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잠긴 4대강 자전거 도로, 안전사각지대

쓰레기 쌓이고 미끄럽고... 침수 통제 표지도 없어

등록 2012.09.01 12:08수정 2012.09.0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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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시 탄천면에서 이인면으로 연결된 자전거도로가 잠겼지만 출입통제 표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공주시 탄천면에서 이인면으로 연결된 자전거도로가 잠겼지만 출입통제 표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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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자전거도로 침수 금강 자전거도로 침수 출입통제 안 돼 ⓒ 김종술


4대강 살리기 사업 일환으로 추진된 자전거도로 및 산책로가 잦은 비에 잠기고 있다. 하지만 출입통제가 안 돼 이용객의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31일 찾아간 금강은 제14호 태풍 '덴빈(TEMBIN)'과 제15호 태풍 '볼라벤(BOLAVEN)'의 영향으로 황톳빛 흙탕물이 흐르고 있었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금강변의 공원은 산책로가 물에 잠긴 채 표지판과 나무들이 쓰러지고 빗물에 유실된 사면은 협곡이 되어 수로를 만들었다.

자전거도로도 지천과 만나는 합수부나 지형이 낮은 지역은 어김없이 잠기고 일부 물이 빠진 구간에서는 상류에서 떠내려 온 것으로 보이는 호박과 스티로폼 등 각종 쓰레기가 널브러진 채 쌓이고 바닥은 진흙으로 뒤덮여 걷기조차 어려울 지경이었다.

더욱이 지난 16일 물에 잠겼던 구간이 다시 잠겨 있었다. 당시 기사가 나가고 들어온 제보에 의하면 "2명의 일행이 야간에 자전거를 타고 공주시에서 탄천면으로 향하던 도중에 일행 중 한 명이 물에 빠져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한 구간이다.

 금강과 지천이 만나는 지점에 놓인 다리가 지형이 낮아 물속에 잠겼다. 그러나 출입통제 표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금강과 지천이 만나는 지점에 놓인 다리가 지형이 낮아 물속에 잠겼다. 그러나 출입통제 표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김종술

 전주에서 왔다는 학생은 강바람을 맞으면서 타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국도를 이용해야 했다.
전주에서 왔다는 학생은 강바람을 맞으면서 타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국도를 이용해야 했다. 김종술

이날도 그때와 비슷했다. 임병옥(25)씨는 "대청댐에서 전주까지 가는 길인데 도로 바닥이 일정하지 않아 엉덩이가 아파서 힘들다"고 말했다.

임씨는 "자전거를 타고 오던 도중 침수되었다는 표지판은 보지 못한 채 타고 오다가 다리가 물에 잠겨있어서 빠져 죽는 줄 알았다"며 "되돌아 갈 수도 없어서 자전거를 끌고 풀 속을 헤치고 도로 쪽으로 올라오느라 진땀깨나 뺐다"며 이마에 땀을 닦았다.

강아무개(47)씨는 "3일 일정으로 대전에서 출발해 서천까지 갔다가 올 예정으로 가는 길인데 자전거도로에 쓰레기가 많이 쌓여 있어 오다가 넘어졌다"며 까진 다리를 보여주었다.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오늘 금강현장에 다녀왔다. 보행교와 자전거도로가 부분 부분 잠겨있는 것을 보았다. 각종 쓰레기에 바닥이 미끄러운데도 안내나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 처장은 "이런 상황을 모르고 야간에 자전거를 타면 인명사고가 날 수 있는데 자치단체가 (국토부) 인계는 받았지만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전혀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도심에 필요한 자전거도로
자전거 도로는 근거리 교통수단으로 정작 도심에 필요하다. 다시 말해 인구가 밀집한 지역에 생활형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야 한다. 레저용으로 만들어진 자전거도로는 이용자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4대강사업으로 강변이나 둔치를 따라 건설된 자전거도로는 폭우로 침수피해를 입으면 파손되기 마련이다. 기존 자전거도로도 예산 부족으로 제때 유지·보수를 못하는 만큼 인적이 드문 시골의 외진 자전거도로는 안전 사각지대로 전락할 위험이 높다.


#4대강 사업 #자전거도로 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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