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대학생 멘토'를 아시나요

좀 더 나은 박물관 관람을 위한 하나의 아이디어

등록 2012.11.14 18:31수정 2012.11.1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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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 안내 대학생 멘토다. 매주 목요일 아침 지하철의 출근 인파와 섞여 9시까지 박물관에 도착한다. 대기실에 앉아 그날의 대학생 멘토를 원하는 학교를 기다린다. 오전 9시부터 11시 사이에 한 번,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 한 번 이렇게 두 번의 해설을 마치고 나면 처음엔 다리도 아프고 목도 칼칼했는데 이젠 익숙해져서 괜찮다.

지난 9월 4일부터 시작된 2012년 하반기 국립중앙박물관 대학생 멘토 활동은 이미 절반 이상이 지나간 상태다. 두 달 반 동안 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일이 있었다. 어느 날, 초등학생 관람객들과 함께 박물관 3층의 불교 조각실의 철불에 대해 해설을 하던 참이었다. 철불의 손이 절단된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하나가 이렇게 대답했다.


"추워서 그래요."

그러면서 보란듯이 자기 손을 소매 안쪽으로 집어넣어 똑같지 않느냐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나는 한동안 웃음을 그치지 못했다. 그건 아이들만이 할 수 있는 천진난만한 생각이었다(참고로 일부 철불의 손이 절단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철불 제조 과정에서 손은 따로 만들어 끼우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단 하루뿐인 아이들과의 만남이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며 얻는 즐거움은 내게 그 다음주 목요일이 돌아올 때까지 7일을 기쁘게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된다.

현재 활동 중인 멘토들은 지난 7~8월에 걸친 신청기간에 활동을 지원하고, 선발되었다. 이에는 올해 상반기에 활동했던 멘토 중 하반기에 활동을 원하는 멘토들도 포함되어 있다. 멘토들은 초·중·고등학교 학생단체 관람객들에게 전시유물에 대한 해설을 제공하며 보다 재미있고 진지하게 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뿐만 아니라 박물관을 관람하는 올바른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선발 이후 멘토들은 박물관에서 제공하는 교육 과정을 거치고 각자 유물 공부를 통해 멘토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멘토 중에는 사학, 역사교육 등 관련 전공자가 있기도 하지만 법학, 공예, 중국어, 공학계열 등 비전공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멘토가 초등학생 관람객에게 전시해설을 하고 있다.
대학생 멘토가 초등학생 관람객에게 전시해설을 하고 있다. 채현아

이 프로그램은 자원봉사의 형태로 운영되며 따로 급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올 하반기 멘토를 모집할 당시 약 530여 명의 멘토가 선발되어 모였으나, 현재는 약 250~300여 명의 멘토만이 꾸준히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멘토들은 화요일~토요일 중 하루, 그리고 선택한 요일의 오전과 오후 중 한때를 선택해 봉사한다. 요일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오전과 오후 각각 평균 40여 명, 20여 명 정도의 멘토가 활동하고 있다.


학생 단체 관람객은 평균 7~8명, 많게는 15여 명 정도가 대학생 멘토 한 명과 짝을 이루게 된다. 그리고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장 1층부터 3층까지의 전 관을 겹치지 않도록 나눈 4개의 코스 중 한 가지를 약 한 시간 가량 돌며 전시 해설을 듣게 된다. 각 코스는 1층의 선사·고대관 및 중·근세관의 일부를 필수로 포함하고, 2층의 서화관 및 기증관 혹은 3층의 조각·공예관 및 아시아관 중 일부를 둘러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박물관을 관람하는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전시 해설의 한계로부터 출발하였다. 과거, 학생단체를 위한 특별한 전시해설이 없었던 때 자원봉사 해설자로는 그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었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찾는 선생님들에게도 한계는 뚜렷했다. 그리하여 대안을 찾아나선 박물관에게 대학생은 학생 단체 관람객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존재로 떠올랐으며, 작년부터 대학생 멘토 프로그램이 기획·운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대학생 멘토 프로그램을 이용해 전시 해설을 듣고 싶은 초·중·고등학교 학생단체 관람객(일반 관람객은 해당사항 없음)은 상세한 내용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 고객지원팀으로 문의 하면 된다.

또한 멘토 활동에 참여하고 싶은 대학생 및 대학원생들은 학기 시작 전 방학기간에 공지사항 및 포스터를 살핀 뒤 신청을 통해 멘토로 선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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