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성장을 보이는 미국 중견기업미국의 중견 기업 숫자는 19만7천 개. 고용규모 증가와 매출증가 자료. 대기업의 숫자는 감소하나 중견기업은 늘어나
박기용
오하이오 대학의 연구소가 분석한, 중견기업 성공비결은 다음과 같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강력하게 집중했고, 대기업보다 오히려 더 세련된 경영전략을 구사했으며 글로벌 감각도 현저하게 높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업공개를 통해 주식시장에 상장된 대기업과 달리 가족경영 또는 가족자본에 개인투자가들이 결합된 형태의 중견기업들은 주주들로부터 단기실적에 대한 압박을 받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 차원의 투자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경제에서 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대략 20만 개를 헤아리는 이들 중견기업은 모두 4100만 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들 중견기업의 파워는 인도와 러시아의 경제규모를 합친 수준, 즉 세계 4위 규모의 경제라고 한다. 이쯤 되면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표현 대신 '중간이 아름답다'는 말을 해야 하지 않을까?
프랑스, 독일 중견기업 '미텔슈탄트' 부러워... 벤치 마크 열중유럽대륙의 두 강자인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중견기업의 성공을 둘러싼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이코노미스트 (The Economist)> 최신호에 따르면 프랑스는 독일이 지속해서 경제적 성공을 이루는 배경에 강한 중견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사르코지 대통령이 재임하는 내내 독일식 중견기업의 문화와 자세를 프랑스 기업에 접목하려고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고 한다.
프랑스가 애가 닳도록 독일기업을 모방하려 하지만, 잘되지 않은 이유는 우선 두 나라의 역사적 배경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한다. 중견기업에 해당하는 독일어는 '미텔슈탄트(Mittelstand)'인데 이는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되기 쉽지 않다. 미텔슈탄트는 원래 19세기 화려하게 꽃피웠던 '장인'(artisan)를 가리키는 말이었으며 2차대전 이후 중간 규모의 기업이 독일경제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으면서 독일경제를 상징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2차대전 당시 대기업들이 나치 정권과 결탁했던 아픈 과거 때문에 독일인들은 전쟁이 끝난 뒤 대기업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는 정서가 형성됐다고 한다. 이에 비해 프랑스는 원자력과 항공우주산업에 치중하면서 대기업들이 국가 경제의 축을 이루게 됐다. 프랑스의 중견기업들은 기초산업과 자본재 분야에서 독일과 경쟁하기보다는 소비재를 놓고 이탈리아와 경쟁하는 구도로 위상을 축소시켰다.
이런 역사적 배경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취약한 기업문화도 독일식 중견기업의 형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독일은 최고 경영자에서 일선 실무자까지 9단계의 관리층이 있는 반면 프랑스 기업에는 그 배가 되는 18단계의 관리층이 있다고 한다. 프랑스 기업이 관료화하면서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빠른 변화에 대처하기 어려운 이유다.
독일 중견기업 성공은 기술력 보유한 실무진 우대... 그리고 무차입 경영독일기업들은 구체적이고 세밀한 기술적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을 수 있는 전문가, 기술자들을 우대하는 반면 프랑스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두루뭉술하게 아는' 엘리트 관리층 위주로 기업이 돌아간다고 한다.
독일의 강력한 중견기업 미텔슈탄트는 근면하고 우직한 독일 민족의 속성을 반영하듯 회사 성장을 결코 차입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한다. 기업이 보유한 이익금을 바탕으로 한 단계 한 단계 조금씩 꾸준히 성장하는 전략을 선호한다는 얘기이다.
한국의 기업들은 프랑스와 독일, 이 두 나라 가운데 어느 나라와 유사한가? 모두들,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 모두 한국에 비해 월등한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으니 어느 나라가 좋다, 나쁘다고 언급하는 것 자체가 우스울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새로운 경제적 도약을 위해서, 그리고 양극화를 없애기 위해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면서도 고용창출효과가 큰 중견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면 한국이 어떤 나라의 기업문화를 벤치 마크해야하는지는 자명하다.
<이코노미스트>도 지적했듯이, 강력한 중견기업 육성은 정부가 갑작스레 내놓은 정책이나 자금지원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결국은 '기업문화'의 문제다. 기업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찌 보면 경제 이전에 한 나라 국민 정서를 지배하는 가치 체계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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