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가 동부 해안을 강타했다'는 제목의 <워싱턴포스트>. 오션시티에서 구조된 주민들을 태운 주 방위군 트럭이 홍수가 난 거리를 달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위급한 상황이어서 당장 도움이 필요하세요? 211을 누르세요.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교환원이 24시간 대기하고 있습니다."한 주를 시작하는 지난 29일 월요일 아침, 미국의 주요 TV는 일제히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허리케인 '샌디' 특별 방송을 내보냈다. 샌디는 카리브 해역을 통과하면서 6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초강력 허리케인으로 이미 많은 피해가 예상되고 있었다. TV 화면에는 샌디로 인한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도움을 요청하라는 취재 기자의 자세한 보도와 함께 안내 자막이 올라오고 있었다.
기상 전문가들은 샌디가 작년에 큰 피해를 줬던 허리케인 '아이린'보다 두 배 정도 강력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뉴욕타임스>는 샌디로 인해 델라웨어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대피했으며 유람선도 발이 묶였다고 전했다. 또한 아틀란타에 있는 카지노도 문을 닫았고 열대성 폭풍의 강력한 바람을 일으킨 샌디가 노스캐롤라이나의 아우터뱅크스 지역을 강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암흑에 잠긴 뉴욕시 사진을 누리집 초기 화면에 실은 <허핑턴 포스트>는 초강력 허리케인 슈퍼스톰 샌디가 시속 80마일로 뉴저지 해안을 강타하고 있고, 4미터 높게 뉴욕시로 유입된 바닷물 때문에 뉴욕 터널과 지하철역, 월스트리트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력시스템이 침수됐다고 보도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인명 피해는 '최소 13명 사망'. 물질적인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샌디 특별 생방송을 하루 종일 내보냈던 '워싱턴 로컬 CBS'는 "침수된 아틀란타시와 로어 맨하탄에 최소 52만 가구가 전기가 끊기고 모든 다리와 터널이 봉쇄됐다"고 보도했다. TV에는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이 물에 잠긴 모습과 건물 파손, 나무가 뽑혀 자동차에 얹혀 있는 모습 등이 화면에 비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11월 6일에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민주·공화 양 당은 대선 캠페인을 중단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허핑턴포스트>는 뉴욕시의 피해 상황을 전하면서 "예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마크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이번에 뉴욕시에 막대한 피해를 준 허리케인 샌디를 일컬어 '세기의 폭풍우'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월요일과 화요일에 경합주인 플로리다와 콜로라도를 방문하려던 당초 계획을 모두 취소하고 워싱턴으로 돌아왔다. 사실 이 두 경합지역은 허리케인 샌디와는 상관이 없는 곳이다. 하지만 '대통령으로서 집무실에 머무르며 사태를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측근의 말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롬니 후보 역시 29일에는 아이오와에서 유세를 벌였지만 당초 예상됐던 29일 저녁, 30일의 4개 주 유세는 모두 취소했다.
학교 안 가니 좋긴 하지만...미국에는 '스노우 데이(Snow Day)'가 있다. 폭설로 인해 등교가 어려울 때 교육장(superintendent)이나 학교장 재량으로 학교 문을 닫는 날이 바로 스노우 데이다. 그런데 이번에 찾아온 슈퍼스톰 샌디도 학교 문을 닫게 한 강력한 허리케인이어서 TV에서는 '허리케인 데이'라는 낯선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학교에 안 간 아이들이 허리케인에 대한 공포감을 느낄 수 있다고 염려하는 어른들이다. 샌디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FOX는 샌디 첫 방송일인 월요일 아침에 휴교령으로 집에 남게 된 아이들을 위한 부모 지도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이 프로그램은 전문가인 임상 심리학자가 출연, '아이들이 허리케인 샌디의 영향으로 불안감을 느낄 수 있으므로 잘 지도해줘야 한다'는 내용을 내보냈다. 이날 TV에 나온 임상 심리학자 로빈 하이트 박사의 조언이다.
"아이들의 공포감을 덜어주기 위해 가급적 (무서운 샌디가 나오는) TV 화면을 보여주지 말고 함께 앉아 책을 읽어주거나, 장난감을 갖고 놀게 하고, 간식을 먹이세요."세심한 배려가 엿보이는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