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현중을 인기학교로 만든 비결은 뭘까?이항근 교장은 선생님들이 진정한 스승으로서 교사 본연의 존재감을 되찾고자 하는 열의와, 아이들을 존중해주는 분위기를 만들자 변화의 시작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장희용
학부모:만나보고 싶었어요. 8월말로 임기를 마치고 평교사로 돌아간다고 들었는데 평교사를 고집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항근 교장: 여러 군데에서 교장으로 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모두 거절하고 평교사로 일할 계획입니다. 평교사는 원래 내가 있던 자리였고, 일선 학교로 돌아가 학생들과 호흡하고 그들의 감정을 읽어 내는 것이 교육현장에서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학부모: 2008년 처음 회현중학교 부임당시 학교 분위기나, 학생들의 상황은 어땠나요.
이항근 교장: 보통 학교와 마찬가지로 이곳의 아이들도 지쳐 있었고 지역사회의 따뜻함이 사라졌다고나 할까. 특별한 비전이 부족했고, 아이들은 무기력에 빠져 있는 상태였어요. 물론 시골 아이들이라 착하고 순박했지만 고립되고 너무도 조용한 학교였어요. 3년 동안 학교의 유리창이 한 번도 깨진 일이 없었을 정도였죠 (웃음).
학부모: 교장선생님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노력을 하셨나요.
이항근 교장: 저는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들고 싶었어요. 방학 전날 '야! 해방이다'가 아니라 개학 하는 날 '야! 학교 간다'고 반기는 학교를 만들고 싶었어요. 학교 등교하는 날이 즐겁고, 내가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고, 꿈을 갖게 하는 학생들이 돌아오는 농촌 학교,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학부모: 회현중학교에서는 특별한 교육 과정, 차별화된 교육 과정이 있다던데 소개해 주었으면 합니다.
이항근 교장: 성적보다는 성장이 목표인 학교를 만들기 위해 전 학년을 상대로 진로탐색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1학년은 진로캠프, 2학년은 진로체험, 3학년은 진로발표회 이런 식이죠.
또, 학년별로 연극(1학년), 생태농업(2학년), 문화탐방(3학년) 수업을 받게 합니다. 오후 4시 이후엔 전교생이 모두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퍼즐, 바둑, 외국어, 밴드 활동을 하고, 저녁 7시~9시엔 희망자를 모집해 수학, 영어 등 심화 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또, 1주일에 1시간씩 학생들에게 자율시간을 둬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는 선택권이 없어요. 그렇다 보니 아이들이 자기 스스로 무엇을 생각하고, 결정하는 능력이 결여돼 있습니다. 과연 그런 아이들에게서 스스로 꿈을 꾸고, 찾아가고, 이루려는 마음이 생길까요?
저는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일에 대해 결정하는 능력을 키워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자율시간을 준 것이죠. 처음에는 어떤 아이는 누워서 자기만 하고, 어떤 아이는 학교 컴퓨터에서 게임만 하고... 하지만 믿고 기다렸죠. 아이들은 점점 자신들이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아이들끼리 논의라는 것도 하기 시작하더군요.
아주 특별한 모습의 변화보다는, 그런 고민 속에서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성찰하는 그런 시간들... 전 그 고민을 하는 그 시간을 준 것이 아이들에게 '자기 결정권'이라는 가장 큰 교육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변화들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서서히 입소문이 나면서 작년 입학 설명회 때에는 전국에서 500여 대의 차가 오기도 했고, 21명 모집에 297명이 몰렸습니다.
"지금은 열심히 공부하고 나중에 행복하자 말하지 않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