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머리 풀고 몸뻬 입어서라도..."

당 쇄신 요구에 박 후보 "낼 모레가 선거인데" 거부

등록 2012.10.04 16:37수정 2012.10.0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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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신 : 4일 오후 11시 24분]
당내 위기감 폭발해도 '요지부동' 박근혜

총 29명의 의원들이 발언을 신청했다. 4일 오후 열린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정책의총은 장장 4시간을 넘기며 대선 패배에 대한 위기감을 토로하는 장으로 변모했다. 박근혜 대선후보를 제외한 당 지도부 및 선대위 인사들을 물갈이하고 새 판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대선을 불과 76일 남겨놓은 상황에서 그동안 쌓여있던 불만이 폭발한 셈이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는 "당 안에서 항상 다양한 의견이 있지 않느냐"며 쇄신주문을 일축했다. 그는 이날 울산·부산 방문 일정을 마친 뒤, 기자들로부터 '지도부 총사퇴론' 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지금은 내일 모레가 선거기 때문에 힘을 모아서 선거를 잘 치러야 되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결국 4시간 동안 분출된 요구를 일축한 셈이다.

지도부도 마찬가지였다. 의총 직후 긴급 최고위를 연 당 지도부는 의총에서 제기된 '새 판 짜기'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추석 연휴 기간 민심을 수렴한 의원들의 쇄신 요구를 후보와 당 지도부가 일축한 셈이라 향후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4시간 동안 분출된 '쇄신요구' 물거품... 당내 진통 예상돼

사실 정책의총이 쇄신의총으로 변모하게 된 데는 현 상태로는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된 까닭이 크다.

박근혜 후보가 지지율 추락을 자초했던 역사인식 문제에 대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추석 연휴 직전 '다운계약서 작성'이란 악재를 맞았지만 각종 여론조사의 양자대결에서 여전히 박 후보를 앞서고 있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역시 박 후보를 바짝 뒤쫓고 있다.


무엇보다 박 후보의 지지율이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탓도 크다. 추석 연휴 직전 '매머드급' 선대위 인선을 발표했지만 연극배우 손숙, 유도 메달리스트 김재범 등 선대위 인선을 부정하거나 번복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여기에 추석 연휴 기간 확인된 지역 여론 역시 호의적이지 않다는 게 그동안 침묵하던 의원들의 입을 열게 한 셈이다.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으로 인선된 유승민·남경필 의원이 먼저 '친박 2선 후퇴론'을 불 지피며 선두에 섰다. 특히 유 의원은 이날 오후 의총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총 결론은 후보 빼고 나머지 사람을 백지상태에서 새로 생각하자는 것"이라며 "선대위고 당대표고 원내대표고 다 포함해서"라고 말했다. 완전히 새 판을 짜야 현재 봉착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토론장을 잠시 떠났던 이한구 원내대표가 복귀한 뒤로도 쇄신 주문은 계속 이어졌다. 김영우 의원은 의총장을 나와 "지금 후보가 흔들리면 안 되지만 (선거운동을 기획할) '디렉터'가 필요하다"며 "누군가에게 전권을 주고 비상대책위를 꾸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선거는 기대심리를 반영하는 것인데 현 지도부는 너무나 예측가능한 선거를 진행 중"이라며 "문제가 안 풀릴 땐 모든 걸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선대위 진용이 짜인 상황에서 원점으로 돌리는 게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에도 "1달도 긴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또 "여당 후보임에도 경제위기 대응책이나 통치구조 개헌 등 굵직한 이슈를 주도하는 게 아니다, 인지도를 높일 필요가 없는데 야당 후보처럼 움직이고 있다"며 "(후보 측에서) 소통과 미팅을 착각하면 안 된다, 하루에 두 차례 일정을 소화하더라도 감동이 있고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면 물갈이'를 반대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서상기 의원은 "친박 2선 후퇴론까지 말하는 의미를 이해하지만 그 경우엔 부작용이 있지 않겠나"라며 신중론을 폈다. 함진규 의원은 "우리가 서로 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비난하고 물러가라 해서 되겠나"라며 "힘을 합쳐야 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후보 비서실장인 최경환 의원도 "개인 입장으로는 언제든지 물러나고 싶다"고 했지만 이날 <연합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면서도 "선거가 80일도 안 남았는데 다 물러나면 누가 대선을 치르나"라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사퇴 거부' 황우여 "2선으로 후퇴할 측근이라 할 인사 누구 있나"

당 지도부는 이날 "새 판을 짜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지면서 의총 이후 긴급 최고위를 소집하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그러나 총사퇴 요구는 거부했다.

의총 직후부터 조짐은 보였다. 황우여 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부 의원들이 얘기한 것을 수렴하겠지만 당헌당규상 여러가지 문제가 있고 선거 전략도 봐야 한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필요하면 (사퇴) 하는데 지금 (내 생각만) 말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지도부 총사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은 밝혔다. 그는 "당무와 선대위는 좀 다르다"면서 "사퇴론이야 매일 듣는 애기다, 당에 도움이 되고 선거에 도움이 된다면야 지도부야 근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의총 마무리 발언에서도 "서로 상처주고 할 여력이 지금 없다"며 "심기일전해 앞으로 나가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 의총 내용을 브리핑한 신의진 원내대변인도 "(의원들이) 오늘 감정을 많이 교환한 자리인 것 같다"며 "후보 빼고 다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는 비유적 표현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의원 다수는 대혁신을 요구했는데 지도부는 아직 생각이 없는 듯 했다"고 평했다.

