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두 번씩이나 불어온 태풍으로 계곡은 엉망이 됐습니다. 하지만 자연이 그랬으니 그대로 둡니다. 그대로 두면 자연은 언젠가 아름다운 계곡으로 다시 바꿀 겁니다.
황주찬
자연이 비바람 몰고 와 만들어 놓았다
쌍계사를 뒤로하고 울창한 숲으로 들어서니 곧 계곡물이 시원스레 흐릅니다. 계곡을 건너려는데 주변이 어지럽습니다. 올해 불어닥친 두 번의 태풍으로 계곡 이곳저곳이 상처투성입니다. 계곡을 건너 숲으로 들어가기 위해 놓아 둔 커다란 돌다리도 불어난 물에 휩쓸려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계곡 옆에 가지를 드리우고 있는 나무들도 거센 물살에 밑동을 내줘 뿌리가 드러난 곳이 많습니다. 하지만 쓰러지고 부러진 나무들을 치울 생각을 하지 않았더군요. 강양호씨가 그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흩어진 돌들을 가지런히 모으고 숲길도 정리하려 했더니 문화재청에서 말렸답니다.
자연이 비바람 몰고 와 이렇게 만들어 놓았으니 그대로 두는 쪽을 택했답니다. 사람들이 다니기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만 치울 생각이랍니다. 숲을 자연이 만들어 놓은 그대로 유지하려는 마음 씀씀이가 특별해 보였습니다. 계곡을 따라 10여분 올라가니 울창한 숲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