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기습 인상, 내용보니 더 속터져

[게릴라칼럼] 주택용 누진제 손질한다던 지경부 약속 어디갔나

등록 2013.01.13 11:50수정 2013.01.2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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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국민들의 고통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했다. 자구 노력은 물론 누진제도 손질하겠다."

지난 8월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 비난이 넘쳐나자 한전은 서둘러 누진제 손질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약속은 유야무야되었고, 이렇다 할 자구 노력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전기 요금 인상은 당분간 없을 것'

지난 12월 24일 일부 언론에서 신년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문의하자 전기요금 인상계획이 없다는 해명 자료까지 냈던 지식경제부(지경부)였다.

그런데 지경부 발표가 나온 지 보름만인 9일 전기요금 평균 4% 인상안이 기습적으로 발표됐다. 인상 적용도 14일부터다. 3개월 동안 한전과 지경부의 지루한 논의를 거쳤던 지난 8월 인상 과정과 비교한다면 이번 인상 발표는 서민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친 결정이다. 아무리 정권 말기라고 하지만 국민 여론은 안중에도 없는 이명박 정부. 인상계획이 없다며 해명자료까지 뿌려 놓고 어떻게 여론수렴 한 번 거치지 않고 인상안을 발표할 수 있는지 그 뻔뻔함이 놀라울 따름이다.

국민에게 사기친 '전기요금 인상'

 한파에 전력사용량이 급증해 전력 수급 '관심'경보가 발령된 지난 12월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전력거래소 중앙관제센터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파에 전력사용량이 급증해 전력 수급 '관심'경보가 발령된 지난 12월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전력거래소 중앙관제센터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수십년만의 추위라는 일기예보 뒤에 따라오는 전기 수급불안 뉴스. 뉴스를 들으면서 언제 블랙아웃이 돼 한밤중에 어둠과 추위에 떨어야 할지 국민들은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엉터리 부품 납품을 방치해서 시도 때도 없이 멈춰 버리는 원자력 발전소. 왜 그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들이 져야되는지도 납득하기 쉽지 않지만 전기 요금을 올려서 사용량을 줄여보자는 발상 또한 이해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여름이야 에어컨 끄고 선풍기라도 돌린다고 하지만 한겨울에 가정에서 어떻게 사용량을 줄이라는 건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전력 수급을 원활하게 관리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은 그만두고서라도 무엇보다 한겨울 전력 사용량이 폭증하는 요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진단하는 것이 먼저다. 그러나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안에는 그런 진단의 흔적조차 없어 보인다. 한전의 정보공개 자료에 따르면 주택용 전기는 2012년 8월을 대비 11월 사용량이 115만kwh 줄어든 반면 산업용(을) 전기의 경우 오히려 125만kwh가 늘어났다. 12월 사용량은 집계되지 않았지만 추워진 날씨를 감안한다면 산업용(을)의 전력 사용량은 더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전(정보공개)

이렇게 전기사용량이 늘어난 원인이 무엇일까?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가스나 등유 등 난방기기가 전기 난방기기로 대체된 때문이며, 타 에너지원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공급되는 전기요금이 이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한다.(2012.11.21. KTV 정책오늘).


가정용이나 일반용은 에어콘 사용이 끝나는 8월 이후 전기사용량이 줄어드는 반면 산업용(을) 전기를 사용하는 대규모 사업장은 전기 난방 등의 요인으로 사용량이 오히려 여름철보다 크게 늘어나는 셈이다. 한파가 기승을 부릴수록 블랙 아웃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이때, 진단과 거기에 맞는 예방 대책이 전기요금 인상보다 우선돼야 한다.

