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25일, 무상급식 요구 기자회견 중인 시민을 고발한 이광준 춘천시장을 규탄하는 '춘천무상급식실현운동본부' 기자회견
성낙선
이 시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계속해서 '화합'을 강조하고 있다. 권투 시합 소식이 널리 알려지면서, 발언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이 시장은 "복싱은 순수한 스포츠"이며 "이번 시합은 화합을 위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김 의장 역시 "불필요한 대립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간에 있었던 갈등이야 어찌됐든, 두 사람은 춘천시민들이 이 시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주기를 바라는 눈치다.
하지만 이 시합을 그렇게 순수하게 받아들이기에는 그동안 이광준 시장이 쌓은 업보가 너무 많다. 이광준 시장은 평소 '돌출 행동'으로 유명하다. 2011년 7월 27일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자원봉사차 춘천을 찾은 인하대생 등 10여 명이 목숨을 잃었을 당시, 이 시장은 희생자 가족들에게 "춘천시에는 책임이 없다"는 발언을 해 유족들의 분노를 샀다.
보상 문제는 물론 희생자 가족들에게 사과의 말조차 건네지 않았다. 그런 이 시장이 지난해 12월 14일 사고 유족들에게 '유감'을 표명했다. 이 유감 표명도 유족 측이 이 시장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후, 법원의 '화해 권고'가 있고 나서야 가능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1년 6개월이 다 돼 가는 시점이다.
그리고 지난해 3월 22일에는 춘천시가 춘천시청 현관 앞에서 '무상급식' 실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려던 시민단체 회원들을 '퇴거불응죄'로 고발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이 시장은 강원도 18개 시군 중에서 유일하게 무상급식을 거부해 시민들의 반발을 샀다. '무상급식 실시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하다, 급기야 시민단체 회원들을 고소하는 사태까지 일으킨 것이다.
이 사건은 지금도 재판 중이다. 시의회 의장과 화합을 다지기 위해 권투 시합까지 불사하는 이 시장이 시민단체와는 여전히 화합을 하지 못하는 모습도 그리 보기 좋은 건 아니다. 그런 이 시장이 18대 대선을 코앞에 둔 지난해 12월 4일 무상급식 실시를 전격 결정했다. 춘천을 지역구로 둔 김진태 국회의원으로부터 "춘천시민들의 목소리를 수용해 전향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라"는 요구를 받고 난 뒤다.
이 시장은 또 지난해 5월 24일 춘천시장애인부모연대와 면담을 한 자리에서 그 단체의 회원들에게 "(춘천이 마음이 안 들면) 원주에 가서 살아라"라고 말해, 분란을 일으켰다. 단체의 한 회원이 "원주에는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 많은데 도청소재지인 춘천에는 없다"고 말하자, 그렇게 답한 것이다.
이 사건은 이후 이 시장이 시의회에서 시의원과 갈등을 빚는 사건으로 비화됐다. 이 사건을 가지고 시의원들은 시의회에 나온 이 시장을 심하게 질책했다. 여기에 이 시장은 시의회가 자신에게 반론을 펼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해서 의장에게 반말까지 했던 것이다. 이후 이 시장은 그해 6월 24일 시청 본관 앞에서 '시장 사퇴'를 촉구하는 장애인부모연대에 자신의 잘못을 공개 사과하는 수모를 겪었다.
일회성 이벤트인 권투 시합보다 더 중요한 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