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다락능선-Y계곡-신선대 '2012 송년산행'

암릉 지대에서 보는 조망 한번 멋지네

등록 2012.12.21 16:07수정 2012.12.2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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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포대능선 정상에서 돌아본 통신탑

포대능선 정상에서 돌아본 통신탑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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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송년산행 늘 나와함께 수요산행을 하는 우리산내음 카페 회원님들과 함께 도봉산 송년 산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과 동영상 입니다. ⓒ 윤도균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등산을 좋아하는 국민은 세계에 드문 것 같다. 그 때문인지 '우리나라 북한산'이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국립공원이란 진기록으로 유명세를 떨칠 정도다.

오늘 (2012.12.19)은 우리나라 제18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일이다. 나는 8시 반 아예 배낭을 걸머지고 투표소를 향한다. 이번 투표는 기호 1번과 2번 후보자 양자 대결이라 나같은 나이 든 사람들 처지에서도 특별히 더 관심이 많다.


왜냐면 미래 5년 동안 우리나라를 통치할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이니 참신한 후보자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 줄기찬 나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아직 이른 시간대라서 그런지 썰렁한 투표장엔 투표 종사원들만 몇 사람 일을 보고 있을 뿐 한산하다. 투표 종사원들이 나를 보고 손님 맞이하듯 반긴다. 주민등록증을 내보이고 투표용지를 받아 소신껏 투표를 하고 나온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자에게 투표도 했겠다. 발걸음도 가볍게 부평역으로 향하는데 그동안 며칠간 포근했던 날씨가 이날따라 살을 에듯 쌀쌀하다. 하지만, 산꾼들은 대부분 비가 오는 날 아니면 웬만한 날씨엔 상관하지 않고 산행을 감행한다.

a  다락능선 암벽 구간을 오르고 있는 일행들 모습

다락능선 암벽 구간을 오르고 있는 일행들 모습 ⓒ 윤도균


a  도봉산의 명소 선 만 자(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풍경

도봉산의 명소 선 만 자(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풍경 ⓒ 윤도균


부평에서 도봉산역까지 1호선 전철 구간엔 40개 정류장이 있고 1시간 반이 걸린다. 오늘은 선거일이라 직장인 대부분이 휴무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가 전철을 탄 시간이 9신데 서울행 전동차는 인산인해다. 저 많은 사람이 다 어디로 무슨 목적을 향해 가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이 선거일인데 투표는 다 하고 나왔는지? 별의별 것이 다 궁금하다.

쌀쌀한 날씨지만 전동찰 타고 보니 훈훈한 운기가 있고 마침 경로석 자리가 비어 있어 운 좋게 자리를 잡고 앉는다. 내가 젊은 한창 시절 1970년대 인천 지하철 1호선은 사람이 얼마나 많았으면 콩나물시루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요즘이야 세상 좋아져 냉난방이 다 되니 춥지도 덥지도 않으니 이 얼마나 편한 세상인가?

어디 그뿐인가? 출퇴근 시간엔 급행 전동열차가 3~7분 간격으로 있고 완행은 더 많으니 요즘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은 그야말로 교통 지상 천국에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 1970~80년대 말까진 사람이 많아도 겨울엔 그래도 좀 났다. 하지만, 여름철엔 찜통 같은 무더위에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꽉 찬 사람들 틈에 차곡차곡 끼어 문이 닫히고 나면 그야말로 숨이 콱콱 막힐 정도였다.


그땐 출퇴근 시간에도 보통 10분 만에 전동차가 한 번 오다 보니 오죽했으면 출근 시간대면 지하철 역무원들이 나와 한 사람이라도 더 태우려고 등을 밀어붙였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달리는 열차 안에서의 분위기는 한 마디로 엉망진창이다.

a  다락능선을 타고 오르면 곧바로 포대능선 정상이다. 포대능선 정상에서 일행들이 조망을 즐기고 있다. 역광 촬영

다락능선을 타고 오르면 곧바로 포대능선 정상이다. 포대능선 정상에서 일행들이 조망을 즐기고 있다. 역광 촬영 ⓒ 윤도균


a  일행들이 이추운 겨울날씨에 Y계곡을 고생하며 오르고 있다.

