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불리 안 따지겠다더니... 공염불 된 문·안의 약속

여론조사 문항 놓고 정면충돌... 돌파구는 후보 담판뿐?

등록 2012.11.21 17:13수정 2012.11.2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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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18일 저녁 서울 중구 정동 달개비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야권 후보단일화 협의 재개에 합의한 뒤 회동장을 나서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18일 저녁 서울 중구 정동 달개비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야권 후보단일화 협의 재개에 합의한 뒤 회동장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후보 단일화 방식을 안철수 후보에게 일임한 만큼 큰 어려움 없이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문재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

기대는 단 하루만에 어긋났다. 지난 19일 재개된 민주통합당 문재인·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의 단일화 방식(룰) 협상은 곧바로 '디테일'을 둘러싼 불협화음에 휩싸였다. 밤 11시 두 후보의 TV토론이 예정된 21일 정오까지도 양측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난 19일 두 후보가 전격 회동을 통해 중단됐던 단일화 논의를 재개하기로 했을 때만 해도 룰 협상은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의 약속도 있었다.

협상은 재개됐지만... 백지가 된 후보들의 약속

문 후보는 18일 기자회견에서 "단일화 방안을 안 후보 측이 결정하도록 맡기겠다"고 말했고 안 후보도 "단일화 과정에 대해 승패나 누가 이익이라는 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두 후보 모두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는 자세를 보인데다, 후보 등록 전 단일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속도전'은 불가피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하지만 막상 협상이 재개되자 후보 간 약속은 백지가 됐다. 단일화 방식을 위임 받은 안철수 후보측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안을 들고 협상장에 나왔다. 안 후보 측은 '여론조사+지지층 조사' 방식을 제안하면서 지지층 조사 모집단에 문 후보 측 지지자로는 민주당 대의원·당원을, 안 후보 측 지지자로는 후원자·펀드 가입자를 동수로 넣자고 요구했다. 민주당 대의원·당원들 중 '비문재인 성향'이 상당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 후보 측이 사실상 수용할 가능성이 없는 안이었다.

문 후보 쪽에서는 "단일화 방식을 제안할 때는 상대가 유불리를 쉽게 간파하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안을 짜오는 게 일반적인데 안 후보 측에서 너무 노골적인 안을 가져와 놀랐다"는 반응이 나왔다.


통 큰 양보와 단일화 방식 일임을 약속한 문 후보 측도 마찬가지다. 양측 간 이견으로 TV토론 후 공론조사나 지지층 조사가 물건너 가면서 여론조사 설문 문항을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치를 벌이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양자 대결 시 경쟁력을 묻자는 안 후보 측에 맞서 문 후보 측은 야권 후보 적합도를 물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안 후보 쪽에서는 "뭐가 통 큰 양보인지 모르겠다", "이제 맏형 이야기는 그만 하라"고 꼬집었다.


여론조사 밖에 남지 않는 단일화 방식, 예견된 정면충돌

사실 이 같은 협상 교착 상태는 이미 예견됐다는 평가다. 단일화 협상이 뒤늦게 시작된 데다, 시작 하루 만에 중단되는 파행을 겪으면서 가능한 방식이 여론조사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보들의 경쟁력과 적합도를 다양한 방식으로 검증할 수 있는 여러 단일화 방식들이 사라지게 되면서 여론조사 설계라는 단일 쟁점을 놓고 양측이 정면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는 야권 후보 적합도에서, 안 후보는 본선 경쟁력에서 상대적 강점을 가지고 있어 설문 문항 설계가 승부를 가를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 문재인 후보 쪽은 '문재인과 안철수 중 누구를 단일후보로 지지하느냐'라는 단순 지지도 조사를 고집할 수밖에 없고, 반면 안 후보 쪽은 '박근혜와 문재인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 '박근혜와 안철수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를 묻는 양자대결 설문 방식을 고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는 두 후보들의 공언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됐다. 이번 단일화는 다를 것이라는 유권자들의 기대치만 높인 채,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에서 한발도 더 나가지 못한 '반복'에 그치고 말았다. 단일화 협상이 타결돼도 양쪽의 지지층을 화학적으로 결합시킬 감동적인 단일화, 아름다운 단일화는 물건너 간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양측은 21일 오후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예정이다. 하지만 설문 문항 설계에서 양보는 곧 패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쉽게 돌파구가 열리기는 쉽지 않다는 비관적 전망이 제기된다.

결국 거론되는 것은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담판이다. 실무 협상팀의 이견이 팽팽한 만큼 후보가 직접 만나 룰 협상을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두 후보의 회동 시점으로는 TV토론 전후가 거론된다. 안 후보는 이날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실무협상이 조금 더 지연되고 부작용이 우려되는 시점 전에 문 후보와 만나겠다"며 "협상팀에서 결론이 나지 않으면 문 후보와 만나 좋은 결론을 이끌어 내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 측도 담판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문 후보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오늘 중으로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면 내일 오전 중에 후보들이 만나 담판을 지어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재인 #안철수 #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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