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규 유선순씨 부부는 '화천 산천어 막걸리'로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신광태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는 것 보니까 떨어졌나 보다...""별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미련이 남아 있나 봐요?" 이창규(49), 유선순(44)씨 부부는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 직접 만든 생막걸리를 출품했다. 운이 좋았던지 지난 8월 강원도 예선대회에서 중앙출전권을 획득했다. 중앙 최종 심사일인 지난 27일 아침부터 전화기 앞에서 결과를 기다렸지만, 오후 2시가 다되도록 아무 소식이 없다. 틀린 모양이다. 그렇게 포기하려는데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우리술 품평회 추진위원회인데요. 출품하셨던 전통주 3박스를 지금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궁금한 결과는 알려주지 않고 느닷없이 술 세 박스를 보내 달란다. '혹시 입선 정도라도 한 걸까. 그렇지 않고서야 술을 보내달라고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부부는 서둘러 생막걸리를 싣고 서울을 향해 달렸다. 춘천쯤 갔을까. 추진위원회로부터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
"실은 이번에 출품하신 '화천 산천어 막걸리'가 대상을 차지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부부는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전국에 전통주를 제조하는 업체만 600여 개소에 달하고 이 가운데 지역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진출한 전통주도 수십 종에 이른다. '술 제조를 시작한 지 이제 겨우 7개월 된 사람이 무모한 짓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입선 정도라도 한다면 대단한 성공일 거라 생각했는데 '대상'이란다.
지난 10월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간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우리 술의 세계화와 명품화를 위한 '2012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각 지자체에서 예심을 통과한 125개의 각종 주류들이 출시됐다. 평가항목은 맛, 향, 색상, 후미(마셨을 때 느껴지는 알코올 성분의 세기와 쾌감도) 등. 배점은 맛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산골 마을인 화천에 "술집을 차린 것은 순전히 물맛 때문"이었다. 그래서 평가 항목 중 맛 부문에서는 자신 있었지만, 대상을 차지하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당신이 고생한 덕분이지, 고생 많으셨수.""내가 할 소릴 먼저 해 버리면 난 할 말이 없잖아요. 축하해요."
서울로 향하는 차 안에서 이창규씨가 건넨 축하에 부인 유선순씨는 그 공을 남편에게 돌렸다.
산천어 막걸리에는 산천어가 들어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