일행들이 이추운 겨울날씨에 Y계곡을 고생하며 오르고 있다. ⓒ 윤도균


그렇게 옛날의 추억에 잠기다 보니 어느 사이 40여 개 정류장을 지나 도봉산역이다. 오늘은 우리산내음 카페 송년 산행 날이라 평소 산행 때와 달리 시간이 많이 늦은 11시 30분에 일행들을 만나 11시 50분 돼서야 도봉 탐방지원센터를 들어서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그러다 보니 늘 농담 좋아하는 내가 어이 선착순 대장 아예 막걸리 한 병 사서 컵라면에 한잔하고 오르지 소리가 나올 정도로 늦은 시간에 산행을 시작한다.


이날은 가볍게 산행을 마치고 6시까지 송년회장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산행 코스가 유동적이다. 일단은 먼저 다락능선에 오른 후 포대능선 정상에서 시간 봐 다음 코스를 더 진행할 것인가 말 것인가 여부를 결정키로 하고 다락원 길/안골길 도봉산 옛길구간 자운봉 2.8킬로 은석암 0.7킬로 이정표가 가르치는 방향으로 17명의 회원님이 들어서니 이 코스엔 뜻밖에 우리 일행들 외엔 다른 사람들이 없다.

하지만, 아는 분들은 다 알고 있듯이 도봉산 구간은 어느 한 구간도 암릉 구간이 아닌 곳이 드물어 특히 산행하며 주의를 해야 한다. 그렇지만, 좋은 점은 암릉지대 산행은 빨리 가고 싶어도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에 특별히 더 빨리 오를 수 없으니 나름대로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산행을 할 수 있어 좋다.

원도봉입구 1.6킬로 암릉 지대를 오르고 나니 세상에~~~ 펼쳐지는 조망이 그야말로 선경이다. 멀리 건너편에 망월사를 에워싼 포대능선 암봉들 그리고 좌측으로 까마득히 올려다보이는 선-만-자 (선인 봉, 만장봉, 자운봉) 암봉 풍경이 한 폭의 동양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a  Y계곡 마지막 암봉으로 오르는 일행들

Y계곡 마지막 암봉으로 오르는 일행들 ⓒ 윤도균


a  만장봉과 신선대가 나란히 우리는 이날 시간 관계상 우측 신선대까지만 오르고 하산을 한다.

만장봉과 신선대가 나란히 우리는 이날 시간 관계상 우측 신선대까지만 오르고 하산을 한다. ⓒ 윤도균


그런데 '옥에도 티가 있다더니' 한가지 흠이 있다면 날씨가 추워서 고도를 높일수록 계속되는 암릉 지대에 한 수 더 떠 얼음이 꽁꽁 얼어 자칫 큰 위험을 가져올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일행들 안전을 위해 모두 아이젠을 착용하고 마치 '박수 작두'타듯 조심조심 빙벽 지대를 통과하느라 신경을 곤두세우고 땀을 뻘뻘 흘리며 간신히 전원 안전하게 통과를 한다.

그리고 이젠 좀 안심이다 하는데 어럽쇼! 이건 갈수록 태산이다. 일행의 선두를 안내하던 '선착순' 대장이 분명히 우측 눈 덮인 우회 길을 두고 좌측 깍아지릇듯한 고가 사다리 구간에 얼음까지 꽁꽁 얼어 빙벽 지대 다락능선으로 우릴 인도한다. 아니 우리가 무슨 해병대 유격훈련 받으러 온 훈련병으로 아는지 멀쩡한 평일 산행 때도 아슬아슬 현기증나 꺼리는 암릉지대 다락능선으로 우리를 인도하다니….

