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씨에게 온 체포구속통지서
고함20
- 농성하다가 유치장에 간 건 겨울의 일이다, 겨울에 강정마을을 다시 찾아간 건가?
"작년 9월부터 구럼비 바위 안으로 못 들어가게 펜스가 쳐진다는 얘기를 들었다. 너무 가슴이 아팠다. 나는 서울에 살고 있고, 내 삶에 치이면서 살고 있으니까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더욱 안타까웠다. 그래서 학기를 마치고, 서빙 알바해서 모은 돈을 모아서 겨울에 다시 강정마을에 갔다.
겨울에 강정마을에 갔을 땐 분위기가 바뀌어 있었다. 사람들도 많이 지쳐 있었고, 공사도 많이 진행이 됐던 상황이었다. 그냥 나는 똑같이 부스에서 일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구럼비 바위를 지키는 거였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쳐있는 봉사자들을 챙겨주고 싶었다. 내가 거기서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별로 없었다. 제주도에서 사는 사람이 아니니까.
어쨌든 불법 공사를 막고 싶었다. 그래서 연행되던 날도 매일 아침 공사장 정문 앞에서 하는 '생명 평화 백배 기도'를 평소처럼 했다. 그 후에 나는 1인시위를 하고 있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연좌농성을 하고 있는데, 경찰들이 갑자기 잡아간다고 방송을 하고 연좌농성 하는 쪽으로 막 몰려왔다. 나도 바로 연좌대열에 끼어서 그냥 잡혀들어 간 거다."
- 그 당시에 왜 불법 공사였나?"구럼비 바위에 대한 공사권한은 우근민 제주도지사한테 있었다. 그 분이 총선을 의식해서인지,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도 공사가 계속 진행되더라. 해군 쪽이 그런데 이걸 밀어붙이고 있었던 것이다. 해군 측에서는 공사가 10% 이상이 진행이 되면 되돌릴 수가 없기 때문에 공사를 한다고 했다. 도지사가 중지하라고 했는데도 계속 공사를하고 있었으니까 불법 아닌가."
- 유치장에 처음 가서 꽤 많이 놀랐겠다."나보다는 부모님이 더 놀라셨다. 통지서가 의외로 빨리 집으로 배송이 되어서, 부모님이 너무 걱정을 하셨다. 어쩔 수 없이 예정보다 빨리 집으로 올라왔다. 지금도 어머니가 너무 걱정을 하셔서 강정마을에 가서 장기간 머물기가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여전히 강정마을 사람들하고 연락하고 있고, SNS를 통해서 꾸준히 강정마을 소식을 듣고 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은 첫 단추부터 잘못- 이제는 앞서 말한 '진실'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나.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 절차의 문제와 환경 문제 두 가지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 내가 본 진실이었다. 그러므로 해군기지공사를 중단하고, 강정마을에 평화를 되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공사를 승인할 때도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원래 전남 화순과 서귀포 위미리가 검토되었고 처음에 강정은 후보지에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주민 1900여명 중 강정마을 전 이장과 해녀 할머니 87명만 마을회관에 모여서 임시마을회의를 열고, 단지 박수 몇 번만으로 해군기지를 승인한 것이다. 강정마을은 풍림콘도가 들어오는데도 일곱 번 이상의 마을 전체 회의를 했던 곳이다. 그런데 정작 해군기지 승인은 공문도 나오지 않고 마을 주민들도 대부분 모르는 상태에서 전 이장의 주도하에 처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나중에 700명 가량이 모여 제대로 주민 전체투표를 했다. 그때는 반대표가 90% 정도 나왔다. 하지만 정부나 그쪽(공사 주최하는 회사 측)에서는 그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처음 했던 승인 절차가 정당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공사를 진행한 거다. 지금 이 문제 때문에 강정마을이 두 개로 갈라섰다. 가족끼리, 동네 주민끼리 서로 싸운다. 형이 찬성인데 동생은 반대면 같이 제사도 안 지낸다. 서로 만나면 욕하고. 정말 조용하고 평안한 마을이었는데 마을 자체가 무너지게 생겼다."
-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지어지면 환경 훼손이 심각하다고 하는데?"강정마을 앞바다 구럼비 바위 앞은 유네스코, 국토해양부, 제주도가 지정한 '절대환경보존지역'이었다. 그러나 보존지역 지정 역시, 제주도 의회에서 날치기로 없애 버렸다. 구럼비 바위 자체도 제가 우리나라에서 1.2km로서 가치가 있고, 그 앞에 있는 보호해야 할 환경생물도 한 두가지가 아니다. 자연을 이런 식으로 훼손할 수는 없다."
- 평화를 위해 해군기지의 필요성을 전면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다."사실 나는 해군기지가 안보에 의해 필요하다면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휴전상태라는 걸 감안해야 한다. 다만 안보를 위한답시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거나, 환경을 파괴하는 일을 정당화 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강정마을은 해군기지로 입지도 좋지 않은 곳이다. 제주도에서 허락한 이유가 강정이 하와이 같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계획되어 15만톤 크루즈 두 대가 동시에 입항이 가능한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 지금 해군과 제주도 의회간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제대로 된 시뮬레이션 결과, 크루즈 두 대가 들어오지 못한다면 제주도 측에서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또 군대 다녀온 사람은 알겠지만 기지가 은폐엄폐가 되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강정마을은 서귀포 최남단에 가장 튀어나와는 곳이다. 적이 미사일을 쐈을 때 막을 방법도 없는 곳이다. 그런데도 이미 공사가 시작됐으니 끝까지 기지를 지으려고 하는 것이다."
- 문제가 상당히 많은 것 같은데도 왜 지으려고 하는 것 같나?"아무래도 돈이 걸려 있는 문제일 테니까. 기지 짓는 데만 1조 이상 들어가고, 크루즈선 하나 만드는 데는 2조 이상이다. 삼성과 대림 등 (공사 참여하는) 기업들은 해군기지 강행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또한 해군 쪽에서도 기지건설에 관여한 군인들은 공사를 강행시켜야 공을 인정받을 수 있지 않겠나."
해군기지 문제를 이념 논란으로 바라보지 말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