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하계2동 경춘선 폐선 구간에서 하교길에 오른 중학생들이 철로위를 걸으며 귀가하고 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반면 열린 회원에게는 의무가 없고, 자유롭게 듣고 싶은 수업과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학습 회원 30여 명, 열린 회원 20여 명, 총 50명 가량의 학생들이 '공간민들레'를 드나든다. 전체 수업은 1년 과정으로 구성되지만, 학기별로 인원을 모집하기 때문에 한 학기만 듣는 학생들도 있다.
수업은 다시 필수로 들어야 하는 기초 수업과 선택 수업으로 나뉜다. 기초 수업은 우리말, 수, 공동체 수업 세 가지다. 선택 수업에는 일상을 인문학적으로 고찰하는 '일상을 읽는다', 현대사회의 이슈를 토론하는 '세상은 지금' 등 다양한 과목이 있다. 선택 수업에는 학생들의 의견도 반영된다. 일례로 4학기 째를 맞는 심리학 수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진 수업이다.
재정은 서울시대안교육센터 등 외부의 지원과 학생들의 회비로 운영된다. 열린 회원은 2만 원, 학습 회원은 20~23만 원의 월 회비를 낸다. 학습 회원의 회비가 각각 다른 것은 선택한 수업에 따라 회비가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공간민들레'에는 상근 교사 5명과 대표 1명, 강사 5~6명이 일하고 있다.
공간민들레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다. 3월부터 민들레에 왔다는 서다인(18)군은 "느낌이 좋았다"고 말했다.
"처음에 교사랑 상담을 하는데 느낌이 좋았어요. 학교를 그만 둔 상태였는데 여기서 방향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민들레는 공부만 하라고 강요하지 않으니까, 제가 하고 싶은 요리도 배우고, 자유롭게 듣고 싶은 것도 듣을 수 있어요."부모의 권유로 민들레를 찾았다는 설원석(14)군 역시 "내년에도 계속 다닐 생각"이라며 만족감을 보였다.
"학교는 선생님이 다 해주는데, 여기는 스스로 하는 게 많아요. 특히 '말과 글' 수업이 좋아요. 주로 철학책을 읽는데 재미도 있고, 배우는 것도 많아요." 수업 외의 소모임 활동도 활발하다. 교사 김유라씨는 소모임에 많은 자부심을 나타냈다.
"공간민들레의 시작은 소모임이에요. 초창기에 온 아이들이 여러 소모임을 만들었고, 그게 지금도 이어져서 소모임 활동이 활발한 편이에요. 지금은 일어, 영어 등 언어에 관련된 소모임과 글쓰는 소모임, 영화 보는 소모임 등이 활동 중이에요." 공간민들레 대표이기도 한 김경옥 주간은, 공간민들레와 대안학교와의 차이를 징검다리에 비유했다.
"대안학교는 징검다리를 거쳐서 가는 목적지예요. 그 안에서 A에서 Z까지 어떤 완결성을 갖고 공부를 하는 곳이죠. 반면에 공간민들레는 배우는 과정에서 자기를 돌아보고 점검하면서 진로를 생각하는, 징검다리 같은 곳이에요. 징검다리니까 좀 쉬기도 하고, 인문학 학습처럼 못 해봤던 것을 하기도 하죠."그러나 사춘기에 있는 청소년들은 그 징검다리를 건너는 동안 놀랍게 변하고 성장한다. 김 주간이 기억하는 한 제자도 그랬다.
"만화를 그리고 싶어서 학교를 나온 굉장히 '마초'인 친구가 있었어요. '남자는 군대를 가야지' '남자가 어떻게 설거지를 해'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논란을 만드는 친구였죠. 그런데 다른 누군가가 '군대를 가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하면서 토론이 시작됐죠. 그런 토론을 통해서 그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인 사회적 통념을 다시 생각하고 깨지기도 하잖아요. 그 친구도 그 과정에서 공부를 많이 했어요. 결국 훗날 병역거부를 하고, 지금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등의 평화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 친구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교육=학교' 신앙 깨는 데 15년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