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마지막 제안, 민주당이 수용했어야 했다"

[민주당 미래를 말한다 ②] 진성준 민주통합당 의원

등록 2013.01.27 20:55수정 2013.01.27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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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진성준 민주통합당 의원

진성준 민주통합당 의원 ⓒ 남소연


"안철수 전 후보와 단일화 협상 당시, 정권교체보다 민주당 후보가 돼야 한다는 걸 위에 뒀다. 이것이 대중에게 간파 당했고, 민주당은 대선에서 패했다."

내내 차분하던 진성준 민주통합당 의원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대선 패배 기억을 페이스북에 복기하며, 가장 처음 내걸었던 질문이 '정권교체는 지상과제였나?'였던 그다. 24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진 의원은 "민주당은 정권교체를 위해 모든 것을 걸만한 자세를 갖추지 못했다"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은 안철수 전 대선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에서 안 전 후보 측의 최종안(가상대결 50% + 단순지지도 50%)를 거부했다. 결국 그 끝은 아름답지 못하게 막을 내렸다.

진 의원은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는 태도를 갖추는 게 민주당 혁신의 제 1과제"라며 "또한 정치에 헌신하는 사람으로 민주당 구성원을 바꾸는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보다는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진정으로 정치에 헌신할 사람들로 민주당을 채워야 한다는 뜻이다.

60년 전통의 민주당에는 이미 정치인 육성을 위한 텃밭이 마련돼 있다. 지방의원, 지자체장, 국회 보좌진, 당직자 등 '직업이 곧 정치'인 이들이 그렇다. 그동안은 운동권,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외부 수혈'을 했지만 이제는 '내부 수혈'이 필수라는 게 진 의원의 진단이다.

그러나 현재 당 안에는 내부 인재 육성을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진 의원은 이에 대한 책임이 당뿐 아니라 당 중진·원로들에게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본인이 천 년 만 년 할 것도 아닌데, 후계를 키우는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밑바닥부터 확인하고, 바닥에서 새출발하자"


진 의원은 "민주당 당원이 250만 명이라고 하지만 다수가 허수"라며 "이것을 싹 정리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상적으로 당비를 납부하는 당원을 뺀 나머지 '유령당원'에 대한 자격 정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리작업 후 남은 당원 규모가 1만 명이 될 지, 10만 명이 될지는 그도 가늠할 수 없다. 그럼에도 민주당을 대안으로 여기는 '진짜 당원'과 민주당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진 의원은 "당원정리야말로 민주당의 밑바닥을 확인하는 길"이라며 "바닥부터 새출발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진 의원은 이를 위해 오는 4월께로 예정된 지도부 선출은 중앙위에서 의결해 결정하고, 근본적 혁신을 이룬 후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견해다. 


구성원의 문제 외에도, 대선 국면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이슈를 놓친 것도 민주당에게는 뼈아픈 실책이다. 강령에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적었지만, 그걸 몸속 깊이 새기지 못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더 잘 실천할 사람으로 박근혜 당선인이 선택된 것도 그 때문이다.

진 의원은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위해 싸울 사람을 19대 총선에 공천해야 했고, 19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관련 법안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며 "이걸 해내지 못한 것이 민주당의 한계"라고 짚었다.

"민주당이 좌클릭해 패배했다"는 당내 일부 의견에 대해 진 의원은 "동의할 수 없다"며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가 왼쪽이라면 그쪽으로 가야 한다, 제대로 경제민주화·복지국가를 실현할 기회를 다 놓친 뒤 우클릭해야 한다는 주장이야말로 부화뇌동"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진성준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 페이스북에 대선 복기를 올리고 있다. 대선에서 대변인으로 뛴 당사자로서 쉽지 않을 텐데.
"정권교체를 바랐던 국민들이 대선 결과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런 국민들 앞에 여망을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고 무릎 꿇고 사죄하는 게 선행돼야 하지만 그게 전부인가. 왜 졌는지, 뭐가 잘못된 건지에 대해 허심하게 돌아봐야 민주당을 어떻게 추슬러야 하는지 길이 보일 것 같았다. 그 길을 찾기 위해 솔직한 자세로 돌아보자는 차원에서 페이스북에 복기를 올렸다. 당이 죽기 살기로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무엇을 혁신할지를 생각하면 추상적이고 애매하다. 지난 대선은 물론이고 총선도 냉정하게 돌아봐야 혁신의 과제가 나온다. 느끼는 대로 털어놓고 대중적 반응도 들어보면, 뭘 해야 할지 가닥이 잡힐 것 같았다."

