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보안관', 한국인 몰래 감시 논란

한국인 차량에 GPS 몰래 부착...운송노동자 "정규직 없애고 기간제 고용하려는 꼼수"

등록 2012.10.18 17:27수정 2012.10.1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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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평미군기지 전경 일부. 사진 속 컨테이너 차량에 지피에스(GPS)를 부착해 한국인 운송 노동자들의 동선을 파악한 것이다. <부평신문 자료사진>
부평미군기지 전경 일부. 사진 속 컨테이너 차량에 지피에스(GPS)를 부착해 한국인 운송 노동자들의 동선을 파악한 것이다. <부평신문 자료사진>한만송

주한미군 교역처(AAFES: 미 육·공군 복지지원단) 소속 미국인이 한국인 노동자 차량에 몰래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기기를 부착해 수개월 동안 감시한 것으로 드러나 인권침해 논란이 예상된다.

<부평신문>이 단독 취재한 결과, 주한미군 교역처 소속 보안관(Safety&Security)은 부평미군기지(이하 캠프마켓)에서 근무하는 수송 담당 직원 차량에 GPS 기기를 부착해 수개월 동안 감시했다. 캠프마켓 종사자들은 GPS 기기를 부착한 교역처 소속 미국인을 '보안관'이라고 부른다.

캠프마켓 종사자들에 따르면, 보안관은 교역처 소속으로 군인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보안관'의 직급은 'Area LP Manager'가 있고, 'LP Manager', 'Assistant'로 나뉜다. 

주한미군 소속 미국인 한국 현행법 위반

우리나라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15조(위치정보의 수집 등의 금지)에 따르면, 재난 기관 등에 의한 긴급구조 상황을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개인 또는 소유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당해 개인 또는 이동성이 있는 물건의 위치정보를 수집·이용 또는 제공해서는 아니된다. 이를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결국 주한미군 교역처 소속 미국인이 대한민국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다.

취재 결과, 이 보안관은 캠프마켓에서 전국 주한미군기지로 물품을 수송하는 차량에 GPS 기기를 부착, 운송노동자들의 동선 등을 파악했다. 캠프마켓은 주한미군에 각종 보급품을 전달하고 폐품 등을 회수하는 보급창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캠프마켓에서 생산하는 빵은 대한민국 곳곳의 주한미군에 보급된다.


보안관은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캠프마켓에서 운행하는 트럭에 GPS 기기를 부착해 "군산까지 출장 간 한국인 노동자들이 고의로 초과 근무해 수당을 받았다"며 해당 운송노동자들을 해고하려 하고 있다. 캠프마켓에서 트럭을 운전하는 23명이 5개월 동안 수령한 초과 근무수당 총액(약 2000달러)은 대략 개인별로 5개월 동안 적게는 몇만 원에서 많게는 십여만 원에 불과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운송노동자는 "보통 운송 차량은 새벽 4~5시에 출발한다. 그러려면 새벽 3~4시께 일어나야 한다. 군산까지 가는 데 5~6시간 걸리고, 하역하는 데 1~2시간 걸린다. 다시 부평으로 올라오는데 5~6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주한미군 교역처는 운전 중 오전 15분, 오후 15분, 점심시간 30분 이외에는 쉬지 못하게 했다"며 "피곤이 누적돼 불가피하게 잠시 쉬어 늦게 도착해 초과 근무를 하게 됐다, 하지만 고용된 한국인들은 약자들로 보안관이 GPS 증거를 내밀자 대부분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부평지부 조합원들이 작년 7월 28일 부평미군기지 출입구에서 집회를 개최, 주한미군 교역처가 최근 수송 직원들에게 통지한 해고 예고는 부당하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 모두는 결국 해고가 됐다. 주한미군 8군 법정에서 2명의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했지만, 주한미군은 이들 모두를 해고했다.<부평신문 자료사진>
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부평지부 조합원들이 작년 7월 28일 부평미군기지 출입구에서 집회를 개최, 주한미군 교역처가 최근 수송 직원들에게 통지한 해고 예고는 부당하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 모두는 결국 해고가 됐다. 주한미군 8군 법정에서 2명의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했지만, 주한미군은 이들 모두를 해고했다.<부평신문 자료사진> 한만송

주한미군,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인 노무자 해고?

주한미군 교역처는 지난해에도 캠프마켓에 근무하는 수송 직원 29명을 '출장지 숙박 허위 영수증 제출' 이유로 해고했다. 당시 사건은 주한미군 범죄수사대(CID)에서 수사했지만, 이번 GPS 설치·조사는 주한미군 교역처 소속 민간인으로 알려진 보안관이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 주한미군, 비용 줄이려 운전기사들 해고? )

주한미군과 관련된 행위에 대해 수사권도 없는 민간인이 불법적으로 한국인 노동자들이 운행하는 차량에 GPS 기기를 설치하고 조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캠프마켓에서 근무하는 또다른 한국인 노동자는 <부평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이번에 불법 GPS를 부착해 노동자를 해고하려는 건, 새롭게 기간제 직원을 채용하려는 미군의 꼼수"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정말 문제가 있다면, 운행에 대해 조사해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맞다"며 "불법적인 조치를 통해 얻은 정보로 징계 운운하는 것은 인권탄압일 뿐아니라, 미군이 지향하는 가치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교역처는 지난 8월 전국 미군기지에 물건을 배달할 1종 대형면허 소지자 20여 명 채용(2년 기간제)을 공고했고, 이달 16일 용산 미군기지에서 이들을 교육했다.

미국 대법원도 영장 없는 GPS 장착은 불법 판결

이번 사건과 관련해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이광호 사무처장은 "주한미군 교역처 직원이 GPS 장치를 한국인 노동자의 차량에 장착해 감시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단순한 불법을 넘어 불평등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을 악용한 것이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며 "한미주둔군지위협정을 하루 속히 개정하고, 불법을 저지른 미국인에게는 한국 법을 적용해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대법원은 올해 1월 GPS 장치를 법원의 영장 없이 설치해 증거를 확보한 뒤 기소한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연방수사국(FBI)이 마약거래상으로 의심되는 안토인 존스 차량에 불법적으로 GPS 기기를 장착해 증거를 확보했지만, 미국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미국 대법원은 "경찰은 용의자 차량에 GPS를 부착하고 차량 이동을 감시하는 데 사용하는 것을 '수색'이라고 판단했다"며 "하지만 이런 수사방식은 영장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연방수사국이 영장 없이 마약거래상 안토인 존스의 차량에 GPS를 부착하고 이 기기를 활용해 그를 추적한 것은 권리 침해라고 판결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부평미군기지 #캠프마켓 #AAFES #위치정보 #G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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