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스씨는 손수 기른 고구마를 쪄와서 독자들에게 나눠주었다.
오승주
인간의 뇌는 진화의 단계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른바 파충류의 뇌는 생명보조노가 무의식의 반사작용을 한다. 포유류의 뇌는 감정과 정서, 느낌을 담당한다. 그래서 개들도 슬픔을 느낀다. 인간의 뇌는 논리, 이성, 언어 등을 담당한다. 이시스 씨에 따르면 인간의 내면에는 이런 요소들이 혼재돼 있는데 파충류 뇌와 포유류 뇌의 어떤 부분이 결여되었을 경우 이성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한다. 오작동이 많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야기를 잘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뇌의 특징들을 잘 만져줄 필요가 있다. 잘 받아들이게 하는 방법으로 이시스 씨는 "존중, 제안, 선택, 이야기, 은유, 재미, 유익, 생존, 파워, 설득, 반복, 가정, 열린 마음' 등을 강조했는데, 흥미로운 것은 '무력화, 혼란, 충격, 경악'을 이용해도 잘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부나 교육 기관에서는 공포나 무력화, 혼란 등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움직인다고 한다.
이시스씨는 이야기의 힘을 강조한다. 그냥 머리 맞대고 이야기를 나눈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마치 환부에 침을 놓듯, 뭉친 근육을 풀어주듯 정확한 지점에 이야기를 떨어뜨리면 방어선을 무너뜨리고 치유의 단계로 갈 수 있다. 이야기는 차라리 '연출'과도 같았다. 이시스씨는 밀턴 에릭슨(Milton H. Erickson)의 두 사례를 들려 주었다.
하루는 동네 이웃의 딸이 친구들에게 발이 크다고 놀림을 당하자 아이는 외출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엄마가 괜찮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방어선이 생겨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무리 말을 해도 받아들이지 않는 아이를 어떻게 설득할까.
소녀의 엄마는 에릭슨 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에릭슨 박사는 모월 모일 모시에 방문하기로 약속을 하고 몇 가지 주의를 준다. 첫째, 절대로 아이를 치료하러 왔다고 하지 말고 아픈 엄마를 치료하러 왔다고 할 것. 둘째, 혹시 치료를 할 때 도움이 필요할 수 있으니 딸에게는 딴데 가지 말고 자리를 지킬 것.
약속할 날이 찾아왔고 엄마의 치료가 다 끝나자 딸이 에릭슨 박사를 마중나가게 되었다. 에릭슨 박사는 의도하지 않은 것처럼 딸의 발을 밟고 나서 이렇게 화를 낸다.
"네 발이 너무 작아서 내가 밟고 말았잖아. 발이 조금만 더 컸어도 밟을 일은 없었을 거야!"딸은 그날부터 자기 발이 크다고 상처받지도 않았고 외출도 하기 시작했다. 마음의 저항선을 단번에 넘어버리는 스토리텔링 대가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