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고 있는 고준길씨가 밀양시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성효
고씨는 42년간 교단생활을 해왔다. 8년간 교장을 지내다 정년퇴직했다. 부산에 살았던 그가 밀양시 단장면 용회(용회동)마을에 들어온 지는 6년째. 아이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지금은 내외가 살고 있다.
"정년퇴직 뒤 살만한 곳을 둘러보고, 이 마을이 정겹게 느껴졌다. 아주 마을에 들어 살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송전철탑 때문에 걱정이다."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건설공사를 벌이고 있다. 지금 짓고 있는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 6호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수도권으로 가져가기 위해 송전탑을 짓는데, 밀양에만 69기가 들어선다.
고준길씨는 "송전탑은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데도 있지만 우리 동네는 바로 마을 뒷산에 들어선다"며 "4개면 22개 마을 경과지 주민들은 철탑이 마을 근처로 지나가기에 반대하고,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준길씨는 5일 밀양댐 부근 헬기장 옆에 있는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한전측은 헬기를 동원해 건설 자재를 실어나르는 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주민들은 이를 막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고준길씨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우리 생존권 빼앗길 수 없는 것... 우리는 죽기 살기로 막는다"
- 송전탑 공사를 왜 반대하는지?"초고압 철탑이 마을 가까이 지나가게 된다. 주민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재산권이 조금 손해를 보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생존권은 양보할 수 없지 않느냐. 우리의 생존권을 빼앗길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죽기 살기로 막는다."
- 한전은 보상을 하겠다는데."한전은 돈으로 해결하겠다고 한다. 보상금을 주어 주민과 합의를 해서 철탑을 세우겠다고 주장한다. 22개 마을 경과지 주민들은 철탑이 마을과 가깝기에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찬성할 수 없다.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우리의 싸움은 이길 수밖에 없다."
- 법의 규정을 지켜야 한다고 하는데."우리 투쟁은 생존권 문제다. 생존권은 법보다 우선한다. 인간존엄성이라는 말을 하지 않느냐. 법을 지켜야 하나 인간 생명이 더 중요하다. 결사적으로 송전탑 반대다. 양보할 수 없다."
- 일상생활이 송전탑 반대 투쟁인지?"주민들은 대개 농사를 짓는다. 비닐하우스를 많이 한다. 대추를 많이 재배한다. 주민들은 조별로 나누어 송전탑 공사 반대 현장을 지키고 있다. 송전탑 공사를 막아야 하는 문제와 먹고 사는 문제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송전탑 막기 위해 생업을 포기하다시피 한다."
- 하루 일과가 어떠한지?"농성장은 밤과 낮 근무조로 나뉜다. 저는 낮에 농성장을 지킨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6시30분경 집을 나선다. 아침 7시에 교대를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현장을 지킨다. 매주 수·금요일 저녁마다 밀양루 쪽에서 촛불집회가 열리는데, 거기도 참석한다. 집회는 연대의식을 높이고 동료애를 다지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주민들의 거의 다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현장에는 취사도구들이 다 있어서 밥을 지어 먹기도 하고, 도시락을 싸와서 먹기도 한다."
- 농민들은 곧 추수기인데."그래서 어려운 투쟁이다. 곧 추수기가 닥치는데, 가을걷이는 제때 해주어야 한다. 농작물은 시기를 놓치면 안된다. 그래서 걱정이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시민․환경․종교단체 200여 개가 돕고 있는데, 단체들한테 '1박2일 캠프'를 제안하려고 한다. 낮에는 농촌 일손도 돕고, 밤에는 천막농성장을 지키는 활동을 하자는 것이다. 대책위에서 각 단체별로 접수를 받아 날짜를 조정할 것이다. 많이 참석해 주었으면 한다."
-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한 농성 현장은?"여러 곳에 있다. 우선 밀양시청 앞과 한국전력공사 밀양지사 앞에 천막농성장이 있다. 그리고 송전탑 경과지 마을과 헬기장 등 현장에도 농성장이 있다. 모두 합치면 8곳에 이른다. 모두 밤낮으로 주민들이 지키고 있다고 보면 된다."
-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와 지금 상황을 비교해 보면."학교현장에서는 아이들한테 준법정신을 가르치고, 사회정의를 가르쳤다. 국가시책에는 비교적 협력하라는 교육과정이었다. 그런 방향으로 교육을 해왔다. 그런데 송전탑 반대 현장에 와서 보니, 이것은 법 이전에 환경문제이며 생존권 문제라는 것이다. 지금 상황을 보면, 돈과 권력을 가지지 않은 사람한테는 일방적인 피해를 강요하는 사회구조라는 것이다. 이전에는 이런 것에 대해 느끼지 못했다. 만약에 송전탑이 서울 한 복판에 지나간다고 하면 용납할 것이냐. 농촌 주민들은 배운 게 없고 가진 거 없는데, 그런 사람들을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을 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투쟁은 정당하고 정의롭다... 주민 스스로 쟁취하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