"민주당이 아니면 안 된다는 오만함, 대선 패배 불렀다"

- 가닥은 잡았나.
"당 안팎에서 복기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가야 했다고 생각하는 건 있다. 일단, 민주당 의원들이 정치하는 태도와 자세에 문제가 있다. 반드시 해야만 했던 정권교체를 위해 모든 것을 걸 만한 자세가 돼 있었나. 정권교체를 위해 단일화를 추진했는데 거기에 모든 걸 걸고 임했나, 그러지 못했다. 안철수 후보였어야 대선에 승산이 있었다는 게 아니다. 나 역시도 민주당 후보여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최후의 지점, 안철수 후보가 마지막 수정안을 내놨을 때에는 민주당이 수용의 결단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반드시 민주당 후보여야만 한다', '문재인이 100% 승리할 수 있는 룰만 받겠다'는 인식이 민주당의 한계였다. 민주당이 아니면 안 된다는 오만함, 정권교체 보다도 민주당 후보가 돼야만 한다는 명제를 상위에 뒀던 것이 대중에게 간파됐다. 결국 대선에 패했다.

정치를 대하는 민주당의 자세, 국민의 열망에 복무하는 태도, 이런 것이 민주당 혁신의 제 1과제다. 그런데 제도가 바뀐다고 자세가 바뀔까. 또, 자세만 바꿔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면 지도 성원을 어떻게 대의에 헌신하는 사람으로 바꿀까의 문제도 있다. 지도적 성원을 바꾸는 작업이 지금부터 준비돼야 한다"

- 지도적 성원의 교체, 어떻게 이뤄질 수 있나.
"지도적 성원, 의원을 바꾼다는 건 우리 당의 정치 엘리트 육성 및 충원 구조를 바꾸자는 것이다. 당이 대중 속에 뿌리 박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선거가 닥쳐오니 국민 지지가 있을 법한 사람, 인지도가 높은 사람들을 영입해서 내세우기 바빴다. 그들이 삶의 과정이나 정치적 과정에서 국민의 요구나 정치적 대의에 헌신하는 삶을 살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당장 선거에서 이기는 게 급선무였다. 이제는 이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당이 정치 과정을 통해 훈련시키고 대의에 복무하는 방법을 체득한 사람을 길러내, 공직 후보로 세우고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켜야 한다.

우리 당에는 지방의원, 지방자치 단체장, 국회 보좌진, 당직자 등의 인적자원이 있다. 이들은 자기 직업이 곧 정치인 사람들이다. 이들이 체계적으로 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발굴해 내세워야 한다. 우리는 그런 노력을 게을리했다.

예전에는 학생운동 출신이 외부에서 수혈됐지만 지금은 학생운동 기반이 약화된 게 사실이다. 시민 운동도 전문 분야별로 세분화 돼 종합적 영역인 정치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할 인적 자원을 당 밖에서 수혈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당 내에서 수혈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 시스템 개편 뿐 아니라 원로들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자기 후계를 키우고 민주당의 후계를 키워야 하는데 본인이 천 년 만 년 할 것처럼 노력하지 않았다. 원로 중진이 사람을 세우면서 이뤄지는 세대교체, 민주당의 후대를 고민하는 기풍이 당내에 형성돼야 혁신도 가능하고 이를 바탕으로 집권도 가능하다."

