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일씨
고함20
- 어쨌든 지금은 좋아하는 음악만 배우고 있잖아요. 현재 생활에는 만족하나요?"실용음악과는 입시에서도 수능 성적을 보지 않는 학교가 많아요. 앞서 말했지만, 공부를 얼마나 했느냐보다는, 음악 실력이 더 중요해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경쟁하면 된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하죠. 하지만 걱정은 많아요. 군대 문제도 있고, 어떻게 먹고 살 것인지도 솔직히 막막해요."
- 백석예대로 편입하더라도 2년 후면 졸업을 하잖아요. 군대는 언제 갈건가요?"1학기 남겨놓고 군대를 가고 싶은데, 군악대로 꼭 가고 싶어요. 일반 군대로 가면 정말 무서운 점이, 하루 이틀 연습을 안 하면 손이 굳어버리거든요. 군악대에 못 들어가면, 2년 가까이 악기를 못 만지고 지내는 건데, 다녀와서 어떻게 될까 생각하면 아찔하죠. 마음 같아선 군악대를 붙을 때까지 계속 지원하고 싶은데, 4년제에 다니는 사람들처럼 대학교를 오래 다니면서 입대를 미루기도 어려운 상황이라서 걱정이 많아요. 음악 하는 애들은 다들 군악대를 가고 싶어 하니까, 경쟁률도 엄청 세고요."
- 어떻게 먹고 살지도 걱정된다고 하셨잖아요. 음악 시장이 침체 된 상황에서 실용음악과 학생들은 장래에 대한 걱정이 클 것 같은데요."돈을 어떻게 벌어야 할 지 감이 안 잡혀요. 작곡가나, 연주자로 성공한다는 게 정말 어려워요. 예를 들면 진짜 훌륭한 재즈 피아노 앨범을 낸 사람이라도, 음악활동만으로 돈 버는 건 불가능에 가깝거든요. 예술적으로 뛰어나도 돈을 잘 버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고요. 연주를 잘하면 음악으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학원에서 레슨을 해서 돈을 버는 방법은 있겠네요. 세션 연주자가 된다고 해도, 큰 공연에 참여하거나, 유명한 가수와 같이 다니는 세션은 엄청 소수죠. 그 소수가 아니고선 먹고 살기가 어려워요.
저는 사실 70~80년대 영미 펑크 음악과, 포스트록을 하고 싶어서 실용음악과에 들어오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저처럼 단순히 앨범을 내고 싶고, 공연하고 싶은 후배가 있다면, 실용음악과 오는 걸 말리고 싶어요. 음악은 굳이 전공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으니까요."
- 그래도 음악을 정식 교육과정으로 배워야, 더 '잘' 할 수 있지 않나요?"전공을 한다면 아무래도 음악에만 올인 할 수 있으니까 그건 좋은데, 이걸로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게 너무 큰 부담이에요. 음악전공을 한다는 게 완전히 음악에 생계를 걸겠다는 건데, 음악계 상황을 생각하면 정말 큰 각오가 필요한 일이라고 봐요."
- 일단 유일씨는 실용음악과에 다고 있고, 앞으로도 직업적인 음악인으로 살아갈 생각이잖아요. 어떤 음악 하고 싶어요?"솔직히 아직 구체적인 플랜은 없지만, 포스트록이나 70~80년대 영미 펑크를 가장 하고 싶긴 하죠. 하지만 상업적으로 너무 안 팔리는 장르라서 고민은 돼요. 그렇다고 대중음악을 싫어하는 건 아니고, 좋은 대중음악을 작곡하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또 제가 영화를 워낙 좋아하니까, 공부를 좀 더 해서 영화 음악을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해요. 일단 목표는 그냥 제가 하는 음악만으로도 생계가 보장되었으면 좋겠어요. 밴드를 하든 작곡가를 하든."
- 음악가들의 생계가 어렵다는 말이 많잖아요, 혹시 음악가들의 생활 개선을 위해 필요한 정책은 없을까요?"음원 사이트에서 무제한 스트리밍, 무제한 다운로드 같은 것을 당연히 없애야 한다고 봐요.많은 곡을 들으면 그만큼 돈을 더 내는 게 맞죠. 사실 이 부분은 정책의 문제기도 하지만, 시민의식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해요. 불법다운로드는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음악을 정당하게 대가를 주고 듣는다는 의식이 널리 퍼지지 않으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영화를 두 편 정도 보면 16000원인데, 그 돈이면 평생 간직할 수 있는 CD 한 장을 살 수 있잖아요. 사람들이 음악에는 너무 돈을 안 쓰는 것 같아요. 저는 리스너로서의 의무감인지는 몰라도, 돈이 아무리 없더라도 한 달에 CD 몇 장은 사는 편인데, 대부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안타깝죠."
- 차기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모든 분야에 있어서, 복지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갖춰나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힘든 서민 입장 이해하고, 실현가능하면서 효과적인 복지 정책도 내는 대통령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 군대갈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역으로 가더라도 사회에서 하던 일을 최대한 그대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어차피 대부분 사람들은 공무원을 할 게 아니니, 군 가산점도 필요 없거든요. 근본적인 개선책으로 군대에 있는 시간을 '버리는 시간'으로 만들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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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은 학교 간판에 의해 자존감이 좌우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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