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의원님, '공산주의자들' 주일마다 여기 모입니다

[주장]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의 색깔론에 부쳐

등록 2012.10.27 15:17수정 2012.10.27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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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만 되면 보수당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메뉴 중 하나가 '색깔론'이다. 레드 콤플렉스 충만한 대한민국에서는 아직도 '빨갱이' 혹은 '공산주의' 딱지는 상대방 흠집 내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다. 고리타분한 이념놀이에 진력이 날만도 한데 여전히 그를 지지하는 이들이 있으니 색깔론에 편승하기만 하면 승기를 잡았다고 착각을 하는 것이다.

a  17일 밤 11시 새누리당사에서 중앙당 실국장급 당직자들을 소집해 회의하고 있는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

17일 밤 11시 새누리당사에서 중앙당 실국장급 당직자들을 소집해 회의하고 있는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 ⓒ 안홍기


이번에 새누리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의 복지 확충 주장이 공산주의와 일맥상통한다며, 마르크스의 이론과 같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마치 안철수식 복지정책을 시행하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이다. 안 후보가 복지 지출을 늘리는 방안으로 점진적인 증세는 불가피하며, 소득 수준에 따라 세금을 내고 필요한 만큼 나눠 쓰자는 주장을 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더 나아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까지 들먹이며 진보의 탈을 쓴 종북세력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김무성 의원의 이런 발언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제주해군기지와 관련해서 반대하는 이들에 대해 '북한 김정일의 꼭두각시 종북세력'이라고 망언을 퍼붓기도 했다.

이런 구시대적인 인식에 사로잡힌 이가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인 새누리당, 그들이 집권하면 자신들의 의견에 반하는 이들 모두 '종북세력'이라 몰아붙이는 것이 아닐까 우려가 된다. 김 본부장의 망언에 대해 가타부타 말없이 침묵하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그의 발언에 암묵적인 동의를 하는 것일 터이니, 무고한 시민을 간첩으로 몰고, 간첩단 사건을 조작하며 자신의 정권유지를 해왔던 유신정권으로 회귀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정책대결을 하자고 하더니만, 이내 정책은 실종되고 색깔론만 남아있는 듯하다.

성경은 전혀 모르시나?

'능력대로 내고 필요한 만큼 나눠 쓰자'는 안철수 후보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 성경에 나와 있다. 초대교회 공동체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도행전에 있는 내용인데, 이해를 돕기 위해 그대로 옮겨본다.

'믿는 사람이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 주며'(사도행전 2장 44-45)


기독교공동체가 추구하는 하나님 나라의 모습이기도 하고, 기독교가 아니더라도 대종교에서의 이상 국가 혹은 천국(극락), 신의 뜻이 온전히 이뤄진 상태는 위의 내용과 다르지 않다.

초대공동체의 모습은 철저하게 공산주의적이다. 공산주의의 반대말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다. 자본주의 체제가 곧 민주주의가 아니라 어느 체제이든 독재국가와 민주국가로 구분되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우리의 역사적 상황에서 '공산주의=독재국가, 자본주의=민주국가'라는 이상한 도식이 자리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안철수 후보의 공약 '능력대로 내고 필요한 만큼 나눠 쓰자'는 말을 이런 식으로 호도하며 공산주의, 마르크시즘, 종북세력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고 주장을 하니, 이런 식의 주장이라면 기독교인들도 공산주의를 추종하는 자들이고, 마르크스주의자들이며, 종북세력이며, 이 나라를 위협하는 종교집단인 것이다.

매 주일도 모자라 새벽, 수요일, 금요일 이런 집단이 모여 집회를 한다. 그런데 김무성 의원은 물론이요, 새누리당 의원들도 기독교단체나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굽실거리며 표를 구걸하지 않는가? 김무성 의원의 논리대로라면 공산주의자들에게 표를 구걸하는 행위를 하는 새누리당의 정체성은 도대체 무엇인가?

색깔론으로 무장하다가는 색깔론으로 망한다

새누리당은 이번 대선에서 필승을 다짐하며 선거대책본부를 꾸렸을 터이고, 그에 합당한 인물이라 여겨져 김무성 의원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라는 직함을 주었을 것이다. 상당히 막중한 직책이며, 그런 점에서 이번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한다면 그 역시 차기 정권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 생각의 수준이 이 정도라면, 과연 그런 사람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으로 임명한 새누리당에 이 나라를 맡겨야 할지 난감한 것이다.

새누리당이 대선을 앞두고 정책을 제시하기보다 색깔론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다. 박근혜 후보는 연신 과거사에 대해 사과한다고 하면서도 강압적이고 진정성이 보이질 않는다. 사과가 무엇인지, 그 의미를 안다면 자신의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사과는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 따른 책임이 따른다.

그런데 모호한 말로 '그 시절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식으로 일관하는 사과라면, 대통령의 자리에 앉아서 또다시 그런 역사를 반복하면서도 입에 발린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라고 하며 자신의 정책을 밀고 나가고, 그에 대해 비판하는 이들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하고 탄압하지 않겠는가? 여전히 '색깔론'이 통한다고 믿는 새누리당, 그 색깔론은 더는 무지하지 않은 국민에 의해 심판을 받을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책대결'

새누리당이 최근 연신 쏟아내는 발언을 보면 그들은 네거티브 전략이 최선의 전략인 것처럼 믿고 있는 듯하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정권의 실정과 부패와 무능 때문에 나라 경제는 물론이고, 수많은 국민이 고통을 당하고 있음에도 그에 대한 일절 사과가 없다. 마치 자신들과 이명박 정권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한 태도이다. 참으로 무책임하다. 그러면서도 또다시 자신들에게 정권을 쥐게 해달라고 하니 국민을 바보를 알지 않고서는 이럴 수 없는 일이다.

현명한 국민은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정책대결을 원한다. 새누리당은 언제까지 레드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극보수우익에게만 표를 구걸하려 하는 것인가? 그것이 새누리당의 한계라면, 진정 당신들이 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일하고자 한다면, 그 모든 일을 멈추고 새누리당을 해체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김무성 의원의 색깔론과 새누리당의 색깔론, 해주기 싫은 말이지만, 새누리당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김무성 #안철수 #박근혜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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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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