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평에 네 식구, 직접 만들면 가능하다

[서평] 만들어 사니 이렇게 좋은 걸 <아홉 평 나의 집>

등록 2012.10.23 13:55수정 2012.10.2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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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대 후반의 나이를 넘긴 중년들이 갖는 로망은 내 손으로 지은 집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40대 후반의 나이를 넘긴 중년들이 갖는 로망은 내 손으로 지은 집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임윤수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는 사회초년생들이 공통으로 갖는 커다란 목표 중 하나는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부모 잘 만나 초등학생 나이쯤에 이미 수십억 대의 자산가가 되는 부잣집 자식들에겐 기대도 의미도 없는 얘기가 되겠지만 대개의 사람들이 갖는 직장생활, 사회생활의 첫 목표는 내 집을 마련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대개의 사회초년생들이 갖는 목표가 내 집 마련이라면 40대 후반의 나이를 넘긴 중년들이 갖는 로망은 내 손으로 지은 집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내 손으로 짓는 집에는 거주 공간으로서 뿐만이 아니라 여생의 삶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 동반자 같은 개념을 투영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쉽지 않습니다. 사회초년생이 내 집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나이 지긋하게 먹은 중년 중에서 내 손으로 지은 집에서 살아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만들어 사니 이렇게 좋은 걸, <아홉 평 나의 집>

<아홉 평 나의 집>은 일본인 저자 하기와라 슈가 37살이었던 1999년에 9평짜리 내 집, '스미레 아오이 하우스'를 짓는 과정을 기록한 파노마라필름 같은 내용입니다. 집의 이름이 된 '스미레 아오이'는 저자의 두 딸입니다. 저자의 9평짜리 집은 1층이 9평, 2층이 6평으로 된 2층 구조에 15평의 면적을 갖는 집입니다.

 <아홉 평 나의 집> 표지
<아홉 평 나의 집> 표지 홍시
저자는 두 번째 직장으로 리빙디자인센터 오존(OZONE)에서 '기둥'을 테마로 한 전람회를 담당하면서 만난 둥근기둥과 1952년에 지어진 건축가 마쓰자와 마코트씨의 자택을 재현한 기둥과 보를 만나면서 내 손으로 지은 내 집을 꿈꾸게 됩니다. 

꿈을 실현해 나가기 위해 내딛는 저자의 첫 발걸음은 아내(책에서는 마누라로 표현하고 있음)를 설득해 동의를 얻는 과정입니다. 아내의 동의를 얻은 후 집 지을 땅을 마련하는 과정은 인내와 발품,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좌충우돌의 연속입니다.


결국 450만 엔은 부모님께 빌리기로 했다. 결국 마지막에 믿을 수 있는 건 부모님뿐이다. 이런 바보 같은 아들이라도 걱정하시는 거다. 아들이 언제쯤 그런 얘기를 할까 기다리고 계셨던 듯하다. 부모님이 돈이 많은 분들이 아니다. 아버지는 공무원이라는 평범한 직업으로 정년까지 일하셨다. 그래도 우리 3형제에게 가능한 한 해 줄 수 있는 것은 다 해 주고 싶어 하셨다. -<아홉 평 나의 집> 124쪽-

집지을 땅 28평을 마련한 저자는 짓고 싶고, 살고 싶은 집을 구상합니다. 혼자만의의 생각이나 구상이 아니라 집이라는 공간을 함께 공유해야 할 가족, 아내와 두 딸의 의견까지 투영해 가며 설계도를 완성해 갑니다.


지진제와 상량식, 동양적 동질감 흠뻑 느껴져

겉으로 드러나는 설계도에서는 보이지 않았겠지만 설계도를 이룬 밑그림에는 저자의 집에 대한 철학, 가족 간의 사랑, 화목, 양보, 환경, 재생, 검소함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완성된 설계도를 바탕으로 내 집을 지어가는 과정에서 보이는 저자의 삶은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이며 '설렘'입니다. 게다가 지진제(地鎭祭)를 지내고 상량식을 올리는 과정은 동질감이 일만큼 토속적입니다.

7월 15일 상량식 이후 현장에 갈 기회가 늘었다. 건축주로서 거의 매일 들러 일꾼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과 다과를 대접하는 게 좋았다. 내 집을 잘 만들어 주실 분들이니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하지 않을까. 집만 그런 게 아니라 무슨 일이라도 같지 않을까. 돈을 지불했으니 고마워하는 마음도 없이 뭐든 요구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면 끝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나도 정신 차려야겠다. - <아홉 평 나의 집> 183쪽

1999년 1월 9일, 하루 동안 고민을 하고 가족들과 집짓기를 상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저자의 꿈, 내손으로 지은 9평 집에서의 생활은 10월 27일 이사를 하는 것으로 실현됩니다. 50년 가까이 된 기둥과 보를 재활용해 지은 저자의 '9평 하우스'는 2002년 4월부터 상품화되어 판매되기 시작했으며, 같은 해 11월에는 굿디자인상 금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지진제(地鎭祭)를 지내고 상량식을 올리는 과정은 동질감이 일만큼 토속적입니다.
지진제(地鎭祭)를 지내고 상량식을 올리는 과정은 동질감이 일만큼 토속적입니다. 임윤수

저자가 지은 9평 하우스는 아이들의 성장에 맞춰 2층에 방을 들이고, 데크를 다시 만들며 현실에 맞춰 생물처럼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내손으로 집 지으려면 갖춰야 할 최소한의 것들

4인 가족에 아홉 평 집을 설계하고 시공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합니다. 50여 년이나 된 기둥과 보를 재활용한다는 것도 본받을 만합니다. 하지만 정작 내손으로 지은 집에서 살기를 꿈꾸는 사람들이 <아홉 평 나의 집>에서 챙겨야 할 것은 내 집을 짓는 과정에서 보이는 저자의 마음과 자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소박하고 검소하지만 내용이 꽉 찬 내 집에 대한 정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펼치는 절실하고 진지한 열정, 바느질처럼 꼼꼼한 계획과 물 샐 틈을 허락하지 않는 철저한 검토, 절제하는 미덕과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자세를 보이는 긍정적인 마음 등이 내 집을 짓는 저자에게서 보여지는 마음이며 자세입니다.

'내손으로 지은 내 집'을 마련하는 과정이 궁금하고, 내 집을 짓는 과정에서 자칫 결여되거나 소홀히 할 수도 있는 필수요소를 사전에 챙기고 싶다면 <아홉 평 나의 집>에서 넉넉하게 챙길 수 있으리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아홉 평 나의 집>┃지은이 하기와라 슈┃옮긴이 박준호┃펴낸곳 홍시┃2012.10.15┃값12,000원

아홉 평 나의 집 - 만들어 사니 이렇게 좋은 걸!

하기와라 슈 지음, 박준호 옮김,
홍시, 2012


#아홉 평 나의 집 #박준호 #홍시 #지진제 #상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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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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