a  진성준 민주통합당 의원

진성준 민주통합당 의원 ⓒ 남소연


- 당 안팎에서는 '콘트롤 타워와 리더십의 부재', '지역, 연령, 계층 전략 오류' 등을 패배의 원인으로 꼽더라. 어떻게 보나.
"모두 공감한다. 개인적으로는 민주당이 경제 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시대적 화두로 끌고 가지 못했다고 본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강령이나 강헌에 명기하는 방식으로 선포는 했지만 그게 당에 체화됐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다보니 사회경제적 이슈를 중심으로 한 대선 판을 꾸릴 수가 없었다. 총선 때부터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상징하는 사람들을 공천했어야 했는데 여의치 않았다. 우리가 내세운 반값 등록금, 새누리당이 내놓은 비정규직 법을 두고 입법협상을 해 19대 국회가 열자마자 처리에 합의했어야 했다. 그런데 일반적인 법안 처리 과정에 맡겨뒀다. 국민들에게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실천한다는 의지를 보여줄 수 있었겠나. 시대정신을 담을 그릇을 갖추지 못한 민주당의 한계, 오류다. 민주당의 자세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는, 민주당 사람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로 연결되고, 시대정신이 민주당에 체화됐느냐 문제는 민주당 정책과 전략, 노선을 하나로 모아가는 작업으로 연결된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 19대 국회를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이슈로 이끌려면 공천부터 잘했어야 했는데, 사실상 '계파 나눠먹기'로 제대로 된 공천을 할 수 없지 않았나. 
"그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모든 걸 계파 문제로 환원 할 수는 없다. 당 내에서 계파와 정파가 없을 수는 없다. 이 계파가 시대정신을 놓고 서로 경쟁하고 시대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당의 정치 노선을 두고 경쟁한다면 당의 발전에 긍정적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근본적 성찰 없이 인적 관계로 모여 자기 계보에 있는 사람들을 지도부로 만들어야 공천이 되고, 내가 좀 더 잘 나갈 거라는 사고를 하기 때문에 계파가 문제시 된다. 그렇다고 원론적으로 계파를 청산하자고 하면 없어지나? 민주당이 무엇을 바꾸고 채워야 하는지 토론을 통해 합의하고 경쟁하는 게 중요하다."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현 집단지도체제를 단일지도체제 등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단일 지도체제로 바꿔야 한다. 단일성 집단지도 체제(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를 절충안으로 얘기하기도 하던데, 그 조차도 최고위가 계파 안배 방식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으니 계파 타협적인 방식으로 당무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제 강력한 리더십이 발휘되도록 단일 지도제체로의 전환 문제를 검토할 때가 됐다. 단일지도체제가 당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게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있던데, 지도부 선거 방식이 민주적이라면 단일 지도 체제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본다. 계파의 문제, 당의 태도와 정치의식 수준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처방으로 단일지도체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 볼 만하다."

"어쩔 수 없다, 왼쪽으로 가야 한다"

- 전당대회 때 모바일 투표를 도입하냐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모바일 투표는 당이 국민과 동떨어진 상황에서 당의 리더십을 세우는 과정에 국민의 의사를 확인한다는 긍정적 의미가 있다. 그런데 차기 지도부 선출에 모바일 투표를 시행할 만한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모바일 투표는 당의 대중적 기반이 허약해서 불가피하게 도입한 우회수단이다. 당원 기반이 튼튼하고 당원을 대변하는 대의원 체제가 잘 돼 있다면 꼭 국민의 직접적인 선거 참여가 필요할까.

이제 새출발을 했으면 좋겠다. 민주당 당원이 250만 명이라고 하지만 다수가 허수다. 이걸 싹 정리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정상적으로 당비를 납부하는 당원을 뺀 나머지 전 당원에 대해 자격 정치 조치를 취하고, 일정 기간 동안 재등록하거나 입당하는 사람들로 당원을 확정해야 한다. 그게 만 명이 될 지 10만 명이 될지 모르지만 당원정리야말로 민주당의 현 상태를 확인하고 민주당의 밑바닥을 확인하는 길이다. 바닥부터 새출발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이것이 어쩌면 민주당의 근본적인 환골탈태, 근본적 혁신 조치가 되지 않을까.

민주당을 중심으로 대안 세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들이 당의 토대가 될 때, 민주당의 태도 및 정치 의식 수준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어려운 결단이고, 지난한 작업일 수도 있다. 이걸 현 비대위가 실시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혁신 작업을 하기로 결의가 되면, 중앙위에서 잔여임기를 수행할 지도부를 선출하고 근본적 혁신을 한 뒤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는 방법도 있다. 국민들은 당 지도부 얼굴만 바뀌었다고 당이 혁신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오산이다.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전대만 잘 치르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뽑는 과정의 혁신이 필요하다."

- 당의 외연을 확장하는 문제에 있어서, 진보정당 또는 안철수 전 대선 예비후보와의 연대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안철수 세력과의 연대나 통합은 불가피하다. 어떤 방식이냐는 각자의 판단이 있겠지만 시급한 과제는 아니다. 빅뱅이 일어나서 새로운 정당이 탄생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민주당을 재건해야 한다. 이를 위한 혁신 작업이 성공하느냐 여부에 따라 이후 정치 지형의 변동폭이 결정될 것이다. 민주당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 연대나 확장은 그 다음의 문제다."

- 민주당이 향후 취해야 할 노선은?
"대선 패배 후 당이 너무 왼쪽으로 치우쳐서 그런 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동의할 수 없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가 왼쪽이다? 어쩔 수 없다, 왼쪽으로 가야 한다. 그게 체화돼서 우리가 그 방향으로 나갈 것임을 보여주지 못한 게 문제였지, 좌클릭은 무슨 좌클릭이냐.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실현 방안을 지자체 차원에서 실현 했다면, 공천을 제대로 했다면, 19대 국회 구성과 운영에서 확실한 방향성을 보여줬다면... 이런 좋은 계기를 다 놓친 게 문제다. 당이 우클릭해야 한다? 그야말로 부화뇌동이고 아전인수다."
#진성준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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