나 참 기가 막혀 저도 환갑 지난 6학년이면서 웬만하면 날 봐서라도 우회로로 인도할 것이지 이날 산행 일행 중 최고 인생 고참 6학년 9반인 날 골탕먹이겠다는 심보처럼 이게 뭘 하려는 심본지 모르겠다. 나쁜 사람 같으니라고…. 그러다 보니 오빠 따라 산행에 나선 외사촌 여동생이 걱정돼 나와 갑 장인 친구 바람님과 동행해 우회를 시켜놓고 '그래 해볼 테면 해봐라' 생각한다.

나도 기죽지 않고 젊은 일행들이 꽁꽁 언 쇠사슬 동아줄에 매달려 오른 그 가파른 암릉 지대를 뒤따라 오르며 한 수 더 떠 촬영까지 하며 간다. 이런 나를 보고 일행들은 위험하다고 만류를 하지만 사진을 찍다 보면 이런 스릴 구간에서 찍는 사진이 더 생동감 있고 실감이 있기에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난 그 아슬아슬한 순간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내년이면 고흰데 내가 언제까지 산행을 지속할지는 모르지만 할 수 있는 동안은 뭔 일에든 온 힘을 다하고 싶은 욕심이다. 그렇게 포대능선 정상 암봉에 오르니 여기서 보는 조망이 그야말로 최고 하이칼라 조망이다. 안 보이는 곳 빼고는 선명한 선경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런 때 대포 카메라가 필요한 건데…. '아니 키가 짜리 몽땅한 사람이 이런 암릉 구간에서 뭔 대포 타령'을 하는 것인지 내가 날 생각해도 정말 웃기는 놈이다.

a  우회한 일행들을 만나 마당바위에서 단체 사진을

우회한 일행들을 만나 마당바위에서 단체 사진을 ⓒ 윤도균


a  2012 올한해 무탈안전 산행을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회원님들과 함께한 송년의 밤 행사에서 대장들이 케이크 절단을 하고 있다.

2012 올한해 무탈안전 산행을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회원님들과 함께한 송년의 밤 행사에서 대장들이 케이크 절단을 하고 있다. ⓒ 윤도균


그런데 걱정은 우회한 '동생과 바람 님'이 아직 종무 소식이다. 사람이 있어야 하산을 하든 말던 결정을 할 텐데 두 사람과 전화 통화가 안된다. 그러다 보니 앞서가던 선착순 대장 분명히 산행 시작할 때 오늘 같이 날씨가 쌀쌀한 날은 Y 계곡으로 안가기로 떡떠먹듯 약속해놓고 선두에서 슬그머니 어슬렁어슬렁 Y 계곡을 들어서고 있다.

분명 이번도 그 속셈은 날 골탕먹이려는 심보가 다분하다. 그렇지만, 내가 누군가 '선착순 전 해병대 출신'이지만 난 어엿한 육군 출신이다. 육군과 해병대 기 싸움이다. 어디 누가 이기나 보자 끝까지 해보는 거다 다짐을 하며 얼음 동아줄에 몸을 의지하는데 장갑이 겉돌아 더 힘이 들지만 그래도 맨 뒤에서 앞선 일행들 사진과 동영상을 찍으며 Y 계곡을 통과한다.

그리고 내친김에 그 옛날 어떤 천하장사가 쌓아올린 듯한 만장봉 옆 신선대까지 휘리릭 올랐다 내려오며 여동생과 바람님께 전화하니 그때야 통화돼 '오빠 지금 마당바위 쪽으로 하산중야' 소리를 듣고 일행들보다 앞서 내려와 도봉산탐방지원센터를 지나며 이날의 도봉산 송년 산행을 모두 마치고 왕십리 송년회장으로 달려간다.

a  2012 송년의 밤 행사를 모두 마치고 회원님들이 다 함께 단체 사진을

2012 송년의 밤 행사를 모두 마치고 회원님들이 다 함께 단체 사진을 ⓒ 윤도균


#도봉산 #다락능선 #포대능선 #선 만 자 #송녕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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