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9월 19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정치쇄신특위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 후보 왼쪽은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
권우성
경제민주화를 놓고 형성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의 전선은 꽤 오래됐지만 아직 정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박 후보를 향해 '김종인이든 이한구든 둘 중 한 명을 선택하라'고 촉구하며 일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당 내 경제민주화 모임 등도 강하게 반발하면서 이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지난 7일 "박 후보가 말하는 경제민주화는 100% 실천돼야 한다"고 말하면서 한 발 물러서는 척 했지만, 이는 김 위원장에 대한 양보가 아니다. 이 원내대표는 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경제민주화라는 게 (방향이) 많지만 박 후보가 말씀하신 것 같으면 좋다"며 "박 후보가 어차피 후보 공약으로 결정하실 테니 그건 백업(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후보가 공약으로 내건다면 입법을 지원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또 이 자리에서 "사퇴한다고 (기사를) 쓰면 완전 오보"라며 전혀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김종인 위원장은 8일 현재까지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박근혜 후보가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을 영입해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임명하려는 것도 현재로선 잃은 게 더 많다고 평가된다.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 등 상당수 특위 위원들이 직을 걸고 반발하고 있는데, 이유는 '정치쇄신하자 해놓고 권력형 비리 인사를 영입하는 건 안 된다'는 것이다.
한 전 고문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던 나라종금 퇴출저지 청탁사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지만, 그 결과가 어떻든 안대희 위원장으로선 한광옥 전 고문 영입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안 위원장은 나라종금 수사 당시 대검 중수부장으로 수사를 지휘했기 때문에 '당시 담당검사가 문제 있다'는 한 위원장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한 전 고문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안 위원장도 '한 전 고문 중용시 나는 사퇴한다'고 배수진을 쳤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이한구냐 김종인이냐 선택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광옥이냐 안대희냐 선택하라'고 박 후보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원칙 무너진 박근혜 "각자 열심히 할 때" 되풀이최경환 의원이 후보 비서실장 직에서 사퇴했지만, 박근혜 캠프의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친박 핵심 대 '나머지'의 대립구도는 해결점이 안 보인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출마선언과 함께 하향세를 그린 박 후보의 지지율이 추석 이후에도 회복될 기미가 없고, 추석민심에서 '이대로는 어렵다'는 판단을 한 의원들 다수가 '후보 빼고 다 바꾸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후보의 입장은 단호했다. 박 후보는 전날에 이어 8일 충북지역 언론사 보도·편집국장과의 오찬간담회에서도 "선거가 내일모레인데 막바지에 모든 것을 교체하자며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의 분명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황우여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단결을 강조하면서 지도부 총사퇴론을 일축했다.
'후보 빼고 다 바꾸자'는 주장을 한 의원들도 물러설 기세가 아니다. 일부 의원들은 조만간 모임을 열어 인적쇄신을 관철시킬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갈등국면은 지속되고 있지만, 박 후보는 '싸우지 말고 각자 최선을 다하자'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박 후보는 전날에 이어 8일에도 "선거를 치르고 난 뒤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자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을 위해서라고(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된 데 대한 박 후보 자신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먼저 박근혜 후보가 그렇게도 중시한다고 말하는 '원칙'이 무너졌다.
이날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한광옥 중용시 사퇴' 입장을 밝히면서 "어려울 때 원칙을 지키는 경우 결과가 더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리전력이 있는 한 전 고문의 영입은 정치쇄신이라는 박 후보의 원칙에 자가당착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표만 열심히 모으라고? 이 모든 상황은 박근혜가 만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