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현지시각), 영국언론 BBC 누리집. 한국정부가 간첩누명을 쓴 어부에게 200만달러(한화 22억 원 상당)를 배상해야 된다는 판결을 받았음을 보도하고 있다.
BBC 갈무리
9월 4일(현지시각), 영국언론 BBC가 한국의 간첩누명 사건을 보도했다. 한국정부가 고문을 통한 허위자백으로 간첩누명을 쓴 어부에게 200만 달러(한화 24억 원 상당)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는 판결에 대한 내용이었다.
BBC "납북되었던 어부, 고문으로 인한 허위자백 때문에 간첩누명"
보도에 따르면, 간첩혐의로 고문을 받고 15년간 수감되었던 어부 정아무개씨에게 대한민국 정부가 24억 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하라는 판결을 법원으로부터 받았다고 한다.
기사는 이어서, 안기부에 의해 1980년대에 간첩누명을 쓴 정씨와 일가족이 혐의를 모두 벗은 뒤에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했다고 밝혔다. 또한, 정씨가 군사정권에 의해 구금되고 심문을 받았다는 설명과 함께, "당시 정부가 영장없이 정씨를 체포했으며, 허위자백을 하도록 고문을 자행했다"고도 덧붙였다. 법원이 당시 '입증될만한 증거없이 내려졌던 유죄판결' 취하를 공표한 것이다.
영장없이 체포와 구금, 고문에 이어 당시 군사정부의 또 다른 불법행위에 대해서 기사는 "가석방으로 풀려난 뒤라고 할지라도, 피해자는 이후에도 사법당국으로부터 감시당했다, 이것은 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한 불법적 행위이다"라고 말한 법원의 판결문을 인용했다.
그로 인해, 당시 군사정권이 무고한 정씨에게 고문 끝에 간첩누명을 씌웠던 것이 밝혀진 셈이고 이에 대해 24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군사정권의 '공안몰이', 무고한 국민을 희생양으로 독재정권에 의한 간첩누명이 벗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박정희 정권에서 벌어졌던 인혁당·민족일보·민청학련 사건은 훗날 정부에 의한 인권탄압과 고문으로 조작된 간첩사건이었음이 밝혀졌다. 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독재자의 선택은 공포심을 조장하는 일이었고,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소재중 하나가 바로 조작된 간첩사건이었던 것이다.
무고한 국민들을 간첩으로 둔갑시킨 것은 시대가 흘러 전두환 정권에서도 벌어졌고, 그 중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이번에 BBC에서도 보도된 어부 정아무개씨 사건이다. 1965년 어업 중에 납북되었다 돌아온 정씨는 10여 년 뒤 영장없이 구금되었다가 풀려나지만, 이후에도 또 다시 체포되어 간첩혐의를 인정받을 것을 강요받는다. 정씨가 거짓진술에 응하지 않자, 고문이 이어졌고 끝내 허위로 자백을 하게 된 것이다.
정씨는 당시 재판부에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임을 호소했지만 결국 1984년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억울하게 15년간 감옥생활을 하던 그는 1998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나게 되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재조사 끝에 조작사건의 피해자로 인정받아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무죄판결 받은 바 있다.
이번 판결로 대한민국 정부는 정씨에게 24억 원을 피해보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박정희 정권의 간첩누명을 쓴 희생자들에게도 이미 수십억 이상의 배상판결이 내려졌거나 이미 지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죄없는 국민들이 고문과 탄압을 통해 간첩으로 조작되어 정권유지를 위한 공안몰이에 이용당한 사실이 밝혀졌음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BBC "한국정부, 간첩누명 쓴 어부 24억 배상판결 받아"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