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앙프라방에서 방비엥으로 가는 산길..
양학용
이제 아이들의 관심을 창밖으로 돌리는 것은 고사하고, 그들의 노랫소리에 놀란 버스가 덜컹대고 비탈 아래로 미끄러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상황이라 해야겠다.
아내와 나는 아이들 몰래 또 한숨을 쉰다. 아, 아이들은 이번 여행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배우게 될까. 보호자로서 교사로서 동료여행자로서 함께 여행하고 있는 우리 부부는 또 그렇게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하지만 아이들은 세상 모든 것을 가진 양 마냥 즐겁다. 차 안에서도, 배 안에서도, 호텔 방에서도, 식당에서도, 강변에서도, 산 위에서도, 그곳이 어느 곳이든 그들에겐 상관이 없다.
'여행이 어때?'라고 물어보면 아이들은 10분의 1초의 머뭇거림도 없이, '재밌어요!'라는 대답을 돌려준다. 그래서 뭐가 그리 재미 있냐고 재차 물어보면, 마치 자기들끼리 미리 짜둔 것처럼 '그냥요!' 혹은 '다요!'라는 대답이 이어질 뿐 더도 덜도 없다. 그냥 여기 라오스가 좋다는 건, 대한민국에 있는 자신들의 시공간을 떠나온 것 자체가 즐겁다는 것일까.
가만히 그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자신들을 규율하던 학교도 부모도 사회적 편견도 없는, 혹은 스스로 규율하는 어떠한 압박도 없는 이곳에서는 무엇을 하든 또는 무엇을 하지 않든지 그 모든 시간이 다 즐겁다는 식이다.
창 안에서는 동방신기의 노래가 끝나고, 창 밖에서는 굽이굽이 산봉우리와 산마루가 동화책 속의 삽화처럼 흘러가는 사이에 아이들은 꼬박 잠이 들었다. 쌔액쌔액. 아이들의 숨소리를 들으며 예쁜 봉우리들의 파도타기를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이 아이들에겐 자신들의 생애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아이들이 그저 미래의 뭔가를 준비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면. 그리고 그들이 현재 즐겁다면, 그들이 지금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여행을 통해 뭔가를 보고, 느끼고, 배우게 하고 싶은 것은 또 하나의 나의 욕심은 아닌가?
'지금 아이들은 즐겁다, 행복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렇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