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현동#2 30.48X43.18cm 디지털 흑백 프린트 2009
정민규
부산에 살다보면 특히 여름을 즈음해서 문의전화를 종종 받곤 한다. "어디가 좋냐"는 만만치 않은 주관식 문제는 답이 없어서 더 어렵다. 객관식이라면 찍기라도 할 텐데 말이다. 그럴 때마다 내놓는다고 내놓는 나름의 모범답안은 '산복도로'였다. 흔한 해운대도 아니고, 익숙한 광안리도 아니어서 주절주절 부가 설명을 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곤 했다.
진짜 좋긴 한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는 이 '부산스러운' 장소는 역설적이게도 지극히 평범한 부산의 골목길이다. 산복도로를 타고 바다를 향해 미끄러져 내려간 수백, 수천 개의 골목에는 살아 있는 부산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