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카르텔총괄과에서 2011년 2월 14일 작성한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관련 진행 상황' 문건(왼쪽)과 하루 뒤인 15일 작성한 수정본. 수정본에는 '심사보고서 작성 완료'가 '작성 중'으로 뒤바꾸었고 '청와대 사전 협의 필요성'을 명시하고 있다.
김시연
"2년간 조사 논리" 어렵다더니 5개월 뒤 "대선 이후 상정" 하지만 당시 실무자들은 통상 1년 정도인 담합 조사 기간을 감안한 듯 "양당 국회의원들의 집중적인 관심으로 조사 중이라는 논리만 2년간 계속 내세우기 어렵다"면서 "4대강 사업 1차 턴키 공사 준공일이 2011년 12월 말이므로 입찰 담합 건 처리가 사업 추진 자체를 방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사건 처리 시점 결정을 위해서는 청와대와의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고 청와대에 공을 넘기긴 했지만 실무자선에선 2011년 이내 처리에 무게를 실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2011년 7월 1일 작성한 두 번째 문건에는 "사건의 처분시효(2014년 9월 만료), 내년 총선 및 정치 등 정치 일정에 따른 정치적 영향력 배제 등을 고려하여 대선 이후 상정을 목표로 심사할 계획"이라고 크게 후퇴했다.
이에 김기식 의원은 "4대강 사업에 방해가 돼선 안 된다는 윗선의 지시 없이 실무자가 보고서에 적시할 이유가 없다"면서 "공정위 상층부에서 처리 시기를 대선 이후로 미루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009년 11월 청와대 제동 이후 사실상 조사 중단"아울러 김 의원은 공정위가 '대선 이후 상정'이라는 애초 계획과 달리 4월 총선 직후인 지난 6월 4대강 담합 사건 심의 의결에 나선 배경에도 의혹을 제기됐다.
앞서 김 의원이 지난 4일 "공정위가 2011년 2월 심사보고서를 작성하고도 의결을 1년 4개월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조직적으로 은폐했다"고 주장하자 공정위는 "당시 작성된 심사보고서는 초안 수준에 불과해 이후 보완 조사를 실시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공정위는 "2009년 12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이후 현장 조사시 수집된 기초 자료를 토대로 관련자 진술 조사를 실시했다"고 해명했지만 김 의원이 공개한 공정위 공문 수발 내역에는 2009년 11월 11일 이후 공정위와 건설업체간 공문 수발신 내역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은 공교롭게 당시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이 "4대강 입찰 담합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가 청와대에서 제동을 건 날이다.
이후 공정위는 2012년 4월 30일 이후 건설사에 공문 발송을 재개한 것으로 나타나 4.11총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적어도 1년 6개월간 사실상 조사를 중단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 이후 정치적 판단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자 그동안 공정위가 직무유기를 한 것"이라면서 "공정위가 청와대 눈치를 보며 4대강 입찰 담합 처리 시점을 정치적으로 고려했다는 걸 확인해 준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김 의원은 "지금까지 담합이 적발된 사업 규모는 3조 원에 불과하다"면서 "나머지 18조 원 규모 사업에서도 입찰 담합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공정위는 4대강 사업 전체에 대해 담합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4대강범대위)는 지난 6일 "4대강 사업 입찰담합업체의 과징금을 경감해줬다"며 공정거래위원장과 담당 국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4대강범대위는 "공정위가 담합업체에 '입찰 관련' 대신 '용역 제한' 조항을 적용해 과징금을 경감시켜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4대강범대위 주장에 따르면 공정위가 담합업체에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은 최대 7335억 원이었지만 실제로 부과된 금액은 1115억 원에 불과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공유하기
"'청와대 압력'으로 4대강 입찰담합 처리 지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