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 한국 사회의 변화를 갈망하는 당신에게> (강인규 지음)
오마이북
이처럼 세상에는 법과 제도, 또는 정치 권력의 변화만으로는 바꿀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아니, 어쩌면 그것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틀렸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여기 그 물음에 답을 해줄 책이 있다. <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 한국 사회의 변화를 갈망하는 당신에게>(강인규 지음, 오마이북).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회 변화는 몇 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대선이나 총선에 달려 있다기보다는 하루에도 개개인이 수백 번씩 반복하는 일상의 선택에 달려있다. 예컨대 험한 도로를 달려 고층아파트 거실까지 음식을 날라주는 배달원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든지, 생존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지지하지는 않더라도 그들이 무엇 때문에 고통 받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말이다."저자는 '한두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는 거짓말이 오히려 세상을 바꿀 수 없게 만든다고 꼬집으면서, "사회는 개인의 집합체이기에 한두 명의 개인이 바뀌면 그 사회는 그 몫만큼 바뀌게 된다"고 말한다. 결국,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당신부터 변해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순진한 생각으로 읽힐지 모르지만, 저자의 말대로 조금 다른 '선택'이 가져다준 작은 변화를 경험해본 이라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사람은 이윤의 동물일까? 손님은 왕일까? 이 책은 그 동안 우리가 늘 맞닥뜨리면서도 굳이 관심을 두지 않았거나, 혹은 애써 피해왔던 주제들에 대해 묻는다. 굵직하게는 권력, 공동체, 교육, 문화, 민주주의, 의식 등 6가지 주제들로 구분하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모두가 우리들이 매일 같이 겪는 일상의 '선택'을 둘러싼 질문들이다.
가령, '사람은 정말 이윤의 동물일까'하는 질문이 그렇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질문이자, 우리가 매순간 내리는 일상의 '선택'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저자는 '사람은 이윤의 동물'이라는 주장이 "기득권층이 자신들의 탐욕을 합리화하기 위해 유포한 거짓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우리 삶을 움직이는 동기가 돈만이 아니라 자비, 사랑, 명예, 그리고 무엇보다 양심"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근거로 자신이 어렵게 개발한 소아마비 백신의 특허출원을 거부했던 조너스 소크 박사의 사례를 든다.
조너스 소크 박사가 백신을 개발한 때는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뒤 소아마비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던 무렵이었다. 특허신청만 했다면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의아해하는 사람들에게 소크 박사는 "당신 같으면 햇볕을 가지고 특허신청을 하겠습니까"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렇게 덧붙인다.
"사실 이런 사람들은 수없이 많다. 이 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부와 안락한 삶을 버리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헌신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이윤의 동물로 사는 사람이 더 많지 않느냐고 따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변하면 되니까. 당신이 변하면 꼭 그만큼 세상도 변하니까. 이 책은 그저 당신의 생각이 궁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