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 산외, 부북, 상동, 단장면 주민들이 765kv 송전선로 건설공사에 반대하며 한국전력공사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나이 많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법원에 내기 위해 '탄원서'를 자필로 작성했다. 사진은 구화자 할머니의 탄원서.
윤성효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신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가져가기 위해 송전선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중간에 변전소를 연결하는 송전선로다. 우선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공사부터 진행하고 있다.
밀양 주민들은 초고압 송전탑이 건설될 경우 환경 훼손뿐만 아니라 전자파로 인해 동식물과 사람까지 살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송전탑 건설 이야기가 나온 7년 전부터 땅값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매매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
주민들은 끈질기게 싸우고 있다. 지난 1월에는 고 이치우(74) 어르신이 분신자살했으며, 지금은 밀양 단장,산외,부북,상동면 주민들이 대책위를 구성해 싸우고 있다. 주민들이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움막과 천막을 설치해 놓은 현장은 9곳이나 된다. 주민들은 밤낮으로 교대로 보초를 서다시피 해왔다.
한국전력은 송전탑 건설 공사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송전탑 건설 부지 수용은 '전원개발촉진법'에 따라 이루어졌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 한국전력과 주민대표들이 10월말부터 대화를 진행하면서 현재는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그동안 두 차례 '사전 실무회의'가 열렸지만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합의를 보지 못할 경우 갈등은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대책위, 법원에 낼 주민 탄원서 받아765kv 초고압 송전철탑 건설에 반대하고 있는 밀양 단장,산외,부북,상동면 주민들이 자필로 탄원서를 썼다. 모두 30장 정도다. 이 탄원서는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고 이치우 열사 분신대책위원회'가 법원에 낼 목적으로 받아둔 것.
탄원서에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의 절박함이 묻어 있다. 자필로 쓴 이 탄원서들은 맞춤법이 틀린 부분도 있지만 의사 전달은 충분하다. 어르신들은 탄원서에 주소와 이름을 적은 뒤, 붉은색 손도장을 찍어 놓았다.
탄원서에 한결같이 나오는 문구는 "이대로 살게 해달라"는 것. 그들은 이곳에서 살다가 죽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마치 유서와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한국전력공사 측은 공사를 막는 주민들에 대해 고소고발과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했다. 주민대표들이 지난 10월 30일 열린 '실무회의' 때 한국전력 측에 고소고발 취하를 재차 요구했지만, 법적 문제는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
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한국전력측은 한 달 소득이 50만원도 안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손배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손배를 왜 걸었을까 생각해보면 겁박하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탄원서에 대해 이계삼 사무국장은 "어르신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비슷한 말을 써놓았다. 오직 이대로 살다가 죽게 해 달라는 것이다"며 "탄원서를 읽어 보면 가슴이 뭉클한 내용이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다음은 어르신들이 쓴 일부 탄원서의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