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서평] 민족사 경전강의 시리즈 02, 무비스님 강설 <유마경>

등록 2012.10.24 20:53수정 2012.10.24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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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문으로 된 불교경전은 보고 있어도 읽지 못하고, 읽고 있어도 그 뜻을 온전히 새기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목판의 내용은 <유마경>과 관계 없음-
한문으로 된 불교경전은 보고 있어도 읽지 못하고, 읽고 있어도 그 뜻을 온전히 새기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목판의 내용은 <유마경>과 관계 없음-임윤수

초등학생 때, 성적이나 등수에 크게 욕심을 부린 적은 없었지만 학년 초가 되면 전과(참고서)를 챙기는 데는 욕심을 부렸습니다. 새 전과를 사달라고 하기보다는 헌 전과를 구하려는 욕심입니다. 책 내용이 쉽게 바뀌지 않던 시대라서 그런지 몇 년쯤된 묵은 전과라도 상관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시판되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때 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전과는 'ㅍㅈ전과'와 'ㄷㅇ전과'였습니다. 전과를 구해 놓기만 하면 일 년 공부가 수월했습니다.


전과에는 책에는 없는 예제나 관련 문제풀이가 달려 있고, 선생님이 낼법한 예상문제들도 나와 있었습니다. 게다가 핵심내용도 간추려져 있고, 책에는 없는 그림 설명도 그려져 있어 이미 배웠거나 앞으로 배울 내용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는 더 없이 좋았습니다.   

교육적인 측면이나 실질적인 학습효과에서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학원은커녕 과외라는 말 자체를 들을 수 없었던 산골이라서 그랬는지 전과는 예·복습을 하거나 혼자서 숙제를 하는데 커다란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비스님 강설, <사람들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 유마경>

무비스님 지음, 민족사 출판의 <사람들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 유마경>은 무비스님이 <유마경>을 강론하여 설명한 전과, <유마경>으로 참구한 구도자가 불심과 불법으로 열강 한 강의내용이 잘 정리된 강의노트와 같은 경전해설서입니다.

 <사람들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유마경> 표지
<사람들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유마경> 표지 민족사
<유마경>은 여느 불전(佛典)들과는 달리 출가를 하지 않은 재가불자, 유마힐이라고 하는 거사(居士)가 주인공입니다. 유마힐은 세속에 살고 있지만, 대승불교의 교리에 밝고, 수행이 깊어 출가자들도 그가 증득한 깨달음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유마경>은 주인공인 유마힐이 병에 든 듯이 칭해, 문병을 하러 온 석가모니의 제자들이나 보살들에게 불법에 대하여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유마힐은 사리불(舍利佛)과 같은 출가 수행자, 석가모니의 십대 제자들이  선정(禪定)·지계(持戒)·걸식(乞食)·불신(佛身) 등에 대하여  잘못 가지고 있는 사상이나 실천수행에 대하여 지적하며 그들을 참된 진리의 길로 인도하는 경지를 보이기도 합니다.

<유마경>은 유마힐이 증득한 불가사의해탈법문(不可思議解脫法門)을 펴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사의해탈경(不可思議解脫經) 이라고도 하며 재가불교운동의 이상으로 표현되기도 하는 불전입니다.


무비스님의 강설인 <사람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유마경>은 현재 부산 금정산 범어사 한주((閒主, 결재 대중의 모범이 되는 스님)로 계시는 무비스님이 <유마경>을 풀어서 설명하고, 덧대어서 해설하고 있는 신간, 민족사에서 '경전강의 시리즈교재 02'로 출판한 신간입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애절함 절절

천하의 둔재인 필자는 2003년 7월 25일부터 앓아 온 병고 덕분으로 하찮은 공부지만 불법에 대해서 그나마 좀 더 깊고 넓어지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이 몹쓸 병고도 참으로 고마운 경책의 스승이며 선지식이다. 화중생련(火中生蓮)이라는 말 그대로 불꽃 속의 연꽃이요, 병고중(病苦中)의 공부다. 지금까지 10년째 앓고 있으며 또한 세납 칠순을 맞는 해이다. -<사람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유마경> 머리말 5쪽 중 갈무리 -

병명을 밝히진 않으셨지만 저자인 무비스님은 10년째 병을 앓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병고중에 한 강설이라서 병 자리를 방편으로 하고 있는 유마경의 풀이와 해설에서 동병상련의 애절함이 절절하게 배어나옵니다.

