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의 제게 시선을 주고 계신 이 말레이시아 할머님의 시선에 그리움이 묻어있습니다.
이안수
외로워하는 해모를 보면서 서울에 며느리와 손자, 소녀들과 함께 계신 장모님과 어머님, 아버님을 생각합니다. 세 분의 부모님을 모셔오면서 각자 고향에 따로 계시는 편리함보다, 함께하는 불편함이 오히려 더 건강에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여러 식구들이 함께 얼굴 볼 수 있으니 적어도 외롭지는 않으실 테니까요.
한 지인이 경기도에 작은 밭뙈기 하나를 주말농장으로 가꾸고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흙을 만지는 일이 사업의 스트레스를 이기는 한 방편이라 했습니다. 지난 가을, 그 해에 달린 것 중에서 가장 잘 생긴 늙은 호박 하나를 제게 선물로 주셨습니다.
저는 그 늙은 호박이 자연이 만든 가장 조화로운 작품으로 느껴졌고, 그 호박을 제게 주신 분의 정성도 가슴에 담아두기 위해 그것을 서재의 작품 사이에 세워두었습니다. 흙과 햇볕 그리고 그 밭주인의 땀방울이 담긴 작가의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