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정말 싫은건, 늘 팔에 주사 바늘을 꼽고 있어야 하는 일 그리고 정말 중환자가 되어 간다는 약해지는 생각...서둘러 퇴웠했던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신광태
"내 손 좀 잡아줄래? 팔이 저려 미치겠어." 보통 술에 떡이 되어 돌아온 다음날 아침은 지각을 할 정도로 늦잠을 자는 편인데, 그날은 팔의 통증 때문에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났습니다.
"당신 어제 무슨 일 있었는지 기억나?"
"아니 모르겠는데 어떻게 내가 집에 왔지?"집사람의 말은 어제 내가 술자리에서 화장실에 가다가 문지방에 걸려 넘어졌답니다. 그리고 화장실 바닥에 이마를 부딪쳤고, 잠시 기절을 했으며 코피를 심하게 흘려 의료원에 다녀왔답니다. 그런데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당신 팔이 저린 건 어제 넘어질 때 손을 바닥에 짚어서 일거야."
"그러면 손바닥이 아파야지 왜 팔이 이렇게 저릴까?"
"내가 의사가 아니니 알 수는 없지만 걱정 말고 자! 내가 이따가 파스 사다 붙여줄게."지금까지 아내가 내게 했던 말은 그렇게 틀린 적이 없었던 탓에 그러려니 믿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심한 통증에 잠이 안 옵니다.
"미안한데, 나 좀 태우고 춘천에 있는 병원 응급실에 가면 안 될까?"병원가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던 내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뭔가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은 느낌' 이마를 부딪쳤는데 코피를 심하게 흘렸다는 것도 그렇고, 팔이 저린다는 게 상식선에서 이해가 되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응급실에 어떻게 갔는지 잘 기억도 안 납니다. 당연히 양치도 머리도 감지 않은 몰골에 집에서 자던 그 복장으로 병원을 찾은 겁니다.
"넘어져 이마를 부딪쳤는데 팔이 저리고 통증이 심해서 왔어요."
"네~ 저쪽에 앉아서 대기해 주세요."오죽했으면 응급실을 찾아왔을까만, 응급실 접수자는 태연하기만 합니다. 한참을 아픈 팔을 잡고 기다려 CT와 MRI촬영을 마쳤습니다.
"선생님의 경우는 이마를 부딪치며 넘어질 때 목의 5번과 6번 관절에 이상이 왔습니다. 그래서 그 신경계통인 팔로 전달이 된 것이구요. 수술보다 주사와 약물치료로도 가능할 것 같으니까 일단 입원하시죠?" 졸지에 팔자에도 없는 병원입원 신세가 된 겁니다. 병실은 신경외과. 병실에 들어서자 어느 신병이 들어왔는지 궁금한 듯 모든 환자와 가족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합니다. 그날 아내는 늦은 밤까지 자리를 같이하다 다음날 출근을 위해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당신이 죽지 않아서 내가 이 생고생이지, 이 웬수야!"위문을 오셨는지 아니면 괴롭히길 작정하고 오셨는지, 옆 병상 침대에 누워 식물인간처럼 허공만 응시하는 (환자) 할아버지를 두고 병문안 오신 할머니는 밤새도록 같은 말만 되풀이합니다. 아마 젊었을 때 할아버지께서 할머니께 잘해 드리지 못했나 봅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 나도 지금까지 집사람에게 잘해 준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에 불현듯 겁이 덜컹 났습니다.
술 마시고 다쳤으면 병원비도 아빠가 내야 하는 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