게다가 칠순을 맞는 해라고도 하였습니다. 운수납자로 산 구도의 세월에 세납의 더께 또한 한 소식할 연륜이라서 그런지 구절구절을 강설하고 있는 해설문에서 허허로울 정도의 편안함이 느껴집니다.

여기서 나오는 "일체중생이 아프므로 나도 또한 아프다[一切衆生病 是故我病]."라는 말은 유마경에서 유명한 명언이다. 필자는 불이법문(不二法門)보다도 더 높이 두고 싶은 말이다. 유마경의 사구게(四句偈)다. 둘이 아니라는 이치는 원인이고 함께 아프다는 것은 결과다. 함께 아픈 것은 너와 내가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유마경> 302쪽 문수사리문질품 강설 중-

상·중·하 세권으로 되어있는 <유마경>은 전체 14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경의 주요 내용을 간추려보면 현실의 국토가 불국토(佛國土), 자비 정신의 실천, 평등의 불이사상(不二思想) 실천, 중생에게는 모두 깨달음의 가능성이 있음을 말하는 내용입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9품의 입불이법문품(入不二法門品), 32명의 보살과 유마거사가 각자가 알고 있는 둘이 아닌 이치를 피력 하는 과정에서 유마힐이 침묵으로 불이법문을 보여주는 장면을 높이 두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비스님께서는 5품의 문수사리문질품(문수사리문질품)에 나오는 "일체중생이 아프므로 나도 또한 아프다[一切衆生病 是故我病]."라는 말을 더 높이 두고 싶다고 하십니다. 당신이 병고중이기 때문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함께 아픈 것은 너와 내가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라는 설명에서 당신이 병고중이라서가 아니라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보살행(菩薩行)에서 발로한 설명임을 알 수 있습니다.

<유마경>, 편협한 소승들을 꾸짓는 가르침

유마경 하면 당연히 불이사상이 주된 뜻이라고 하지만, 보살의 정신과 그 실천에 무게를 두고 싶다. "중생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라는 말이 이 시대에 더욱 크게 울리기 때문이다. 천태(天台) 지의 대사는 교판(敎判)에서 이 경을 방등시(方等時) 또는 탄가시(彈訶時)에 배당했다. 편협한 소승들의 생각을 꾸짖는 가르침이라는 뜻이다. -<사람들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유마경> 유마경 해제 중 619쪽-

 무비스님 강설 <사람들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유마경>을 통해 <유마경>에 담긴 법(法)과 불심을 온전하게 공부할 수 있게 된듯합니다.  -목판의 내용은 유마경과 관계 없는 애용임-
무비스님 강설 <사람들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유마경>을 통해 <유마경>에 담긴 법(法)과 불심을 온전하게 공부할 수 있게 된듯합니다. -목판의 내용은 유마경과 관계 없는 애용임- 임윤수

<유마경> 14품까지를 강설하고 마지막으로 넣은 '유마경해제'의 끝 글입니다. 동체대비라는 말 대신에 "중생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라는 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것으로 <유마경>에서 시대의 아픔을 극복할 방편과 지혜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넌지시 암시하시는 것은 아닌 가 모르겠습니다.

<유마경>이 편협한 소승들을 꾸짖는 가르침이었다면 무비스님이 강설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유마경>은 세속으로부터 조롱받거나 지탄받고 있는 일부 출가수행자의 경행을 후려치는 장군죽비의 꾸짖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한문으로 된 불전(佛典)은 읽기조차 버겁습니다. 번역본이라 해도 의미와 뜻까지 새기기엔 한계가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버거움과 한계를 덜어주려는 듯이 <사람들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유마경> 한문 원전에는 한글로 토가 달려있습니다. 꼭 새겨야 할 구절이나 내용은 번역한 내용에 덧내어 전과에서 보았던 풀이처럼 배경과 의미까지가 세세하게 설명되어 있으니 이제 <유마경>에 담긴 법(法)과 불심을 온전하게 공부할 수 있게 된듯합니다.  

재가불자였던 유마힐이 출가수행자 보다 더 고준한 깨달음을 증득했듯이 삭발도 하지 않고 잿빛 승복 또한 입지 않은 누구누구 할 것 없이 무비스님 강설 <사람들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유마경>을 통해 동체대비의 보살행으로 살 수 있기를 절절한 마음으로 서원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사람들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유마경>┃지은이 무비스님┃펴낸곳 민족사┃2012.10.17┃값28,000원

유마경, 사람들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무비 스님 지음,
민족사, 2012


#사람들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유마경 #무비스님 #민족사 #유마경 #유마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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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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