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위해 과거집착 버려야? 잘사는 사람들 말일 뿐"

재일조선인 서경식 교수,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 저자와의 대화

등록 2012.09.11 10:10수정 2012.09.1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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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식 "미래위해 과거집착 버려야? 잘 사는 사람들의 말일뿐" 지난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본사 대회의실에서 재일조선인 서경식 도쿄 게이자이대학 교수의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 저자와의 대화가 열렸다. ⓒ 최인성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일본인이 아닌 사람들, 일본국적을 가졌지만 우리말 이름도 가진 사람들. 일본인도, 그렇다고 한국인도 아닌 그들은 재일조선인입니다. 그들은 왜 대한민국, 일본 그리고 무국적으로 취급받는 조선 사이에서 국적을 선택해야 했을까. 

이주 소수자들의 인권과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글을 써온 재일조선인 서경식 도쿄 게이자이대학 교수가 재일조선인의 역사를 쉽게 설명해주는 책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을 펴냈습니다. 


책의 출간기념 강연에서 서 교수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과거를 돌아보는 성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이 한일 역사문제에 대해 한국인들을 과거에 집착한다고 비난하며 무시하는 것이 한국의 집권층과 비슷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에서 흔히 들리는 말이 '조선 놈들이, 한국 사람들이 지나치게 과거에 집착해서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서 언제까지나 문제 삼고 책임, 책임 하니까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에 더 이상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구애받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과거를 무시하자는 것은 현재 잘 사는 사람들의 말이라며 우리나라 집권층이 '미래지향'이라는 말만 하며 과거를 성찰하지 않는 것을 꼬집은 겁니다. 이어 진정 미래로 향하기 위해선 과거로 고통 받는 이들의 과거를 돌이켜 역사적 원인을 성찰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나라에서도 국가 집권층이 이 말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미래지향, 미래지향' 하지요. 근데 저는 그것은 어느 국민, 어느 국가가 아니라 지금 있는 현실, 현재 있는 상황에서 이익을 받고 있거나 잘사는 사람들의 말이지 그런데 지금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그 고통의 유래, 역사적인 원인을 풀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돌이켜 성찰 안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과거에 대해 얘기하지 말라는 것은 지금 상황에 만족하는 사람들, 있는 사람들의 말입니다."

"고통받는 사람들, 고통의 유래 생각하려면 과거성찰 안 할 수 없어"  


 지난 7일 오후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재일조선인 서경식 일본 도쿄 게이자이대학 교수의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 저자와의 대화가 열렸다.
지난 7일 오후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재일조선인 서경식 일본 도쿄 게이자이대학 교수의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 저자와의 대화가 열렸다.최인성

그리고 서 교수는 우리가 성찰하는 과거에는 이주 소수자들 또한 포함돼야 한다며 외국으로 이주한, 혹은 이주당한 사람들 또한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단지 국가의 경계에 갇혀 '국가'가 주어인 역사는 진정한 역사가 아니라며 조선인 피해도 컸던 히로시마 원폭투하 사건을 예로 들었습니다.

"원폭 투하되고 일본이 패전하고 조선 민족이 해방됐다는 것이 역사적인 사실이죠. 그런데 원폭투하가 어디 역사입니까? 일본의 역사예요? 역사의 주어를 국가로 하면 그것이 일본사입니다. 근데 히로시마 원폭투하로 한 순간에 조선인 3만 명이 죽은 사실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3만 명입니다. 3만 명이면 병합 때부터 해방 때까지 역사 중에 한꺼번에 가장 많은 조선인들이 살육당한 사건이에요. 역사를 국가를 주어로만 보고 있으면 저희 같은 '디아스포라'라고 있는데요. 이산된 사람, 국적을 잃어버린 사람, 추방당한 사람들을 시야에 포함해서 똑같이 볼 수 없는 사람이 된다. 그런 것이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겁니다." 

서 교수는 재일조선인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증인이기도 하지만 지금 분단 상황에 처해 있으면서도 역사를 잊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을 자각하게 하는 증인이라는 뜻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우리와 같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아픈 과거로 인해 강제로 타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서 교수는 마지막으로 그들의 고통스러운 삶 또한 우리 역사의 소산이라는 것을 잊지말아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재일조선인 서경식 도쿄 게이자이대학 교수의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 표지
재일조선인 서경식 도쿄 게이자이대학 교수의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 표지반비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재일조선인)도 식민지 지배당해온 역사의 소산이고 우리는 이제야 특히나 3, 4세 같은 경우엔 문화도 모르고 역사도 모르고 언어도 서투른데도 같은 역사, 같은 유래 때문에 지금도 각기 곳곳에서 나름대로 또 시달리고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 겨레라는 것을 여러분께서 다시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일 젊은이들에게 재일조선인이 어떤 사람인지 쉽게 설명하는 책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 애써 외면하려했던 재일조선인들의 실제 고단한 삶을 그대로 실어 역사적 깨달음과 함께 타자를 대하는 현재의 모습도 뒤돌아보게 합니다. 

서경식 교수의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 저자와의 대화는 지난 7일 <오마이뉴스>에서 열렸습니다. 이 강연의 전체영상은 오마이TV와 유투브, 팟캐스트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저자와의 대화 #서경식 #재일조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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