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주년 기념반 세트
Sony Music
Thriller의 성공으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팝스타가 된 마이클은 유명세를 좋은 일에 사용하곤 했다. 기부와 후원은 점점 늘었고, 1985년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와 함께 아프리카 기아 난민을 돕는 싱글 'We Are The World'를 완성했다. 그 프로젝트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후 마이클은 'Bad'라는 앨범을 만들기 위해 굉장히 많은 시간을 보냈다.
완벽한 앨범을 완성하기 위한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치열했고, 긴장감이 넘쳤다. 곡을 만들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공동 프로듀서인 퀸시와 다투기도 했다. 여러 음악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앨범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 마이클은 다양성에 부합하는 최고의 인물들을 세션 멤버로 초빙했다. 지미 스미스(Jimmy Smith), 에릭 게일(Eric Gale), 스티브 포카로(Steve Porcaro), 그렉 필링게인스(Greg Phillinganes), 스티브 스티븐스(Steve Stevens), 나단 이스트(Nathan East) 등 록과 재즈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 열광할 수밖에 없는 라인업을 갖췄다.
마이클은 전작과 유사한 것을 원치 않았고, 완벽한 악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새 앨범을 위해 60곡을 준비했고, 그중 절반 이상이 앨범 3장에 수록되길 원했다. 그러나 퀸시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마이클에게 10곡을 수록한 1장짜리 앨범을 제안한다. 결국 LP에는 10곡, CD에는 보너스 트랙을 하나 추가하여 앨범을 발표했다. 제작 기간과 비용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당시 음악계는 차트를 주름잡던 뉴웨이브가 주춤하고 본 조비(Bon Jovi), 유투(U2), 포이즌(Poison) 같은 록 밴드가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렇다. 대중은 좀 더 뜨거운 것을 원했다. 퀸시와 마이클은 마치 이런 변화를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거친 앨범, 거친 이미지를 만들어내려고 했다.
그래서인지 타이틀곡 'Bad'는 확실히 과거에 비해 거칠고 비장한 느낌이 있다. 퀸시는 이 곡을 프린스(Prince)와 함께 작업하길 원했다. 직접 프린스를 만나 마이클과의 듀엣도 제안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대신 거장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에게 비디오 촬영을 부탁했고, 18분짜리 뮤직비디오가 완성됐다.
이 곡의 오르간 솔로는 재즈 오르간을 대표하는 거장 지미 스미스가 맡았다. 'The Way You Make Me Feel'은 마이클 잭슨 최고의 작품 중 하나다. 경쾌한 멜로디와 비트, 뮤직비디오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다. 퀸시도 이 곡을 굉장히 만족스러워했다. 마이클은 뛰어난 프로듀싱 능력을 보여줬다. 마이클의 천재성을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본 퀸시도 많은 것을 배웠다. 그가 마이클을 키웠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그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도움을 주고받은 완벽한 파트너였다.
오토바이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Speed Demon'의 사운드는 매우 독특하다. 마이클의 창작력과 다양한 상상력이 빛난 흥미로운 곡이다. 미디 색소폰 솔로와 기타, 퍼커션, 신시사이저 등 파트별 연주도 돋보인다. 여성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되는 'Liberian Girl'은 퍼커션이 돋보이는 신비한 발라드다. 이 곡은 잭슨스(The Jacksons)의 'Victory'(1984) 앨범에 수록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결국 뒤늦게 빛을 보게 되었다.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가 참여한 것을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Just Good Friends'는 밝고 화려한 사운드와 경쾌한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처음부터 듀엣용으로 생각하진 않았지만, 완벽한 듀엣곡이 되었다. 'Another Part Of Me'는 앨범 작업 초반에 작곡한 노래다. 'Bad'처럼 거친 느낌이 있는 멋진 곡이다. 대신 마이클이 앨범에 넣길 원했던 'Streetwalker'는 제외됐다. (그 곡은 2001년 발매된 스페셜 에디션에 보너스 트랙으로 실렸다.)
'Another Part Of Me'는 마이클이 주연을 맡은 영화 <캡틴 이오(Captain EO)>(1986)에서 먼저 선보였다. 이후 마이클은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영화 <문워커(Moonwalker)>(1988)를 제작했는데, 예고편에도 이 곡이 실리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문워커> 초반에 마이클이 'Man In The Mirror'를 부르던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 어린 나이에 그 모습을 보며 눈물을 참던 기억이 난다. (옆에 친구만 없었다면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이 곡에는 아름다운 선율과 코러스, 희망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 작곡자인 시다 가렛(Siedah Garrett)과 가스펠 그룹 위넌스(The Winans), 그리고 안드레 크라우치 합창단(The Andrae Crouch Choir)은 백킹 보컬로 참여했다. 지금도 이 곡의 도입부를 들으면 가슴이 설렌다.
시다 가렛(Siedah Garrett)과 듀엣으로 노래한 아름다운 발라드 'I Just Can't Stop Loving You'는 수록곡 중 가장 대중적이다. 이 곡은 스페인어 버전으로도 녹음됐다. 2012년 9월 발매 예정인 25주년 기념반 첫 싱글이기도 하다. 6월 5일 발매된 싱글 앨범에는 미발표 데모곡인 'Don't Be Messin' Round'가 함께 수록됐다. 'Beat It'보다 더 격렬한 'Dirty Diana'는 스티브 스티븐스가 기타를 연주했다. 뇌쇄적이고 세련된 하드록 발라드다. 열광적인 공연 장면을 담은 뮤직비디오도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곡이다.
최고의 뮤직비디오로 손꼽히는 'Smooth Criminal'은 매우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댄스 넘버다. 미국 밴드 에일리언 앤트 팜(Alien Ant Farm)이 커버한 버전도 인기를 끌었다. 비트가 매우 독창적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 회자되는 곡이다. 당시 CD 보너스 트랙으로 실린 'Leave Me Alone'은 겹겹이 층을 이룬 보컬 때문에 작업하면서 애를 먹은 곡이다. 마이클은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노래에 담았고, 두터운 화음에 보이지 않는 분노를 실은 곡으로 평가받았다. 2009년 마이클이 세상을 떠난 뒤 롤링 스톤(Rolling Stone) 매거진은 이 곡이 기념비적인 작품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Leave Me Alone'에서 자신을 편견 없이 봐달라고 외친 마이클은 점점 고독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사생활이 큰 위협을 받자 더욱 철저하게 자신을 통제했다. 유감스럽게도 늘어나는 인기만큼 매스컴의 공격도 거세졌다. 그래도 대중은 마이클의 편이었다. 1980년대에 발표한 2장의 앨범으로 팝음악의 여러 기록들을 갈아치운 마이클을 팝의 황제(King Of Pop)로 부르기 시작했고, 123회의 'Bad Tour'는 당시 최고의 공연 수익을 기록했다. 그리고 그 수익은 엄청난 기부로 이어졌다.
자서전 <문워크(Moonwalk)>(1988)는 베스트셀러가 됐고, 영화 <문워커>는 가장 많이 판매된 홈비디오가 되었다. 마이클의 천재성이 빛난 야심작 'Bad'는 많은 이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안겨준 앨범이었다. 훌륭한 가수이며 작곡가, 프로듀서로 거듭난 '또 다른 출발점'이기도 했다. 벌써 25년이라는데, 세월이 느껴지지 않는다. 영원한 청년 마이클처럼. 고요한 새벽에 'The Way You Make Me Feel'을 들으면, 아직 마이클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