수해 당초 기존 일반(비포장)도로를 정비해 활용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하지만 대전지방국토관리청 위탁을 받은 한국수자원공사가 계획을 변경, 강을 따라 길을 새로 만들기로 하고 금강유역환경청과 협의를 끝낸 후 자전거도로 공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찾은 현장은 산비탈을 깎아 우회 도로를 만드는 데크공사가 한창이었다.

금강 변을 따라 대전시 대덕구 미호동에서 세종시 금남면 부용리를 잇는 총 20.81㎞ 중 문제의 시목리 구간은 1.44㎞다. 이 구간은 개발이 어려운 급경사지로 20°이상이 34%, 30°이상의 험준지는 20.8%나 된다.

게다가 이곳은 녹지 자연도 1등급으로 분류됐다. 조류 군집을 분석한 결과, 종 다양성 지수(군집 내 종의 다양성을 평가하기 위한 지수, 학자들은 대체로 2.0이 넘어서면 종 다양성이 풍부하다고 보고 있다)가 2.57로 풍부했다. 또, 환경영향평가 문헌조사 결과에서도 멸종위기종 1급 3종, 멸종위기 2급 7종, 천연기념물 6종 등 법적 보호종이 15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행한 대전충남녹색연합 심현정 간사는 "이곳은 법적보호종으로 수달 (멸종위기 1급, 천연기념물), 삵, 맹꽁이, 남생이, 표범장지뱀(이상 멸종위기 2급)이 사는 것으로 조사돼 공사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생태축 단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 시 500여 그루의 나무가 훼손되고 야생동물보호구역과도 4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포유류와 조류 등 이동거리가 큰 동물에게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날 현장에는 뿌리채 뽑힌 나무가 널려 있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금강 종주 자전거길'. 세워진 지 1년도 안된 대리석 표지판이 버려져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금강 종주 자전거길'. 세워진 지 1년도 안된 대리석 표지판이 버려져 있다. 김종술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효용성도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심 간사는 "당초 비포장도로를 정비해 활용하는 것으로 계획했던 이유도 자연생태계 보존을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용자도 거의 없는 구간인 만큼 당장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자원공사 담당자는 "비포장 우회도로를 사용하면서 사고가 자주 발생, 국토부에서 개선하라고 해 공사중"이라며 "바위가 많은 절벽 구간은 데크형식, 완만한 구간은 포장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할 지역 파출소에서는 "올해 총 4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고 자전거 관련 사고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담당자는 "자전거 사고는 집계가 안 돼서 그럴 것"이라며 "병원에 입원한 사람도 있을 정도다"고 주장했다.

금강유역환경청 담당자는 "기존에 우회 노선을 하도록 돼 있던 구간인데, 대형차량도 다니고 있어서 자전거를 탈 수가 없어 전국사이클연맹 등에서 민원이 많았다"며 "일부 공사 구간에 멸종위기종이 사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최대한 피해가 없도록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심 간사는 "법적 보호종은 서식환경이 수십 km에 달해 피해가 없도록 공사를 벌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환경부가 환경보존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망각하고 있다"고 거듭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한편, 국토해양부는 지난 4월 22일 '금강 종주 자전거길'(146km,대전 대청댐~ 서천금강하굿둑) 개통식을 연 바 있다.

 법적보호종이 사는 구간이 파괴되고 있다.
법적보호종이 사는 구간이 파괴되고 있다. 김종술

#4대강 사업 #금강 자전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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