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평 나의 집> 표지
홍시
저자는 두 번째 직장으로 리빙디자인센터 오존(OZONE)에서 '기둥'을 테마로 한 전람회를 담당하면서 만난 둥근기둥과 1952년에 지어진 건축가 마쓰자와 마코트씨의 자택을 재현한 기둥과 보를 만나면서 내 손으로 지은 내 집을 꿈꾸게 됩니다.
꿈을 실현해 나가기 위해 내딛는 저자의 첫 발걸음은 아내(책에서는 마누라로 표현하고 있음)를 설득해 동의를 얻는 과정입니다. 아내의 동의를 얻은 후 집 지을 땅을 마련하는 과정은 인내와 발품,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좌충우돌의 연속입니다.
결국 450만 엔은 부모님께 빌리기로 했다. 결국 마지막에 믿을 수 있는 건 부모님뿐이다. 이런 바보 같은 아들이라도 걱정하시는 거다. 아들이 언제쯤 그런 얘기를 할까 기다리고 계셨던 듯하다. 부모님이 돈이 많은 분들이 아니다. 아버지는 공무원이라는 평범한 직업으로 정년까지 일하셨다. 그래도 우리 3형제에게 가능한 한 해 줄 수 있는 것은 다 해 주고 싶어 하셨다. -<아홉 평 나의 집> 124쪽-집지을 땅 28평을 마련한 저자는 짓고 싶고, 살고 싶은 집을 구상합니다. 혼자만의의 생각이나 구상이 아니라 집이라는 공간을 함께 공유해야 할 가족, 아내와 두 딸의 의견까지 투영해 가며 설계도를 완성해 갑니다.
지진제와 상량식, 동양적 동질감 흠뻑 느껴져겉으로 드러나는 설계도에서는 보이지 않았겠지만 설계도를 이룬 밑그림에는 저자의 집에 대한 철학, 가족 간의 사랑, 화목, 양보, 환경, 재생, 검소함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완성된 설계도를 바탕으로 내 집을 지어가는 과정에서 보이는 저자의 삶은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이며 '설렘'입니다. 게다가 지진제(地鎭祭)를 지내고 상량식을 올리는 과정은 동질감이 일만큼 토속적입니다.
7월 15일 상량식 이후 현장에 갈 기회가 늘었다. 건축주로서 거의 매일 들러 일꾼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과 다과를 대접하는 게 좋았다. 내 집을 잘 만들어 주실 분들이니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하지 않을까. 집만 그런 게 아니라 무슨 일이라도 같지 않을까. 돈을 지불했으니 고마워하는 마음도 없이 뭐든 요구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면 끝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나도 정신 차려야겠다. - <아홉 평 나의 집> 183쪽1999년 1월 9일, 하루 동안 고민을 하고 가족들과 집짓기를 상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저자의 꿈, 내손으로 지은 9평 집에서의 생활은 10월 27일 이사를 하는 것으로 실현됩니다. 50년 가까이 된 기둥과 보를 재활용해 지은 저자의 '9평 하우스'는 2002년 4월부터 상품화되어 판매되기 시작했으며, 같은 해 11월에는 굿디자인상 금상을 수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