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속의 섬' 마라도의 성당 풍경그냥 그 섬 위에 있다는 것 자체로 마음은 어느새 바다 위에 떠있는 하나의 섬이 된다.
국은정
제주도에서는 배를 타고 더 들어갈 수 있는 일명 '섬 속의 섬'이 몇 개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추천하고 싶은 섬 두 곳은 '우도'와 '마라도'. 이 두 곳은 섬의 매력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아마도 그 면적이 작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디에서 바라보아도 출렁거리는 파도를 가까이 볼 수 있고, 얼굴에 와 닿는 소금기 가득한 바닷바람이 제주도 시내에 있을 때보다 몇 배는 더 질척대는 곳! 그 작은 섬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제주도로 올 때보다 더 작은 배에 몸을 실어야 한다.
섬 속의 섬: 우도 VS 마라도
아직도 '마라도'에 처음 갔던 때를 잊을 수 없다. 송악산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려 약 200여 명을 실을 수 있다는 정기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콩나물시루처럼 한 자리도 빠짐없이 빼곡하게 들어찬 여객선에는 단체로 여행 온 아주머니들의 힘찬 수다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날따라 파도가 높았던 탓에 여객선은 운항을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길 들은 차였지만, 아주머니들의 입술 동력으로는 당장 태평양이라도 건너갈 기세였다.
아슬아슬. 심상치 않은 파도를 근심하던 배는 다행히(?) 출항을 시작했다. 높은 파도는 그 위력을 과시했다. 아주머니들의 뜨겁던 수다가 갑자기 '어~' 하는 위험신호를 알려오자마자 여객선의 선장님은 마이크를 들었다.
"여러분은 지금 바이킹을 타고 계십니다." 선장님의 재치 있는 입담에 배안은 파안대소. 비록 원하는 동승은 아니지만 '한 배를 탔구나!'를 실감하는 찰라, 조그만 여객선은 온몸으로 높은 파도의 'S'굴곡을 타고 넘느라 우리들의 입에선 '어어어!' 하는 소리가 높아갔다. 급기야 아주머니들의 음식 보퉁이들이 자리를 옮겨 날뛰었고, 그 보퉁이를 잡겠다고 아주머니들도 함께 자리에서 튀어 올랐다.
한쪽에서는 검정 비닐봉지가 필요하다며 뒤집히는 위장을 대비하느라 야단법석이었다. 평소 스릴을 즐기지 못하는 나로서는 '이렇게 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불안이 엄습했고, 손과 엉덩이에는 나도 모르고 있던 엄청난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