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같은 탈의실, 살 찢는 화장실... 비참하다

[한파기획③] 겨울철 건설 현장 일용직 노동자의 슬픔...식사하면서도 차별 느껴

등록 2013.01.25 10:25수정 2013.01.2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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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 현장으로 들어가는 출입구
건설 현장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배성민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 내가 살고 있는 부산지역 또한 영하 7도까지 내려가는 날씨가 계속 되기도 했다. 이번 겨울을 겪으면서 남쪽 도시가 더 이상 따뜻하지 않다는 것을 체감하면서 살고 있다. 날씨는 춥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은 계속 된다. 원동기 배달 아르바이트 청년, 아파트 건설 현장 직원, 길거리 노점상 등 추위와 상관없이 노동을 하는 삶이 있다. 나 또한 생활비와 학비를 보태기 위해서 추운 겨울 건설 현장에 가끔씩 나가서 일을 하고 있다.


가장 추운 시간에 출근하는 사람들

오전 5시 15분은 건설 현장에 출근을 하기 위해 내가 기상을 하는 시간이다. 겨울철엔 해도 뜨기 전인, 가장 추운 시간이다. 출근 버스를 타기 위해 길에서 만나는 찬바람이 너무나 미웠다. 야외 노동을 하러 가는 길에 찬바람을 맞으면 온몸을 감싸는 옷을 입더라도 등골이 시리다. 아침 일찍 노동을 하러 출근하는 사람 모두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어깨를 움츠리고 조금이라도 추위를 피하기 위해 분주하다. 기다리는 버스가 도착하면 너도 나도 빠르게 버스에 올라타서 부족한 수면을 보충한다. 버스는 숨소리 하나 나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게 사람들을 그들의 일터로 실어나른다. 

건설 현장 입구에 들어서면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추운 날씨를 참으며 달려왔지만 건설 현장의 싸늘한 분위기는 온몸을 더 춥게 만든다. 하지만 무슨 일을 해서라도 먹고 살아가야하는 처지인지라, 사람들은 묵묵히 발걸음을 옮긴다. 

 건설 현장 탈의실
건설 현장 탈의실배성민

건설 현장에 처음 도착하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탈의실로 향한다. 본인이 출퇴근 할 때 입고 온 옷을 그대로 입고 현장에서 일하지는 않는다. 옷 전체가 흙과 먼지로 뒤덮이기 때문에 작업복은 필수다. 가방 속에 꾸역꾸역 챙겨온 작업복을 난방 시설도 없는 탈의실에서 갈아입어야 한다. 지난 여름과 가을에는 날씨가 따뜻하니 난방 시설이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옷을 갈아입어도 괜찮았다. 하지만 겨울철에 탈의실은 지옥이나 다름 없다.

난방 시설이 전혀 없기 때문에 출근하면서부터 비축한 온기가 옷을 벗는 순간에 날아가 버린다. 차가운 옷을 주섬주섬 입고 건설 현장으로 향하는 그 때가 가장 추운 순간이다. 등은 시려 오고 발은 차갑고 차가운 바람이 빰을 때릴 때만큼 서러운 순간이 없다.


건설 현장에서 겨울에 일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수 아이템이 있다. 귀마개와 마스크 그리고 열이 날 정도의 여러 겹의 옷이 필요하다. 이런 제품들이야 건설 현장이 아니더라도 추운 날씨에 길거리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용품이다. 하지만 건설 현장에 일을 할 때 노동자들 가운데는 복면을 쓰고 일을 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멀리서 복면을 쓴 사람이 내 앞으로 다가왔을 때 맨 처음에는 놀라기도 했다. 왜냐하면 정말 범죄자들이 쓰는 복면과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까만색에 눈, 코, 입이 뚫려있는 복면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범죄자들의 복면은 눈 정도만 뚫려 있는데 비해 건설 현장의 복면은 입과 코가 뚫려 있다는 점이다. 역시 물건이라는 것은 각각의 용도에 따라 변신하게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건설 현장의 화장실은 간이 화장실이 많다. 여러 현장을 가봤지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갖춘 현장이 많지 않다. 있다고 하더라도 몇백명이 일하는 현장에 달랑 한 개 정도가 그나마 쓸만한 화장실이다. 어쩔 수 없이 간이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데 정말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더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겨울철 일을 볼 때는 찬바람이 틈 사이로 들어와 피부를 찢는 느낌이 든다. 한 번 그런 일을 겪고 나서는 현장에서는 밥을 많이 먹지 않게 될 뿐 아니라 큰 일은 집으로 돌아와서 해결하게 됐다. 최소한의 생리적 현상도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생각보다 비참하다.


식사에도 차별이 있다

 관계자외 출입 금지. 관리직 직원 식사 공간
관계자외 출입 금지. 관리직 직원 식사 공간배성민

점심시간이 돼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다. 평소와 같이 밥을 먹고 있는데 '관계자외 출입금지'라는 표지판이 적혀있는 공간을 보게 됐다. 일전에도 관리직과 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용직 노동자들과 밥을 먹는 공간을 달리한 경우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난방 시설의 차이까지 있다. 일용직 노동자들이 있는 공간에는 대형 온풍기를 하나 정도 틀어 놓았지만 관리직 식사 공간에는 온풍기와 함께 전열기도 간간이 보였다. 함께 일하는 노동자에게 물어보니 "정규직은 식사부터 우리랑 다르다"며 계급사회를 한탄했다.

뿐만 아니라 일용직 노동자들에게는 조금 식은 국을 스테인리스 그릇에 주지만, 관리직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보온이 유지되는 뚝배기에 국을 담아서 주었다. 겨울철 야외에서 일하는 것도 서러운데 식사를 할 때도 벌어지는 미묘한 차별이 더욱 박탈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건설 현장 아침 식사 김치콩나물 국
건설 현장 아침 식사 김치콩나물 국배성민

겨울철 건설 현장에서 매일 힘들게 일하는 노동자에게 "추운 날씨에 일을 하면 온몸이 쑤시지 않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 노동자는 대뜸 "추워도 어쩌겠어.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지. 그런 생각하면 하나도 안 춥다"라며 담배 하나를 꺼내 물며 한숨을 내쉬었다.

건설 현장 노동자의 삶은 추위의 여부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추위를 극복하고 참아가며 일해야 하는 노동이 건설 현장 노동자의 삶이다. 근로기준법에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현실은 아직 법조항과 괴리감이 있다. 1970년대 전태일이 말했던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라는 외침이 아직도 유효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서글프다.
#노가다 #건설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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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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