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과 상품권 줄테니 정치후원금 내라니...

선관위, 공무원 정치후원금 모금 요청 논란... "편법이자 혈세 낭비"

등록 2012.11.18 19:02수정 2012.11.1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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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해 11월 28일 공무원노조 울산본부가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공무원 정치후원금 강제할당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올해는 강제할당은 중단됐지만 편법으로 사은품을 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28일 공무원노조 울산본부가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공무원 정치후원금 강제할당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올해는 강제할당은 중단됐지만 편법으로 사은품을 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박석철


지난해 11월, 선관위가 4.11총선을 앞두고 울산시를 비롯한 5개 구·군에 공문을 발송해 공무원들의 정치후원금 모금사업을 요청하자 각 지자체가 '봉급에서 일괄공제' '실과별 할당 및 점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정치후원금 기탁을 강제해 논란이 있었다.

당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본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폭로했고, 그후 언론보도 등으로 강제할당은 중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공무원 대상 정치후원금 강제 모금 논란

하지만 울산시선관위가 대선을 앞둔 지난 10월 중순 또다시 각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공무원 정치후원금 모금을 요청하고, 각 지자체도 행정게시판에서 정치후원금 기탁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정치후원금 기탁금 10만 원에 대해 세액공제를 하는 것은 물론 기탁자에게 양말, 메모리 저장장치(USB), 온누리 상품권 등의 사은품을 지급한다고 홍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표현 자유와 정치후원금 지정기탁 허용해야"

이에 공무원노조가 발끈하고 나섰다. 세액공제라는 혜택을 주는 것에 더해 시민의 혈세로 양말 등 사은품을 지급하는 것이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특히 공무원노조는 공무원에 대한 정치표현의 자유와 정치후원금 지정기탁은 허용하지 않으면서 본인이 기탁하기 싫은 정당에 갈 수도 있는 정치후원금은 독려하는 것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전국공무원노조 울산본부(본부장 권찬우)는 18일 성명을 내고 "공무원 정치후원금 모금을 반대한다"며 "공무원은 봉이 아니다"고 성토했다.


공무원노조 울산본부는 성명에서 "지난해 울산시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정치후원금 기탁을 활성화하기 위해 구군에 협조 공문을 보낸 후 구군이 정치후원금을 강제 할당해 이를 반대한 바 있다"며 "하지만 올해는 강제할당이 어려워지니 양말 등 사은품으로 정치후원금 기탁을 촉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선관위의 이러한 노력들이 국민들의 정치 참여 촉진과 민주적인 정치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모금은 각 주체들의 자발성이 보장되고, 그 취지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그 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낸 정치후원금이 자기가 싫어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들어갈 수도 있는데 누가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내겠는가?"라고 반문하며 "기탁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공무원노동자에게 헌법이 정한 정치표현의 자유 보장과 함께 지정 기탁을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무원노조 울산본부는 또한 "OECD 가입국가 대부분은 공무원의 정당 가입까지도 허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헌법에서 정치표현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설정해 놓고 있음에도 공무원에게는 기본권을 철저히 박탈하고 있다"며 "얄팍한 방법으로 정치후원금 모금실적에만 열을 올린다면 공무원의 정치불신은 높아질 것이다, 정치발전도 요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무원노조 울산본부에 따르면 선관위는 10월 각 지자체에 협조공문을 보냈고, 협조공문에는 '정치후원 기탁금 10만원에 대해 세액공제 등으로 면세하는 한편 기탁자에게 양말, 메모리 저장장치(usb), 온누리 상품권 등의 사은품을 지급한다'고 되어 있다.

이에 공무원노조 울산본부는 "선관위가 편법을 이용한 사은품까지 지급하며 정치후원금 기탁을 촉구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즉각적인 시정조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

"편법행위 고발조치 검토"

공무원노조 울산본부는 이같은 선관위의 양말 등 사은품 지급에 대해 고발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정치후원금을 독려하기 위해 세액공제에다 사은품까지 주면서 이중으로 세금을 낭비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권찬우 울산본부장은 "정치자금법 60조에는 '정치자금의 기부·기탁을 촉진하기 위해 정치자금의 기부·기탁의 방법·절차 및 필요성 등을 인쇄물·시설물·광고물 등을 이용해 홍보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며 "홍보는 기부기탁을 촉진하기 위해 불특정 다수인 일반에 널리 알리는 행위여야 함에도 기탁자에 한해 사은품을 지급하는 것은 법조항 어디에서도 명시되지 않은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탁자에 대한 동법 59조에 의해 이미 '세액공제' 등 면세의 혜택이 주어지는데도 추가적으로 사은품을 지급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행위"라며 "공무원노조는 앞으로 공무원의 정치표현의 자유 쟁취를 위해 국민들과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정치후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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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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