2-3년 전쯤, 하루 6시간 사용에 전기요금 404원. 한달에 1만원 안팎이라는 홈쇼핑 광고를 믿고 너도 나도 전기난로, 전기 온풍기를 구입했다. 그러나 누진제 폭탄으로 수십만원의 전기 요금을 부과 받은 소비자의 반발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적이 있었다. 이후 전기난로, 전기 온풍기 광고에는 반드시 산업용 전기 요금 기준이라는 문구가 표시되었다. 이 광고대로라면 가정에서는 한 달 수십만원의 전기 요금을 내어야 사용할 수 있는 전기난로, 전기 온풍기는 대규모 사업장에서만 사용해야 한달에 1만원 안팎을 요금을 낼 수 있다.

블랙아웃 누가 조장하나

이번 전기요금 인상안은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주택용은 2%인상으로, 일반용 고압 6.3%, 산업용 고압 4.4%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상폭이 적다. 한전은 물가안정을 고려한 결정이고 설명했지만, 실제 요금표를 들여다 보면 여전히 산업용 전기 요금은 주택용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택용 전기요금의 경우 6단계 징벌적 누진제를 상존시키면서 2% 인상하겠다는 것은 지난 8월 2.7%인상과 함께 가정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최소한의 인상이었다는 해명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한전이 애초에 하겠다던 누진제 완화조치가 담겼어야 맞다. 이에 비해 산업용 전기 요금의 경우 4.4% 오른 요금이라고 해도 교육 기관에 공급되는 교육용 전기 요금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일 뿐이다.

안호덕

계약전력 300kW 이상 대형건물이나 대형사업체에 부과되는 일반용 전력(을) 산업용 전력(을) 요금 체계는 이렇다. 23:00∼09:00는 경부하 시간대로 kWh당 57.5원(일반용을. 산업용을 고압C 선택Ⅲ형 기준)의 요금제가 적용된다. 이는 주택용 누진 1단계 요금 kWh당 59.1원(주택용 저압 기준)보다 싸다.

위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중간부하 시간대도 kWh당 102.2원이다. 가장 요금이 높은 최대부하 시간대 요금도 156.5원으로 주택용 3단계 누진제 183.0원보다 저렴하다. 최대부하 요금제 시행시간은 하루 24시간 중 6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또 있다. 이렇게 타 에너지보다 싸게 대형사업장에 전기가 공급되다보니 블랙아웃에 자주 근접하게 되고, 이를 모면하기 위해 기업에 절전지원금까지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보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지원된 절전지원금은 1958억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2012년 상반기에만 2248억원이 지급됐다.

대기업에 원가 이하의 전기를 공급하고 또 블랙아웃을 막기 위해 국민 혈세를 절전지원금으로 주는 전기요금 체계. 이는 국민세금으로 대기업 전기요금마저 내준다는 이야기의 다름 아니다.

자료에 따르면 전기요금을 2개월 이상 미납해 전류제한기를 통해 전기 제한을 받는 가구가 2012년 10월 기준 13만5천여 가구에 이른다고 한다. 박근혜 당선인 인수위는 저소득층 가구에 20% 전기요금 감면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전기가 끊겨 촛불을 켜고 자다가 화재로 죽어간 할머니와 손자를 생각하면 분명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20년이 더 된 요금체계를 정비하지 않고서는 이런 지원책은 한계가 명확할 수밖에 없다.

한전이 기왕에 내걸었던 누진제 완화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주기 바란다.  타에너지 가격보다 저렴해서 전기사용이 폭증하는 현상, 분명 바로 잡아야 할 과제이다. 물론 기업의 볼멘 소리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누가 보더라도 가정에서는 수십만원을 부담해 사용해야 할 온열기, 전기난로를 산업체만 1만원 안팎으로 쓴다면 이는 문제다.

1년 6개월도 안 돼 4번, 누적인상률만 20% 전기 요금을 올렸던 이명박 정부. 그러나 전력 수급이 안정되기는커녕 불안감만 증폭시켰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여름에는 누진제 폭탄, 겨울에는 블랙아웃의 공포로부터 국민들이 더 이상 불안에 떨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기요금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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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진보는 냉철한 시민의식을 필요로 합니다. 찌라시 보다 못한 언론이 훗날 역사가 되지 않으려면 모두가 스스로의 기록자가 되어야 합니다. 글은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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