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시티(Golden City)가는 길이 날 미주리 주에서 캔자스 주로 넘어가는 기쁨을 만끽했다.
최성규
페어 그로브(Fair Glove)에서 월넛 그로브(Walnut Glove), 애쉬 그로브(Ash Glove)를 거쳐 에버턴(Everton)까지는 자잘한 언덕이 제법 있다.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작은 둔덕들은 목표 달성에 방해가 된다.
한창 낑낑댈 무렵 동진(東進)하는 라이더를 한명 만났다. 집 근처 마실 나온 마냥 매우 가벼운 복장이다. 겉보기와 달리 그는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에서 출발해 버지니아 주 요크타운(York town)으로 향한다.
"짐도 없이 라이딩을 해요?""가족이 그날 그날 목적지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지."대륙을 횡단하는 라이더들은 각양각색이다. 세상의 온갖 짐을 자전거에 떠맡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지원차량에다 모든 짐을 맡겨버리고 도로를 쏜살같이 질주한다. 든든한 지원군의 힘 덕에 이 아저씨는 하루에 120마일을 주행한다.
사실 이 정도도 약과다. 그는 도중에 괴물 같은 3인조 라이더 그룹을 만났다.
"걔네들은 짐도 없고 잠도 없어."단 두 시간만 눈을 부치면서 하루에 250마일을 이동한다.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시작한 여행이 뉴욕까지 채 20일이 안 걸린다.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다. 그런가 하면 이틀 전 만난 휘태커(Whitaker) 부부는 세월아 네월아 하며 하루 40~50마일만 뛰지 않던가?
주행거리가 50마일쯤 됐을 무렵. 펜스보로(Pennsboro)를 지나자 길이 곧아지며 아주 완만해진다. 속도가 붙는다. 평탄한 길에서는 꾸준하게 15, 16마일의 속도가 나오고 약간 비스듬한 내리막일라치면 19마일로 달리는 맛이 제법이다. 사방팔방은 그야말로 산 하나 없는 벌판. 좌우로 대규모 농장이 펼쳐져 있다.
골든 시티(Golden City)에 도착. 여기서 피츠버그까지는 33.5마일. 도중에 마을은 없다. 가려면 끝을 봐야 한다.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고민은 짧게. 10초 후 나는 자전거 핸들을 다시 손에 쥐었다.
시간은 4시 반. 평탄한 지형을 한번 믿어 보겠다. 오후 8시 전에 도착할 것. 이제 쉼 없는 페달질만 필요할 뿐이다. 지도는 필요 없다. SR 126번만 쭉 따라가면 된다.
파죽지세다. 앞뒤 모두 고단으로 놓고 밟아댄다. 바람을 가른다. 오토바이 라이더들의 기분이 이해된다.
10마일을 남겨 놓고 또 동진(東進)하는 라이더들을 만난다. 제임슨(Jameson)과 로렐(Laurel).
"일본인이에요?""한국인인데요.""오, 한국! 우리, 파주에서 1년 동안 영어교사로 일했는데."로렐(Laurel)은 한국음식이 그립지 않느냐며 말을 이었다. 당연히 그립죠. 그녀에게도 김치는 외로운 한국 생활에서 삶의 낙이 되어주었다. 어딜 가나 현지 음식에 100% 적응하는 사람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