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가 남긴 '유산'... 제대로 살려 봅시다

[국민방송 어떻게 봐야 하나] 여론 다양성 확보를 위해 새 방송 필요

등록 2013.01.26 11:19수정 2013.01.2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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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김인규 전 사장(왼쪽)과 MBC 김재철 사장. 두 인물은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과 편파방송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KBS 김인규 전 사장(왼쪽)과 MBC 김재철 사장. 두 인물은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과 편파방송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권우성·유성호

지난 18대 대통령선거 결과는 변화를 원하며 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한 진보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상실감을 줬다. 이명박 정부에 환멸을 느낀 유권자들은 같은 여당 소속의 박근혜 후보가 당선하자 큰 충격에 빠졌다. 

그런 충격 속에서 다시 희망의 싹을 틔우려는 움직임이 시도 되고 있다. 바로 '국민방송 만들기' 프로젝트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기간 동안 KBS, MBC 등 지상파 방송사들과 종합편성채널, 그리고 보수 신문사들은 노골적인 편파보도로 여당 후보의 당선을 지원했다. 이러한 편파보도에 화가 난 시청자들이 직접 나서 대안방송을 만들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국민방송 만들기 '1등 공신'은 MB

하지만 국민방송 만들기 프로젝트는 단순히 이번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지상파 방송사들의 편파보도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어렵다. 국민방송 만들기 프로젝트는 지난 5년간 이명박 정부에 의해 자행된 언론통제와 표현의 자유 억압에 분노한 시민들의 정치적 저항에서 시작됐다고 봐야 옳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난 5년간 19명의 해직 언론인을 포함해 총 450여 명의 언론인이 언론통제에 맞서 싸우다 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러한 언론인 대량 징계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부끄러운 모습이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탄압은 언론계 역사상 유례 없는 대규모 장기 파업을 불러왔다. 공영방송인 MBC와 KBS가 각각 170일, 95일간 파업을 벌였고, 기간 통신사인 <연합뉴스>는 100일, <국민일보>도 173일 동안 파업을 벌였다. 이러한 대규모 방송사 파업에도 이명박 정부는 파업의 쟁점이었던 친정부 성향의 사장들을 끝까지 보호했다.

그리고 이번 대선에서 그 사장들은 은혜를 갚으려는 듯 노골적인 편파방송으로 여당 후보 당선에 기여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편파방송의 수혜자이기도 하다. 이렇게 공영방송과 보수 언론사들의 편향적인 보도가 대선 결과에 영향을 줬다고 판단한 많은 시민은 분노했다. 결국 시민들은 대안방송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국민방송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국민방송이 지금 이 시점에서 정말 필요한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나라의 방송 환경을 살필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출범한 종합편성채널은 말할 것도 없고, KBS와 MBC 등은 친정부 인사에게 장악되면서 기본적인 언론의 기능을 크게 상실했다. 결국 따져보면 한국에는 친정부 성향의 공영방송만 존재하는 셈이다. 따라서 여론의 다양성 확보와 시청자들의 균형 잡힌 정보소비권 보장을 위해서 대안방송은 절실히 필요하다. 즉, 상황적으로 대안방송의 필요성과 당위성은 확보된 셈이다.


 지난 2012년 12월 4일 MBC 본사 모습.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첫 번째 TV토론이 열리는 등 보안관계로 문이 굳게 닫혀 차량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지난 2012년 12월 4일 MBC 본사 모습.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첫 번째 TV토론이 열리는 등 보안관계로 문이 굳게 닫혀 차량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권우성

이러한 대안방송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많은 분이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대안방송 출범에 대해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분도 많다. 하지만 한 가지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처음부터 기존의 방송 시스템을 따라가려는 시도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지상파 방송이나 케이블 방송 채널처럼 시스템을 모두 갖춰 시작하려는 시도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대안방송의 본래 취지인 여론의 다양성 확보와 공정한 방송을 만드는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새로운 방송, 도대체 왜 필요하가

방송국 규모면에서 거대 지상파 방송과 경쟁하려는 시도를 과감히 버려야 한다. 작지만 편파보도에 맞서는 공정한 보도를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등 거대 보수 신문사에 비하면 <경향신문><한겨레><오마이뉴스><프레시안> 등 진보 매체의 규모는 무척 작다.

진보 매체들은 규모면에서 거대 보수 신문사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진보성향의 매체가 있기에 한국 사회에 그나마 여론의 다양성이 확보되고 있다. 또한 규모는 작지만 이러한 진보매체들이 정권의 비리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보도해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진보 매체들은 규모가 크든 작든, 대안 매체가 존재하면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지금 한국에는 거의 모든 방송이 권력지향적이고 보수적이어서 이명박 정부에 환멸을 느낀 절반 가까운 국민이 시청할 방송이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들의 정보 갈급증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대안방송이 필요하다. 물론 일부에서 문제제기 하는 것처럼 대안방송이 진보 성향 사람들만의 방송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거의 모든 방송이 보수 지향적인 상황에서는 진보 성향의 방송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그래야 여론의 다양성이 조금이나마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현재 국민방송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TV 수상기에서 방송을 볼 수 있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그러다 보니, 자금 확보 문제와 인력, 장비충원, 운영자금에 대한 논의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시설이 아닌 '좋은 컨텐츠'에 집중하자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현실성 떨어지는 문제를 논의하는 것보다, 현재 상황에서 어떻게 더 다양하고 질 높은 콘텐츠를 생산할 것인가를 먼저 논의해야 한다. 주어진 인력과 장비를 통해 진정으로 국민의 편에서 생각하는 방송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2012년 9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MBC 노조원들이 총력투쟁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부터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위해 1천만명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총파업에 이르기까지 투쟁 수위를 점차 고조시켜 나갈 것이다"며 김 사장의 퇴진과 MBC 공정방송 정상화를 요구했다. (자료사진)
2012년 9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MBC 노조원들이 총력투쟁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부터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위해 1천만명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총파업에 이르기까지 투쟁 수위를 점차 고조시켜 나갈 것이다"며 김 사장의 퇴진과 MBC 공정방송 정상화를 요구했다. (자료사진)유성호

다행히, 지난 18대 대선 이후 상실감에 빠진 국민들이, 해직 언론인들이 만드는 <뉴스타파>에 유료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또 국민방송을 만들자는 온라인 모금 서명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뜻을 모아 예전보다 좀 더 발전된 모습으로 작지만 올바른 방송을 시작했으면 한다.

끝으로, 현재 국민방송 만들기 프로젝트는 <뉴스타파>를 중심으로 한 공익재단 설립과 나꼼수 제작진 중심의 '국민TV' 설립, 이렇게 두 가지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일단 협의를 통해 두 흐름을 하나로 모을 필요가 있다. 자본이나 인력, 그리고 방송장비 등 방송제작 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 힘이 분산되면 양질의 방송 콘텐츠 생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좀 더 나은 방송, 국민의 여망을 품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지금 여기서 대안방송을 시작하면, 많은 사람이 대안방송이라는 나무의 가능성을 보고 물과 사랑을 줄 거다.   
덧붙이는 글 최진봉 기자는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중 입니다.
#국민방송 #뉴스타파 #대안방송 #최진봉 #편파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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