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거기'중. 선술집에서 벌어지는 네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삶을 돌아본다.
문성식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9월 7일부터 11월 25일까지 공연되고 있는 연극 <거기>는 평범하지만 제각각인 네 명의 중년남자와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닌 한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는 잔잔한 감동의 드라마였다.
무대에는 아담하지만 정감 있는 선술집이 보인다. 거기에 두 남자가 있다.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는 노총각 장우(김승욱 분, 9월 27일 공연)와 선술집 사장 병도(김훈만 분)다. 곧이어 집 수리공 진수(오용 분)가 등장한다. 진수는 아픈 어머니 병수발을 하며 산다. 이들은 자신들의 근황을 얘기하다 곧 한 사람, 부동산 중개업자 춘발에 대해 험담 반, 소식 반 이야기한다.
춘발은 별명이 '실바'이다. 실리콘과 바세린의 합성어이다. 이렇게 다소 음탕하고 시끄러운 남자들의 허세와 시시껄렁한 농담으로 시작하는 연극은 매일 저녁, 일터에서 하루 일과를 끝내고 기분 좋게 혹은 기분이 나빠서 마감하는 '술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으로 시작한다. 그것도 젊은 남자가 아닌 인생을 절반 정도 지낸 남자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욱 진솔하다.
드디어 '실바'가 한 묘령의 여인, 김정(오유진 분)을 데리고 등장한다. 예의바르고 얌전해 보이는 이 여인은 시종일관 네 남자들의 떠들썩한 대화 사이를 수동적으로 듣기만 한다. 이 좁고 작은 마을에 새로 이사를 왔는데 부동산 중개업자인 춘발이 특유의 능수능란함으로 오늘 한잔 대접하는 것이다.
이들은 이 작은 마을, 작아서 누구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속속들이 알 수 있는 이 마을에서 태어나서부터 살거나 어린 시절부터 살아온 마을 토박이들이다. 술집에 앉아서 서로의 짧은 안부 후에 안주거리로 옛날 얘기, 특히 귀신 얘기를 하며 김정에게 잘 보이려고 호들갑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