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 탈의실
배성민
건설 현장에 처음 도착하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탈의실로 향한다. 본인이 출퇴근 할 때 입고 온 옷을 그대로 입고 현장에서 일하지는 않는다. 옷 전체가 흙과 먼지로 뒤덮이기 때문에 작업복은 필수다. 가방 속에 꾸역꾸역 챙겨온 작업복을 난방 시설도 없는 탈의실에서 갈아입어야 한다. 지난 여름과 가을에는 날씨가 따뜻하니 난방 시설이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옷을 갈아입어도 괜찮았다. 하지만 겨울철에 탈의실은 지옥이나 다름 없다.
난방 시설이 전혀 없기 때문에 출근하면서부터 비축한 온기가 옷을 벗는 순간에 날아가 버린다. 차가운 옷을 주섬주섬 입고 건설 현장으로 향하는 그 때가 가장 추운 순간이다. 등은 시려 오고 발은 차갑고 차가운 바람이 빰을 때릴 때만큼 서러운 순간이 없다.
건설 현장에서 겨울에 일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수 아이템이 있다. 귀마개와 마스크 그리고 열이 날 정도의 여러 겹의 옷이 필요하다. 이런 제품들이야 건설 현장이 아니더라도 추운 날씨에 길거리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용품이다. 하지만 건설 현장에 일을 할 때 노동자들 가운데는 복면을 쓰고 일을 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멀리서 복면을 쓴 사람이 내 앞으로 다가왔을 때 맨 처음에는 놀라기도 했다. 왜냐하면 정말 범죄자들이 쓰는 복면과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까만색에 눈, 코, 입이 뚫려있는 복면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범죄자들의 복면은 눈 정도만 뚫려 있는데 비해 건설 현장의 복면은 입과 코가 뚫려 있다는 점이다. 역시 물건이라는 것은 각각의 용도에 따라 변신하게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건설 현장의 화장실은 간이 화장실이 많다. 여러 현장을 가봤지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갖춘 현장이 많지 않다. 있다고 하더라도 몇백명이 일하는 현장에 달랑 한 개 정도가 그나마 쓸만한 화장실이다. 어쩔 수 없이 간이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데 정말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더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겨울철 일을 볼 때는 찬바람이 틈 사이로 들어와 피부를 찢는 느낌이 든다. 한 번 그런 일을 겪고 나서는 현장에서는 밥을 많이 먹지 않게 될 뿐 아니라 큰 일은 집으로 돌아와서 해결하게 됐다. 최소한의 생리적 현상도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생각보다 비참하다.
식사에도 차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