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의 호수공원의 호숫가를 걷다보면 수많은 새들을 만날 수 있다.
노시경
런던의 주요 명소들을 답사하려면 언젠가는 한번 걸어서 건너갈 수밖에 없는 공원이다. 나는 이 공원을 산책삼아 가볍게 지나가려고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 곳은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이었다. 이곳은 빌딩 숲에 둘러싸인 도심 속 공원이 아니다. 이 공원은 거대한 자연의 외곽에 사람이 지은 건물이 멀리 드문드문 보이는 곳이다. 공원은 인공의 힘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최대한 자연스럽다. 방금 전 런던 도심 속에 있던 내가 언제 광활한 숲 속에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잔디밭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있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누운 자세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연인도 있고 친구도 있고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한가롭고 즐거운 낮시간을 보내고 있다. 로맨틱한 풍경도 있고 다정스러운 가족애도 있다. 나는 잔디가 카페트 같이 깔려 있는 공원에서 맘껏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엿보고 있다.
그들의 자연스러운 휴식은 나의 가족이 자연스럽게 벤치에 앉아 쉬도록 만들었다. 우리는 다음 여행일정 답사의 시간적 압박을 버리고 그들처럼 한 줌의 햇살을 차분히 맞이하기로 했다. 벤치에 앉아서 바라본 버킹엄 궁 바로 앞의 호수와 공원은 사랑스럽기만 하다.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다리를 편히 쉬며 공원의 녹색을 만끽한다. 마음이 평화로우니 천국이 따로 없다. 나는 마치 시골 깊숙이 자리한 수목원에 와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한동안 벤치에 앉아 주변의 사물을 구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