선대위 실무그룹에서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한 당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남경필·유승민 의원의 '친박 2선 후퇴론'도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후보 본인이 결단해서 (2선 후퇴가) 나왔다면 의미가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아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황 대표는 이날 긴급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과 같은 선거체제에서 당 대표를 바꾸는 것은 당헌상 힘들다"며 "(의총에서 제기된) 충정을 담아 선대위에 좋은 사람을 모시는 쪽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2선으로 후퇴하라고 말할 만한 (친박) 측근이 누가 있는가"라며 "내가 오늘 의총에서 '책임질 게 있으면 대표가 책임지는 것이지 밑에 사람들을 갖고 자꾸 그러지(흔들지) 말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1신 대체: 4일 오후 6시 57분]

각종 검증 공세에도 야권 대권 후보들의 지지율이 굳건하고,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답보상태를 보인 데에 충격을 받은 듯 새누리당에서 '후보만 빼고 다 바꾸자'는 전면 쇄신론이 힘을 얻고 있다.

4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선 대부분의 의원들이 '지금 이대로는 대선에서 진다'는 데에 의견이 일치했고. 상황 타개책을 논하면서는 지도부 총사퇴, 국정체제전환 공약 등 '새판짜기' 방안이 제시됐다.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이 4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대선후보를 제외한 당 지도부와 선대위원, 당직자 등의 총사퇴를 촉구했다.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이 4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대선후보를 제외한 당 지도부와 선대위원, 당직자 등의 총사퇴를 촉구했다.유성호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은 "이대로는 대선에서 필패한다. 나부터 (부위원장) 임명장을 돌려줄 용의가 있으니 선대위 진용을 다시 짜고 원점에서 시작하자"며 "(박근혜) 후보에게 전권을 백지위임하자"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의총에선 유 의원을 비롯한 김희국, 이종진 의원 등 대구지역 의원들이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에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현지 민심을 전달한 게 참석 의원들에게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유 의원과 함께 선대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남경필 의원도 인적쇄신론을 제기했다. 남 의원은 "현재 우리 내부도 100% 상태가 아니라 다 갈라져 있지 않느냐. 모두 다 전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며 "나부터 지역구에서 선거운동 할테니, 중앙에서는 그동안 경험이 많고 실무에 뛰어나신 분들이 역할을 맡고, 신선한 외부 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우자"고 제안했다.

남 의원은 현재 상황을 "2002년 대선 때보다 안 좋은, 심각한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은 경제도 안 좋고, 정권교체 열기는 더 높아졌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도 어느 때보다 커졌다"며 "우리 내부에서도 열심히 안 뛰고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윤상현 "박근혜 의원직 내놓고 현장 뛰어야"

지금이 필패로 가는 위기 상황이라는 인식은 동일했지만 '후보 본인만 빼고 다 바꾸자'가 아니라 '후보 본인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성태 의원은 "후보 본인이 머리를 풀고 몸뻬를 입어서라도 바뀐 모습을 보여야 하고, 의원들은 삭발이라도 해서 이 구도에 변화를 줘야 한다"며 "이러다가 대선에 지고나면 다 무슨 소용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지금의 이 지도부 체제로는 야권의 단일화 후보를 이기지 못한다"며 당 지도부의 총사퇴를 주장하기도 했다.

친박계인 윤상현 의원도 당 지도부의 리더십 문제를 지적했다. 윤 의원은 "지금 당 지도부는 후보에 힘을 실어주는 게 아니라 후보에 무임승차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대선을 끌고 갈 당의 엔진이 꺼진 채로 후보 혼자 동분서주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계급장 떼고 선 수 떼고 일을 잘할 사람에게 자리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도 박근혜 후보가 변화된 모습을 보일 것을 주문했다. 윤 의원은 "(박근혜) 후보도 비례대표 의원직을 사퇴하고 현장에서 뛰면서 민생을 챙기면서 누구라도 손을 잡아야 하고, 특히 이재오, 정몽준 의원과 손을 잡는 게 그 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김용태 "분권형 개헌, 국가체제 개편으로 맞불 놓자"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인 남경필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경제민주화 정책의총에 참석, 이한구 원내대표의 발언을 눈을 감은채 경청하고 있다.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인 남경필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경제민주화 정책의총에 참석, 이한구 원내대표의 발언을 눈을 감은채 경청하고 있다.유성호

'지금 이대로는 야권의 단일화 구도를 넘어설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고 '후보 빼고 다 바꾸자'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 가운데, 김용태 의원은 '분권형 국가체제 개편'으로 야권 단일화에 맞불을 놓자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4년 중임제)개헌은 필수다. 이걸 차차기 대통령 때부터 하지 말고 당장 차기 대통령부터 임기를 1년 1개월 단축하겠다고 이슈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가체제 개편 방향을 "현재 대통령 직속인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하고, 청와대의 인사권을 국회의 감시하에 두고, 중앙정부 권한 상당부분을 지방정부로 이관하고, 정부체제도 통일에 대비한 체제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나온 '후보 빼고 다 바꾸자'는 아우성은 현재 당과 선대위 요직을 장악한 채 박근혜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친박계 핵심들을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의 심각성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토론이 시작된 지 얼마 안돼 의총장을 떠났다가 토론 말미에 돌아왔다. 의원총회 중반쯤 회의장을 나선 최경환 박근혜 후보 비서실장은 '후보 빼고 다 바꾸자
'는 주장에 대해 "개인 입장으로는, 나는 언제든지 물러나고 싶다"고 밝혔다.
#유승민 #남경필 #친박 #전면쇄신론 #새누리당 선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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