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단자에 박혔던 이어폰 잭 끄트머리. 이로 인해 냉장고 한대 값인 아이폰이 날아갔다.
조호진
최근에 막장 서비스를 경험했다. 최악의 서비스를 제공한 기업은 세계적인 기업 애플이다. 뉴스와 인터넷을 통해서 애플의 오만한 서비스 정책을 듣긴 했지만, 직접 당해보니 과히 막장 수준이다. 참고로 '막장 서비스'란 말은 모바일 블로거 '피라냔'이 올린 글의 제목에서 빌린 것이다.
지난 9월 8일 '피라냔'은 자신의 블로그 '빈즈 모바일'에 "애플코리아의 저질 막장 A/S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피라냔이 제기한 가장 큰 문제는 '리퍼비쉬'(Refurbished)'다. 삼성과 LG는 모바일을 접수한 당일에 AS해서 준다. 반면 애플은 다른 소비자의 고장 난 아이폰을 수리한(재생부품 20~30% 사용) 대체폰을 유상 판매하는데 이를 '리퍼비쉬' 폰이라고 한다. '리퍼비쉬'는 애플의 오래된 서비스 정책이다.
피라냔은 지인이 겪은 경험을 통해 애플의 서비스를 지적했다. 지인이 유상으로 구입한 리퍼비쉬 폰이 1시간 만에 먹통이 됐는데 애플 측은 책임 회피에 급급했고, 이에 항의하자 고객에게 불리한 정책을 강조하며 서비스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피라냔은 "그 지인은 이후에 휴대폰은 안드로이드를 쓰겠다고 한다"면서 "(애플의) 말도 안 되는 정책에 또 하나의 충성스러운 고객을 잃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가 당한 사실을 말해보자. 나는 지난해 7월 '아이폰4'를 샀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제공받은 것이다. KT 올레의 55,000요금제를 2년 약정하면 아이폰4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사실은 무료가 아닌데 소비자를 그렇게 현혹했다. 2년 약정기간 동안 기기값을 할부로 갚아야 하는 조건에서 현재 15개월 기기 값을 갚았다. 그런데 9월의 할부가 남은 상태에서 휴대폰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어폰을 꽂아서 음악을 들으며 출·퇴근을 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어폰 잭이 부러지면서 그 끄트머리가 아이폰 단자에 박혀버렸다. 그로인해 음악을 듣는 재미는 고사하고 벨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잭이 이어폰에 꽂히면서 발생한 오작동인 것이다. 불편하긴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는 않았다. 이 정도의 문제는 서비스센터에 가면 쉽게 해결해 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휴대폰 회사들은 그 이상의 문제도 해결해주기 때문에 갖게 된 상식적 믿음이었다.
서울의 B서비스센터를 일찌감치 찾아갔다. 문을 열기도 전에 찾아간 것은 서비스를 빨리 받아서 그 불편함을 없애고 싶어서였다. 첫 번째 서비스 고객이었다. 애플 티셔츠를 입은 서비스 요원이 문제의 아이폰을 가지고 수리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5분 만에 금방 나왔다. 서비스 요원과 주고받은 대화를 복기하면 이렇다.
"고객님, 수리가 불가능합니다.""아니, 왜 그렇습니까?""단자에 박힌 잭이 빠지지 않습니다.""분해해서 빼면 되지 않습니까?""애플 제품은 분해 할 수 없습니다.""아니, 잭만 빼내면 되는데 그것도 못 해준단 말입니까?""고객님, 죄송합니다. 애플 서비스 정책이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네, 고객님! 19만9000원에 제품(리퍼비쉬)을 구입하셔서 사용해야 됩니다.""아니, 잭만 빼내면 사용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는데 새 제품을 사라는 말입니까?""고객님, 죄송합니다. 애플의 서비스정책상 더이상 도와드릴 수가 없습니다."공정위와 애플은 지난해 9월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는 애플의 A/S 정책을 소비자에게 유리하도록 시정하기로 합의했다. 리퍼비쉬 폰 유상 교환과 무상수리 가운데 일방적인 리퍼비쉬 폰 교환 등을 개선하기로 했다. 하지만 직접 당해보니 소비자 피해를 야기하는 애플의 서비스 정책은 그대로였다. 애플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이를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던 것 같다.
애플 안티? 짓밟힌 권리를 되찾는 소비자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