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을 세운 전형필 선생 흉상
이상기
오전에 이들 문화유산 중 일부를 보고 점심식사를 한 다음, 오후에는 간송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명청시대 그림들을 감상할 예정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이 명·청 시대의 것이어서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을 거라니 다행이다. 여느 때 같으면 사람들이 많아 줄을 서야 할 뿐 아니라 그림도 여유를 가지고 볼 수가 없다. 그래서 간송미술관은 사람들이 더 적은 점심시간 직후에 방문하려고 한다.
간송미술관이 최근 문화유산의 독점과 전시의 폐쇄성 등으로 인해 욕을 좀 먹고 있다. 일 년에 두 번 여는 전시회 말고는 간송의 유물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에서 문화재 실태조사를 하려고 해도 이에 응하지 않고, 수장고도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서 말이 많다. 간송미술관이 전형필 선생 개인 돈으로 만든 사립박물관이지만, 소장하고 있는 문화유산의 종류가 너무 많고 가치가 높아 이제는 공공성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한번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그런데 이번 답사에서 나는 생각지도 않은 전시를 또 하나 만나게 되었다. 성북 구립미술관에서 하는 '순수시대전'이다. 이곳 성북동에서 살았거나 작품 활동을 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모아 하는 전시회로, 수주 김환기 등 10명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원래 계획에 없던 것이어서 회원들과 헤어진 다음 오후 5시부터 한 시간 동안 이들 현대 회화사의 거장들과 만날 수 있었다. 근원 김용준·운보 김기창·소정 변관식·산정 서세옥·전뢰진. 이들은 나에게 너무나 많은 즐거움을 주었다.
명청대의 그림에는 인문학적 전통이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