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전쟁'에 빛바랜 '아이폰5 1호 개통'

[현장] 줄서기 여전했지만... 때이른 '보조금'에 예약가입 의미 퇴색

등록 2012.12.07 13:54수정 2012.12.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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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폰5 개통이 시작된 7일 오전 8시 KT 광화문 사옥 올레스퀘어 앞에 대기자 100여 명이 줄을 서 있다.
아이폰5 개통이 시작된 7일 오전 8시 KT 광화문 사옥 올레스퀘어 앞에 대기자 100여 명이 줄을 서 있다.김시연

아이폰5 개통 첫날, '줄서기' 진풍경은 여전했지만 이동통신사 보조금 경쟁에 빛이 바랬다.

KT 아이폰5 개통 행사가 열린 7일 오전 8시 광화문 올레스퀘어 앞에는 100명이 넘는 개통 대기자들이 차가운 눈발 속에 길게 줄지어 있었다. 20만 명이 넘는 예약 가입자 중 뽑힌 행운의 주인공들이었다. 이들 가운데 전날 오후 2시부터 18시간을 기다린 박슬기(27)씨에게 1호 개통의 영광이 돌아갔다.

SK텔레콤도 이날 0시 예약가입자 150명을 초청해 개통 행사를 열었다. 전날 오후 8시부터 강남구 논현동 플래툰 쿤스트할레서 기다린 안혜진(28)씨 역시 1호 개통 주인공으로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아이폰5 보조금 전쟁' 여파로 양사 예약 가입자 이탈

2009년 11월 아이폰 3Gs 국내 출시 이후 해마다 반복되는 풍경이지만 '1호 개통'이나 예약 가입 의미는 크게 후퇴했다. KT는 개통 행사 초청자를 지난해 100명에서 300명으로 늘렸지만 이날 오전 9시가 다 되도록 대기 순번은 130번대에 그쳤다. 밤늦게 열린 SK텔레콤 행사도 예상 인원의 2/3 정도만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합쳐 30만 명에 가까운 예약 가입자들도 중복 가입 등으로 상당수 '허수'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양사는 이번 아이폰5 마케팅에 사활을 걸었다. 기존 아이폰 사용자들을 비롯해 3G(3세대 WCDMA) 가입자들을 대거 4G LTE(롱텀에볼루션)로 전환시킬 절호의 기회로 본 탓이다. LTE 경쟁에서 가장 뒤졌던 KT가 아이폰5 케이스 등 예약가입자 혜택을 늘렸고 SK텔레콤도 전용 케이스 선착순 지급, 찾아가는 현장 개통 등 다양한 이벤트로 맞섰다.

 KT 아이폰5 1호 개통자인 박슬기씨가 7일 오전 8시 KT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개통 행사에서 표현명 KT T&C부문 사장(왼쪽), 런던올림픽 사격 2관왕 진종오 선수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KT 아이폰5 1호 개통자인 박슬기씨가 7일 오전 8시 KT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개통 행사에서 표현명 KT T&C부문 사장(왼쪽), 런던올림픽 사격 2관왕 진종오 선수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KT

 SKT 아이폰5 1호 개통자인 안혜진씨가 7일 새벽 0시 강남구 논현동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열린 SK텔레콤 개통 행사에서 아이폰5를 건네받고 있다.
SKT 아이폰5 1호 개통자인 안혜진씨가 7일 새벽 0시 강남구 논현동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열린 SK텔레콤 개통 행사에서 아이폰5를 건네받고 있다. SK텔레콤

지난 11월 30일 오후 10시부터 시작한 예약 가입자 확보 경쟁에서는 일단 KT가 승리했다. SK텔레콤도 2시간 만에 온라인 예약 가입자 5만 명을 채웠지만 KT는 같은 시간대 13만 명을 넘겼다.


KT가 중도 해지자에게 불리한 새 위약금 제도 도입을 미룬 게 결정적이었다. 반면 SK텔레콤은 지난 11월부터 '위약금3'라 불리는 약정할인반환금 제도를 도입했다. 이용자가 2~3년 정도인 약정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그동안 할인 받은 요금 가운데 일부를 위약금으로 되돌려주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중도 해지해도 남은 단말기 할부금만 내면 됐지만 앞으로는 약정유지기간과 요금 할인액에 따라 많게는 10~20만 원까지 추가 부담해야 한다.

2개 대역 LTE 주파수를 동시 지원하는 '멀티캐리어' 등 품질 경쟁력을 앞세우던 SK텔레콤도 뒤늦게 예약 가입자들에게 유심 비용 7700원까지 면제해주기로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아이폰마저?... '보조금 경쟁' 부추긴 이통사 뒤늦게 '진화'

일찌감치 시작된 아이폰5 보조금 경쟁도 예약 가입 의미를 크게 떨어뜨렸다. 그동안 아이폰은 '가격 방어력'이 강하기로 유명했다.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국내 단말기의 경우 제조사와 이통사 보조금 경쟁에 출시 몇 달 만에 버스요금 정도에 살 수 있다는 '버스폰'으로 전락하기 일쑤였지만 아이폰은 초기 출고가를 상당 기간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아이폰5 예약 가입과 동시에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할부원금'을 20~30만 원 정도 떨어뜨린 이른바 '택시폰'이 등장했다. 버스 요금 수준은 아니지만 아이폰조차 저렴한 값에 살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할부원금'은 할부금 기준이 되는 단말기 실구매가로, 출고가 81만4000원인 아이폰5 16GB 모델도 50~60만 원 정도에 살 수 있다며 가입자를 모았다.  

 아이폰5 개통이 시작된 7일 오전 8시 KT 광화문 사옥 올레스퀘어에서 예약 가입자들이 개통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폰5 개통이 시작된 7일 오전 8시 KT 광화문 사옥 올레스퀘어에서 예약 가입자들이 개통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김시연

하지만 언론에서 '아이폰5 과다 보조금' 논란이 일자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뒤늦게 조사에 나섰다. KT와 SK텔레콤도 급기야 지난 3일 고객들에게 "일부 온라인 판매처에서 비정상적인 할인 가격으로 고객 현혹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지만, 피해가 발생해도 보상할 수 없다는 '면피' 성격이 더 강했다.

'판매장려금'을 비롯한 이통사 측면 지원 없이 판매업체 단독으로 벌일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KT는 지난 1일 본사 직영 택배 신청자들에게 할부원금을 10만 원씩 깎아주기로 했다 뒤늦게 철회하며 '과다 보조금 논란'을 자초했다.  

그동안 아이폰이 국내 시장에서 고전한 데는 애플의 가격 방어 정책에 따른 비싼 가격도 한몫 했다. '17만 원짜리 갤럭시S3'로 드러난 것처럼 일반 휴대폰 유통점에서는 아이폰보다 보조금이 많이 들어간 국산 단말기를 권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아이폰조차 왜곡된 휴대폰 유통 구조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 1차적 책임이 이통사에 있음을 보여준다.

KT와 SK텔레콤은 이날 아이폰5 1호 개통자에게 각각 월 6만2000원짜리 요금제 1년 무료 이용권을 비롯한 온갖 선물을 안겼다. 하지만 대다수 예약 가입자들이 바라는 건 이런 '행운'보다는 거품 빠진 통신요금이다. 유통점에 돌릴 '단말기 보조금'까지 미리 계산에 넣었을 지금 통신요금은 비싸도 너무 비싸다.
#아이폰5 #예약가입 #보조금 #KT #SK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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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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