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준비할때는 좋았다. 그런데 넣지 말아도 될 양념들을 너무 많이 넣은게 문제인듯 하다.
신광태
집사람은 지난 11월 8일 3박4일간의 일정으로 가족여행을 제주도로 떠났다. 장인어른을 위한 여행이기 때문에 처가댁 가족과 평소 여행을 좋아하는 딸아이가 함께했다. 난 직장의 일 때문에 제외되었고,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도 공부 때문에 집에 남았다. 여행을 떠나기 전 아내는 남자들 둘 먹고 살만큼의 밥과 김치볶음, 깍두기, 김치 등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우리 저녁 통닭 시켜 먹을까?" "그러지 뭐." 집사람이 냉장고에 넣어 놓은 밥을 데우기 싫어 첫날 저녁은 통닭, 다음날 아침은 컵라면으로 때웠는데 아들 녀석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녀석은 유독 동태찌개를 좋아했다. 아들을 위해 맛있는 동태찌개를 끓여 아빠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 무성의하게 내 놓은 것 보다 동태찌개를 끓여 놓으면 녀석이 크게 감동할거라는 생각에 사온 동태찌개 재료들을 다듬었다.
시장에서 사 온 것이라야 동태 두 마리, 큰 무 한 개, 대파 세 개. 무와 대파는 괜히 사왔다. 사전에 냉장고를 점검해 보지 않은 게 잘못이다.
"아빠 뭐해?""어? 동태찌개 끓이려고 하는데, 어때?""와~ 좋지, 근데 아빠 순서가 틀렸다. 무가 먼저 익어야 하기 때문에 그걸 맨 아래에 넣고 동태는 무위에 올려놓아야 하는 거야."자존심 상하게 짜식이 꽤 아는 척 한다. '아빠의 숨은 실력을 보여 줄 테니 너는 하던 컴퓨터나 계속 해라'는 말로 녀석을 떠밀었다.
동태를 깨끗이 씻고 무를 잘라 넣고, 대파와 물을 넣었는데, 다음에 무엇을 더 넣어야 하는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스마트 폰으로 인터넷을 연결해 확인해 볼 수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나만의 독특한 동태찌개를 만들고 싶었다.
뭘 넣어야 할까! '아! 정종을 넣어야지'하는 생각에 아무리 찾아도 없다. '같은 술인데 뭐 어떠냐' 싶어 구석에 있던 소주를 넣고, 냉장고를 뒤져보니 양념이 될 만한 여러 가지 재료가 눈에 뜨인다. 생강, 상추, 멸치가루, 멸치젓, 깻잎, 고구마, 치즈, 고춧가루 등 닥치는 대로 넣었다. 양념을 많이 넣으면 맛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한참을 끓이다 소금을 넣지 않은 게 갑자기 생각나 한 움큼 집어넣었다.
밥을 새로 해야겠다. 집사람이 냉장고에 넣어둔 찬밥을 데워 먹이는 것 보다 따뜻한 밥을 준비해 놓으면 아들녀석은 좋아하리라.
결국 개도 먹지 못할 동태찌개 작품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