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 우리동네에 떴다"이주여성들은 각각 자신의 삶, 에피소드, 다문화에 대한 생각을 짧은 영상 속에 담았다.
송옥진
서울의 이주여성이 자신들의 삶을 담은 작은 영화 시사회가 10월 25일 오전 11시 서울 신촌에 있는 카페 트립티에서 열린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이주여성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 '이주여성, 우리동네에 떴다' 영상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완성된 5개의 작품 시사회를 연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이주여성, 우리동네에 떴다' 프로그램은 서울시 다문화가족지원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주여성이 영상제작교육을 받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것이다.
10명의 이주여성이 참여한 이 프로그램을 통해 5편의 영상이 제작되었는데, 이는 서울에 사는 이주여성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1000만 서울 인구 대비 이주민은 36만 명, 3.6%다. 이중 결혼이주민이 3만 명으로 우리 사회의 다문화를 제일 먼저, 빠르게 경험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꿈을 품고 서울로 올라왔듯, 이주민들도 서울에서 자신의 꿈을 설계하며, 우리 이웃으로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 어떤 생각과 꿈을 가지고 있는지 "이주여성, 우리동네에 떴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상영 작품 소개 공동작품 : <시어머니, 저도 돈 쓸 줄 알아요!><시어머니, 저도 돈 쓸 줄 알아요>는 여러 이주여성들이 공감하는 내용이다. 결혼이주여성들은 한번쯤 한국 가족과 '돈'에 대한 갈등을 경험한다. 시어머니나 가족들은 한국 화폐에 익숙치 않은 이주여성이 돈을 함부로 쓰거나 낭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극영화로 제작된 이 작품에서는 "남편이 힘들게 벌어온 돈"을 함부로 낭비한다는 시어머니가 나온다. 하지만 이주여성들도 시장에서 물건값을 깍거나, 아껴서 원하는 것을 사는 것도 보통의 선주민 여성들과 똑같다. 이 짧은 작품은 돈 쓰기를 망설이는 이주여성을 통해 이주여성 역시 돈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다문화가족-당신의 가족은 몇 문화가족?>
자문위원단의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다문화사회'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꼬집고 있다.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을 표방하지만 이주여성들은 '다문화가족'이라는 말을 자신을 구분하고 차별하는 용어로 느끼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서울시민인 아이에게 "한국말을 잘하는구나"라며 놀라거나, 다른 아이들과 구별하여 "다문화가정 어린이가 읽어야 할 책"을 권해주는 것이 그렇다. 부모세대는 차별을 감수하지만, 미래세대로까지 차별을 이어갈 수는 없다고 감독은 말하고 있다.
<칭기즈칸의 용기>한국사회와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이주여성 어던치맥이 주인공이다. 한국으로 이주해온 많은 이주여성들은 여성의 권한이 높은 국가에서 성장했기에 자기실현의 욕구가 높다. 당연히 '일'을 하며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한다.
결혼이주여성으로 몽골타운에서 일했던 어던치맥은 한국사회와 한국사람을 만나기 위해 한국어 공부, 다문화 공부를 하며 일자리를 찾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다문화 강사로 일자리를 찾게 되는 어던치맥은 다른 이주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노력만 한다면 얼마든지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나의 삶, 일, 비전-서울>검버 바자락차는 자신 안에 머물지 않는 진취적인 여성이다. 그 자신의 삶을 담은 <나의 삶, 일, 비전-서울>은 짧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자락차씨는 자녀의 교육을 위해 온 가족이 서울로 이주해온 경우다. 아이들을 위해 이주해왔지만 바자락차씨는 자신이 배운 전문기술로 선주민, 몽골이주민을 치료하고 돌보며 자신만의 삶을 개척하고 있다.
피부마사지숍에서 일하면서 진맥, 침술까지 배운 그는 병원에 가지 못하는 몽골이주민을 치료해주기도 하고, 선주민 여성들의 아픈 어깨를 어루만져주기도 한다. 몽골과 한국을 잇는 다리가 되어 더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 그것이 오늘 서울을 사는 바자락차씨의 가장 큰 꿈이다.
<내 이름은?>한국으로 이주해온 많은 이주민들은 언어도 문화도 익숙하지 않은 한국에서 여러 종류의 낯선 경험을 하게 된다. 그 중 하나가 자신의 이름이다. 고향에서 자신의 언어로 불리던 이름대신 '한국식'으로 변형된 이름으로 불리게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외국인등록증에는 영문이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글표기 이름과 영문표기 이름이 같지 않아 당황스러운 일을 당하기도 한다. 공공기관에 가면 한글로 된 서류와 영문으로 된 서류를 대조하면 같은 사람이 맞냐고 묻기 때문이다. 이주여성 동애화는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똑같은 이름을 반복해서 말해야 했던 이주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이번 시사회 상영 작품들은 이후 길거리 상영회를 통해 더 많은 서울시민과 만나며 이주민들의 속마음을 들려줄 작정이다. 상영을 원하는 단체나 모임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로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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