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과 함께 12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온의동 풍물시장에서 시민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 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조재현
"2~3% 앞선다고 해서 박근혜가 이긴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없지. 지금 여론조사를 믿을 수 있드래요?" 12일 오후 강원도 춘천 풍물시장 앞, 멀찌감치 서서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의 지원유세를 지켜보던 김정민(65)씨의 말이다. 팔짱을 낀 채 간혹 수북이 쌓인 눈덩이를 발로 걷어차는 김씨의 표정에 노기가 서렸다. 김씨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지지자다. 안 전 후보의 '문재인 전폭 지원' 유세 모습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가 영하의 날씨에 굳이 안 전 후보의 유세장에 나온 이유도 "안철수한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속는지 구경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대선 전망을 묻는 질문에 "막상막하"라고 했다. 지난 10일 발표된 각종 언론사의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가 '오차범위 내 우세'를 보였고, 일부 여론조사는 박 후보가 문 후보를 오차범위 이상으로 앞섰다. 그러나 김씨는 이들 여론조사 결과를 믿지 않았다. 그의 입에서는 조심스럽게 "엄기영 때문에..."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엄기영의 악몽' 재현?... "박근혜 앞서지만, 마지막까지 변수 있다"지난해 4·27 재·보궐선거 당시 강원지사 선거는 일찌감치 판세가 기울었다. 당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전통적으로 보수 진영이 강세를 보여온 강원에 전직 MBC 사장 출신인 엄기영 후보를 내세웠다. 반면 민주당에서 내세운 최문순 후보는 MBC 간판앵커로 명성을 날렸던 엄 후보의 높은 인지도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실제 당시 여론조사에서도 엄 후보가 크게 앞섰다. 선거 9일 전 보도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엄 후보(48.5%)의 최 후보(28.5%)의 지지율 차이는 무려 20%포인트였다. 같은 날 <한겨레> 여론조사에서도 엄 후보(45.5%)와 최 후보(33.7%)의 격차는 11.8%포인트였다. 10%포인트를 훌쩍 넘는 큰 차이 때문에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물론 여야 모두 엄 후보의 승리를 점쳤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최 후보는 51.1%를 얻어, 46.7% 득표에 그친 엄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당시 안상수 대표가 4·27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한나라당은 한동안 극심한 내홍을 겪어야 했다.
한나라당이 여론조사에 마음을 놓았다가 낭패를 본 건 강원지사 재보선뿐만이 아니다. 2010년 6월 지방선거가 대표적이다.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20%포인트 안팎으로 앞섰다. 그러나 결과는 0.6%포인트 차이로 오 후보가 간신히 이겼다. 여론조사에서 뒤졌던 이광재 강원지사 후보나 안희정 충남지사 후보도 결국 예상을 뒤집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악몽은 새누리당으로 이어졌다. 지난 4월 총선 때 방송3사의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12%포인트 앞섰던 전재희 새누리당 후보가 실제로는 이언주 민주당 후보에게 3.9%포인트 차로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과거 실패 사례가 대부분 야당 후보들의 여론조사 수치가 실제보다 낮게 나왔다는 점도 새누리당이 선거 막판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새누리당은 1년 반 전 '엄기영의 악몽'을 떠올리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각종 언론사와 자체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가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자신하는 분위기다.
권영진 새누리당 기획조정단장은 지난 10일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주간 단위 조사를 하고 있는데, 오늘 언론에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보다 조금 더 격차를 벌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교검증을 위해 외부기관에 의뢰한 조사에서도 5%p 이상 앞섰다"며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는 면접원이 집전화와 휴대전화로 직접 전화를 걸어 조사하는 게 아닌, 자동응답전화(ARS) 조사 방식이다.
여의도연구소의 한 관계자도 1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체 여론조사 분석 결과) 호남을 제외한 전국에서 박 후보가 문 후보를 전부 앞서고 있다"며 "외부 여론조사 기관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2~7%, 또는 3~6% 정도 박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여론조사는 항상 과거다. 선거는 미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변수가 있다"고 경계했다.
여론조사 마지막 공표, 그러나 0.9%p~6.8%p 제각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